우리는 살아가면서 솔직하게 표현하는 것보다 ‘참는 일’의 중요함에 대해 더 많이 배우는 것 같다. 될 수 있으면 화를 참고 견디도록 훈련받는다. 하지만 제대로 소화시키지 못한 채 참기만 한 감정은 꼭 살아 있는 생명체 같아서 어떻게든 다시 그 존재를 드러내고야 만다. 인간의 무의식 영역을 중요시했던 심리학자 프로이트는 표현되지 않는 감정이 살아서 묻히면 더 괴상한 모습으로 등장한다고 말한다. 우리가 짐짓 참을만했다고 장담했던 감정들은 사실 나중에 더 괴팍한 모습으로 튀어나온다는 것이다. 건강한 삶을 위해서 우리는 그동안 억눌렀던 것
"내가 낳은 아이지만 정말 힘들어요. 어떻게 이런 애가 태어났는지 모르겠어요." 못마땅한 표정으로 딸에 대해 엄마가 말하는 첫 마디였다. 자녀를 양육하느라 참으로 많이 힘들고 고단한 모습이 읽혔다. 하지만 엄마가 힘들다는 건 딸도 힘들다는 뜻이다. 모든 관계는 상호적으로 영향을 주고받기 때문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자녀 문제로 힘들어서 찾아오는 대다수의 경우 자녀에게 일차적 문제가 있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사춘기의 경우 호르몬의 영향으로 감정 기복이 심하여 갈등이 일어나기도 하지만 그것 역시 어떻게 부모가 반응하는가에 따라 달라진
"칭찬은 고래도 춤을 추게 하고 양파도 잘 자라게 한다."는 말이 있다. 인간은 누구나 칭찬을 듣게 되면 기분이 좋아지고 다음 행동에 강화를 가져온다. 많은 부모들은 자녀를 질책보다는 칭찬으로 길러야 한다며 칭찬을 최선의 자녀교육 방법으로 생각하고 있다. 그러나 칭찬만이 자녀의 성장과정에 필요한 교육적 방법인지, 칭찬이 자녀의 행동을 교정하는 데 얼마나 효과적인가는 따져볼 일이다. 첫째, 발달 과정에 필수적으로 해야 할 일을 했을 때의 칭찬에 관해 생각해 보자. 자녀가 발달 과정상에 필수적으로 실천해야 할 과업을 행동으로 옮겼을
목련이 곱게 피던 어느 이른 봄날, 사랑하는 후배들의 초청으로 군사교육의 요람인 자운대(紫雲臺)에 특강하러 갔다. 입구에 들어선 순간 꽃들의 잔치였다. 신작로 양쪽을 흐트러지게 장식하고 서 있는 연꽃의 물결, 갈잎 큰 키 나무의 꽃은 글자대로 꽃 모양이 연을 닮았다 해서 불리는‘나무의 연(蓮)’목련(木蓮)이다.그래서 목련의 꽃말은 자비, 은혜, 고귀함을 담았다. 하지만 서양에서는 '이루지 못한 사랑', '연모'라는 애틋한 꽃말을 갖고 있어 아름다움으로 시선은 끌지만 뜻깊은 날 연인에게 선물하기에는 너무
주변에 결혼 안 한 친구들을 보면 하나같이 "결혼할 사람이 없다"라고 말한다. 나 또한 늦은 결혼을 했기 때문에 그 마음 다 안다. 그때 친구들은 나에게 "너 그렇게 고르고 고르다가 나중에 휴지통 뒤지게 된다!"라며 우스갯소리로 말하곤 했었다. 사람 만나는 것이 쉽지 않다. 이제 이만큼 나이도 들다 보니 만나본 경험은 많아지는데 어떤 사람이 진짜 괜찮은 사람인지 알아보는 판단력이 희미해져 가는 것 같다. 20대 때는 얼굴을 위주로 사람을 보았다면, 30대 때는 그 사람의 하는 일을 얼마나 잘해나가는지, 그의 능력은 어떻게 되
본연의 역할과 기능이 있다.본립도생(本立道生), 기본이 서면 나아갈 길이 생긴다는 뜻이다. 선생은 가르치고 학생은 배우며, 비는 내리며 강은 흐르고, 바람은 불고 별은 빛나는 것처럼. 마찬가지로 새는 날고 물고기는 헤엄치며 꽃은 피고 진다.그러기 위해 새에게는 날수 있는 날개가 있고, 물고기에게는 헤엄치는 지느러미가 있으며, 꽃은 아름다운 향기를 품는다. 그런데 점점 새는 날지 않고, 물고기는 헤엄치지 않고, 꽃은 굳이 향기를 내지 않는다.몸무게 250그램의 큰되부리도요새는 알래스카와 뉴질랜드 사이를 한 번도 쉬지 않고 11,500
'육아(育兒)는 육아(育我)다'라는 말이 있다. 나는 그 말에 정말로 공감한다. 육아는 아이만을 키우는 것이 아니라 육아를 하면서 나 자신을 키우는 것이다. 육아를 하는 사람들은 알 것이다. 육아라는 것이 세상에서 얼마나 많은 참을성을 요구하는지... 얼마나 많은 인내와 인격적으로 성장을 요구하는 것인지 해 본 사람만 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육아의 경력은 이력서 한 줄도 되지 않는다. 어느 CF 광고의 카피처럼 '태어나서 가장 많이 참고 배우며 해내고 있는데 엄마라는 경력은 왜 스펙 한 줄 되지 않는 것일까?
시공간적으로 우리 앞에는 농업과 수렵시대를 연상하기에 딱 좋은 풍광이 펼쳐지고 있었다. 마치 엘빈 토플러가 말하는 제1의 물결시대처럼 문명의 상징인 그 어떤 것도 보이지 않았다. 흔히 시베리아횡단열차를 소개할 때는 "끝없이 펼쳐지는 야생화 단지와 자작나무 숲을 감상해보라"라고 안내를 한다. 그러한 권고의 기준은 어디서 시작하여 어느 만큼 유효한지는 잘 모르겠다. 안내하는 사람도 여행을 결정한 사람도 일정한 지점에 이르면 서로 '묻지 마' 동조를 하게 되는 것이 인지상정이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열차 안에 들어앉
얼마 전, 미국 타임지에 미국을 대상 쓴 기고문(기고자: MATTHIAS DOEPKE AND FABRIZIO ZILIBOTTI, 제목: Americans Are Often Told to Parent Like Scandinavians. Here’s Why That's Impossible)이 미국보다는 오히려 한국인들을 대상으로 쓰여진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로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관점에 따라 다소 차이는 있겠지만 우리 사회는 미국보다 더 심각한 불평등 양상을 보여주고 있다. 각종 국내외 통계지표가 보여주고 있듯
엄마들을 대하다 보면 두 부류의 사람들로 나뉜다. 한 부류는 자녀 양육에서 일어나는 문제들을 모두 자기 탓으로 돌리는 엄마들이다. 그래서 해 준 것보다는 못 해 준 것이 생각나고 항상 자녀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있고 심할 경우 죄책감을 느끼기도 한다. 다른 한 부류는 자녀의 문제와 나는 상관없다고 주장하는 엄마들이다. 나는 지금까지 아이에게 필요한 모든 것을 다 해 주었기 때문에 나에겐 잘못이 없으며 잘못되거나 못 따라오는 것은 모두 아이 탓이라고 돌린다. 하지만 엄마가 희생하고 최선을 다한다고 해서 자녀가 완벽하게 성
지난 칼럼에서 '시작, 그 어설픔 채로 초라함을 버티는 것'으로 첫 글을 열었다. 그럴듯한 무언가가 되고 싶은 우리 자신에게 나답게 살기를 도전했고, 그 길이 '바보의 여행인 듯'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모험하라 요청했다. 칼럼에 남겨진 피드백 중에 "나답게 살고 싶다는 생각은 못 하고 그냥 힘들다 하고만 있었는데 '나'를 돌아보게 하는 글이었다."라는 댓글이 왠지 짠하게 와닿았다. 사실 세상은 요란스럽고 나를 둘러싼 많은 것들은 내가 나이지 못하도록 방해를 한다. 그 안에서 얼마나 많은
"나는 냉장고를 좋아한다. 먹을 것이 많이 있으니까.나는 강아지를 좋아한다. 나와 놀아주니까.나는 로봇을 좋아한다. 내가 시키는 대로 하니까.그러나 나는 엄마는 싫다. 잔소리만 하니까."어느 초등학생의 글이다.자녀들이 부모로부터 가장 듣기 싫어하는 말은 무엇일까?첫째는 “공부해라, 열심히 공부해라”이고,둘째는 자녀나 친구 간에 비교하는 말이라 한다. 이 말은 현재 자녀를 낳아 기르는 부모들도 어린 시절에 자주 들었던 말이고 그때 가장 듣기 싫어했던 말이기도 하다. 이같이 부모로부터 자주 들으면서 싫어했던 말을, 부모가 되어서 자
가는 봄날이라서 그런가, 올해 신록은 유독 눈이 부신다.아기 속살처럼 보드라운 나뭇잎은 간지러운 바람에 햇볕을 듬뿍 담았다. 카메라로는 담을 수 없는 색깔과 자태와 파란을 두 눈과 가슴에 가득 안고 동네를 찬찬히 걷는다. 공원에 모여 있는 행복한 일상은 참 보기 좋다.어린이날에 어버이날, 스승의 날, 부부의 날로 이어지는 가정의 달인지라 딱히 그날이 언제인지 꼭 집지 않으련다. 색다른 부자의 모습이었다. 휠체어에 의지해 불안하게 걷는 아버지와 그 곁에서 어쩔 줄 모르는 아들. 아버지가 휠체어에 앉고 아들이 미는 각본 같은데 아버지
내가 육아에 전념하면서 자연스럽게 외벌이가 되었다. 그전까지는 모든 것을 내가 다 해결했다. 내가 돈을 벌어서 먹고 싶은 것도 먹고, 사고 싶은 것도 사면서, 나에 대한 투자도 했다. 그런데 육아를 하면서 처음에 그나마 위안(?)을 받을 수 있는 것은 내가 굳이 돈을 벌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그 돈이 만족할 만한 상황은 아니지만, 그래도 우리 세 식구가 그냥저냥 살아갈 정도는 되기 때문에 목숨 걸고 생계를 위해 돈을 벌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물론 그걸로 인해서 더 큰 문제들도 많지만...) 그런데 남편 돈 받
'집 떠나면 고생이다' 여행을 하거나 남의 집을 방문했을 때, 심지어 친인척 집에서 유숙하게 될지라도 내 집만큼은 편안하지 않다는 얘기다. 아무튼 인간은 집을 나서는 순간부터 어떤 식으로든 값을 치러야 하는 존재다.같은 객지 생활이라 하더라도 형편이 넉넉한 사람들은 편안하고 좋은 곳에서 유숙할 테지만 한 푼이라도 절약하며 지내야 하는 사람들이라면 먹고 자는 문제는 큰 부담으로 다가오지 않을 수 없다. 살기 위해 환경에 적응하는 방법은 그래서 천태만상이다. 하지만 출장이나 여행 혹은 모험 중이라 할지라도 인간에겐 적당한
지금 우리는 세계가 시․공간적으로 가깝게 다가오는 시대를 살고 있다. 정치적 국경의 의미가 사라져가고 블록형 지구촌이 형성되고 있다. 지구 환경 문제, 국제 범죄 문제, 금융 문제 등을 해결하기 위한 글로벌 정부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는 오늘날, 한국이라는 나무만 바라보고 성장하는 우리 자녀들에게 세계라는 숲을 보여준다는 것은 매우 의미 있고 중요한 일이라 생각한다. 우리 자녀들에게 세상이 교과서이고, 세계가 학교이며 그들이 살아갈 미래의 삶의 터전이라는 생각을 갖게 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우리나라 학생들은 초․
이날은 새벽밥을 먹은 덕에 많은 일정을 소화할 수 있었다. 저녁도 5시 30분경에 먹었다. 북한 식당에서였다. 일찍 일어나 일찍 먹고 일찍 서둔 덕에 블라디보스토크 역을 향해 가는 시간은 쫓기지 않았다. 무거운 캐리어를 들고 "저 높은 육교를 어찌 오르나?" 싶었을 때 짐꾼들과 마주쳤고 때맞춰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 육교에서 여객터미널 쪽으로 다가가면 블라디보스토크 역 주변을 한눈에 감상할 수 있다. 이어 육교를 내려가자마자 1940년대까지 운행되었던 증기기관차를 맞닥뜨렸고, 중. 장거리 기관차들이 쉴 새 없이 견인되고 있는
"나도 그럴듯한 무언가가 되고 싶다."우리 영혼은 세상에 태어나는 순간부터 상처 입기 시작한다. 삶을 즐기기보단 고통스러워할 일이 더 많다. 그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우리는 방어 전략을 세운다. 직장에서 직원으로 임원으로 가족 안에서 자식으로 남편으로 엄마로 다양한 역할이 주어진다. 본연의 나대로 살아가기엔 세상이 녹녹치 않다. 점점 더 두껍고 단단한 갑옷을 입어야 나를 보호할 수 있고, 때마다 바꿔쓸 수 있는 다양한 가면이 필요하다. 그 속에서 ‘진짜 나’는 점점 멀어지는 것 같다. 알게 모르게 우리는 '우리 자신
가정의 달이라고 불리는 5월이다. 어린이날도 있고 어버이날도 있다. 법적으로 부부의 날(5월21일)도 제정되어 건강한 가정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하는 시기이다. 사실 건강한 가정은 부부의 친밀도에 따라 결정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부부가 친밀한가, 갈등이 심한가는 가정의 전체 분위기의 지표가 되기도 한다. 부부와 관련한 많은 연구에서 부부싸움이 부부의 정신건강은 물론 자녀의 정신건강에도 깊은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 증명되었다. 예컨대, 연세대에서 진행된 한 연구에 따르면 우울증 환자들과 심리적으로 건강한 사람들을 비교 조사한 결과
충남 남서부에 서천군이 있다. 서해안의 아름다운 일출과 낙조를 감상할 수 있는 마랑포구 동백정을 위시로 인근에 자리한 '성경전래지 기념관', 순천만에 견줘도 빠지지 않은 신성리 갈대밭, 맛과 향에 취해 일어날 줄 모른다 하여 '앉은뱅이 술'로 불리는 한산소곡주, 금강하구언 둑방의 가창오리 군무, 국립생태원 등 볼거리, 먹거리가 제법 풍부한 고장이다.그곳에 연수원이 자리하여 아픈 아내 대신 큰 아들과 단둘이 다녀왔다. 템플스테이로 유명한 사찰의 총무스님이 재미있는 경험담을 들려줬다.힐링 목적의 템플스테이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