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력단절 예방 프로젝트] 아이를 꼭 낳아야 하나요?

앞으로 포대기를 두를 그녀들에게 한 마디 5 김여나 여나(여성나눔)커리어 코칭센터 대표l승인2019.05.20l수정2019.05.20 1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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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育兒)는 육아(育我)다'라는 말이 있다. 나는 그 말에 정말로 공감한다. 육아는 아이만을 키우는 것이 아니라 육아를 하면서 나 자신을 키우는 것이다. 육아를 하는 사람들은 알 것이다. 육아라는 것이 세상에서 얼마나 많은 참을성을 요구하는지... 얼마나 많은 인내와 인격적으로 성장을 요구하는 것인지 해 본 사람만 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육아의 경력은 이력서 한 줄도 되지 않는다. 어느 CF 광고의 카피처럼 '태어나서 가장 많이 참고 배우며 해내고 있는데 엄마라는 경력은 왜 스펙 한 줄 되지 않는 것일까?'라는 말이 가슴에 절실하게 와닿는다. 

나는 내가 육아를 하는 것을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아이를 위해서도 엄마인 나를 위해서도 육아하길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육아를 하면서 내가 생각하기에 나는 정말 많이 착해졌다. 착해졌다는 말이 이상하긴 하지만, 그동안 내가 가지고 있던 틀들이 많이 깨지게 된 계기가 된 것 같다. 그전에는 내가 생각한 대로 하지 못한 면 상대편이 잘못한 것이라 생각했다. 네가 게을러서 그런 것이고, 네가 잘못한 거야!라며 강하게 밀어붙이는 유형이었다면, 지금은 그런 틀이 완전히 깨진 것이다. 이제는 '그럴 수도 있겠다...'라며 상대를 이해하는 사람이 되었다. 이게 육아랑 무슨 상관일까?

 

첫 번째로 사람들을 이해하게 되었다. 내가 직접 육아를 해보면서 느낀 것이다. 내 마음대로 되는 것은 없구나... 상황이 내가 원하는 대로 가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 그리고 내가 아무리 노력하고 열심히 하려고 해도 잘되지 않는다는 것도 있구나를 육아를 통해서 알게 된 것이다. 그전에는 결혼 후 화장도 안 하고 다니는 친구들을 보며 게으르다 생각했고, 뛰는 아이를 컨트롤하지 못한 엄마가 이상한 엄마였다. 하지만 내 아이를 양육하다 보니 그 모든 것이 다 이해가 갔다. 오히려 그렇게 생각한 내가 미안할 정도였다. 그렇게 나는 육아를 하면서 남을 더 잘 이해하는,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이 되어 갔다. 

두 번째로는 육아를 하면서 내 부모를 이해하는 사람이 되었다. 엄마와 나는 맞지 않는 사람이라 생각했다. 늘 나를 이해해 주지 않는 엄마가 야속하기만 했다. 막내동생부터 결혼을 하고 둘째까지 결혼을 하니, 그다음부터 모든 초점이 나의 결혼에 쏠려 무슨 일만 생기면 결혼과 연결하는 엄마와 사이가 좋을 리가 없었다. 그런데 내가 아이를 낳고, 육아를 하다 보니 이제야 엄마가 조금씩 이해가 된다. 물론 나이 드셔서 힘 빠진 우리 엄마의 변화도 있지만, 이렇게 내 아이가 예쁘고 사랑스러운데 '우리 엄마도 나에게 이렇게 하셨겠지?'라는 생각이 들면서 이해가 된 것이다. 엄마는 늘 바쁜 워킹맘이었고, 아이가 셋이라, 나는 사랑받고 자란 사람이 아니라 생각했었는데, 내가 아이를 키워보니 아이는 사랑할 수밖에 없는 존재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러다 보니 엄마와의 응어리가 저절로 풀리게 된 것 같다. 나는 이것도 성장이라 생각된다. 자식이 부모를 이해하게 되었을 때 인격적인 성장이 이루어졌다고 생각한다. 

세 번째로는 나는 딸아이 하나만 낳았는데 많은 아이들이 눈에 들어온다. 딸아이를 3월 15일에 낳아서 병원에 일주일 있다가 산후조리원에 들어갔다. 그리고 친정집에서 친정엄마의 케어를 받고 집으로 돌아왔는데 그날이 4월 16일인 것이다. 나는 아직도 그날의 일을 또렷하게 기억한다. 집에 와서 아이를 재워놓고 텔레비전을 틀었는데 세월호 사건이 텔레비전으로 생중계되고 있었다. 그날 나는 얼마나 울었는지 모른다. 이제 겨우 엄마 된 지 한 달 된 나도 이렇게 가슴이 아픈데, 16년간 아이를 키워온 엄마들의 마음은 어떠할까? 그전 같았으면 그냥 많은 뉴스들 중에 하나였을 것이다. 하지만 그때는 내가 분만한지 한 달 밖에 되지 않아 호르몬 수치가 높아서 그럴지는 모르겠지만, 그 뉴스가 그냥 뉴스가 아니었다. 그 부모의 마음이 전달되어서 나도 가슴 아프게 뉴스 상황을 지켜봤던 것이 아직도 생각이 난다. 

 

네 번째 받는 사랑보다 주는 사랑이 얼마나 행복한지 알게 되었다. 그전에는 사랑을 받기만 했다. 그리고 그것이 너무나도 당연하게 생각되었다. 세상에는 당연한 일이 없는데도 말이다. 그러다 보니 너무 뻔뻔하게 살았던 것 같다. 지금 생각해보면 부끄러운 일들이 너무나도 많다. 하지만 그래야 하는 줄 알았다.

그런데 아이를 낳고 보니 달라졌다. 아이가 너무 예쁘다. 딱히 나에게 무엇을 해줘서가 아니다. 아이는 나에게 무엇을 해준 것이 없다. 오히려 너무나도 당연하게 요구만 한다. 기저귀 갈아 달라, 밥 달라, 씻겨달라는 등등 어느덧 나는 그녀의 몸종이 되어있다. 공주로 태어나서 결혼하면서 왕비가 되었는데, 아이를 낳으면서 갑자기 몸종이 되어버린 것이다. 하지만 그런 신분하락은 아무렇지도 않다. 오히려 느껴지지도 않는다. 그냥 이 녀석 자체로 행복하다. 

아이를 낳아보지 않은 사람에게 이 기분을 전하는 것은 무리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 녀석은 나를 그렇게 만든다. 응가를 해도 예쁘고, 밤새 울어서 잠 못 자게 해도 예쁘다. 내 아이이기 때문에 그 모든 것을 참고할 수도 있는 것이다. 아이가 아프면 내가 잠을 못 잔다. 남편이 아프면 약만 챙겨주고 잠도 잘 자는데, 아이가 아프면 내가 아픈 것보다 더 힘들다. 차라리 내가 아팠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적도 있다. 이 조그만 아이가 나를 그렇게 만든다. 딱히 내게 해준 것도 없는데 이 녀석의 미소 한 방이면 몸종 일로 힘들었던 나에게도 함께 따라 웃을 수 있는 여유를 주는 것 같다. 

그리고 내가 아이에게 뭔가 해 줄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좋은지 모르겠다. 예쁜 옷을 사 와서 아이에게 입혀보고 그것이 아이에게 잘 어울리면 만족감이 크다. 내 옷 하나 사지 않았다는 사실조차 잊게 되고, 그 녀석의 행복에 나 또한 행복해진다. 내 아이가 나보다 더 잘 되었으면 좋겠고, 더 행복했으면 좋겠다. 나보다 더 잘 되길 바라는 사람이 있다는 게 인간으로서 성장한 것이다. 인간으로서 성숙하고 싶다면 육아만 한 것이 없다. 아무리 좋은 책은 읽고, 좋은 교육을 받더라도 스스로 깨닫지 못하면 허물인 것이다. 육아? 진짜 힘들다. 하지만 그래도 한번 해 볼 만하다. 육아로 인한 보람은 그 무엇보다도 크고, 아마 내가 태어나서 가장 잘 한 일이 될 것이다. 


김여나 여나(여성나눔)커리어 코칭센터 대표  menciusmom@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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