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투자도 하나님이 통치하는 영역

카비넌트 교회 유재혁 목사

  • 입력 2024.02.15 16:35
  • 수정 2024.04.08 17:27
  • 기자명 정다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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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학원을 차려 4년 만에 건물을 올린 성공한 사업가가 갑자기 목사가 되겠다며 미국으로 떠났다. 사람들은 의아해 하고 주변에서는 말렸지만 그는 애초에 사업을 시작한 이유가 신학을 공부하기 위해서라고 말했다. 미국에서 목사 안수를 받고 돌아온 이후부턴 복음 전파를 사명 삼아 개척 교회를 운영하고 있다. 바로 카비넌트 교회 유재혁 목사의 이야기다.

유 목사의 목표는 “몇 년 뒤 교회 신도를 몇백 명으로 늘리겠다”처럼 정량적인 것이 아니다. 성경이 전하는 복음을 깨달아가는 것을 가장 우선적인 가치로 삼고, 어떻게 하면 복음을 더 많은 사람들에게 전달할지를 고민하고 있다. 선교단체가 제3세계에서 식료품과 의료지원을 제공하며 복음을 전하듯이, 한국인들의 절실한 삶의 필요와 고통으로 들어가 복음의 접촉점을 찾아서 믿음으로 이끄는 것이 그의 관심사다. 

현대사회에서 투자, 그중에서도 주식 투자는 일반 서민들도 관심이 많은 재테크 분야다. 그런데 교회를 다니는 사람이 주식투자를 열심히 한다고 하면 의아해하는 시선이 따라붙기도 한다. 지나치게 재물에 욕심을 내는 것은 성경의 가르침에 반한다는 생각 때문이다. <성경에서 배우는 주식투자> 발간을 앞둔 유재혁 목사로부터 그 해답을 들어봤다.

목회자에게 필요한 건 ‘수동적 성실함’

유재혁 목사는 대기업 직장생활 중 ‘미국에서 신학을 공부하고 싶다’는 생각에 직장을 그만두고 어학원을 시작했다. 아내와 함께 미국 유학을 가려면 직장인 월급만으로는 턱없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1995년 세를 얻어서 시작한 유학원은 1999년 건물을 새로 지을 정도로 커졌다. 어학원에 들어오기 위해 6개월 동안 대기하는 학생들이 생길 정도였다. 중간에 IMF 사태로 위기가 오기도 했지만, IMF 직후 M&A등 영어에 대한 사회적 필요가 늘면서 오히려 호재로 작용했다. 어학원을 연 지 8년만에 유학자금을 다 모았다고 판단한 그는 미국행을 결정했다.

돈을 벌기 위해 사업을 시작한 것이 아니라, 신학 공부를 하기 위해 사업을 시작했다고 이야기하면 대부분은 의아해하기 마련이다. 유 목사의 아버지도 미국행을 말렸다. “5년만 더 하면 평생 먹고 살 돈을 벌 수 있는데 왜 지금 가느냐”는 이유였다. 하지만 유 목사는 자신이 돈을 번 것도 유학 가서 신학 공부를 하라는 하나님의 응답이라고 생각했다. 미국으로 간 유 목사는 미국 리폼드 신학대학원에서 목회학 석사 및 박사 학위를 취득했고, 미국 장로교단 PCA (Presbyterian Church in America)에서 목사 안수를 받았다. 미국 미시시피주 잭슨시 소재 리디머 장로교회에서 선교담당 목사를 맡은 그는 주식 시장에서 큰 돈을 주무르는 일명 월가의 ‘빅샷’들로부터 한국 교회 설립 지원을 약속받기도 했다. 하지만 유 목사가 원하는 바와 맞지 않게 강남에 교회를 세워야 한다는 점, 그리고 자본가들에게 너무 의존하게 된다는 점 때문에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를 계기로 파트너십을 종료하게 됐다.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가 터지면서 우선 한국에서 정착할 비용을 줄 테니 기다려달라고 하는데, ‘하나님의 뜻이 아니구나’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때 이미 강남에 교회를 내기 위해 잠실로 이사를 한 상태였습니다. 잠실에 아는 사람이 하나도 없었는데, 2009년 한국에 들어와 교회를 혼자 개척하려니 막막했죠. 게다가 잠실 1단지 상가에 세를 얻으려고 하니 임대료가 다른 곳보다 너무 비쌌습니다. 아내에게 ‘이 장소에 확신이 드는데, 비용이 너무 많이 든다. 실패하면 다시 사업을 해야 할 수도 있지만 하나님의 사인이라고 생각하겠다. 믿고 따라 달라’고 부탁했죠. 아내의 동의를 얻고 예배를 시작했는데 다행히 6개월 만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교인이 늘어나 자리가 부족할 지경이 되자 유 목사는 송파구 삼전동 삼전빌딩으로 자리를 옮겨 지금의 카비넌트 교회를 열었다. 누군가는 ‘운이 좋았다’고 말할 수도 있지만, 유 목사는 자신의 비즈니스 마인드를 목회자 마인드로 전환시키기위해 많은 노력이 필요했다고 한다.

“비즈니스는 자기주도적으로 해야 하지만, 목회는 능동적으로 하면 안 됩니다. 목회하면서 몇 년 뒤에 몇 백명을 모으겠다. 이렇게 말하는 건 옳지 않다고 생각해요. 목회는 수동적이지만 성실히 해야 하는데, 주인이 하나님이기 때문입니다. 지금도 저는 교인들에게 ‘저는 하나님의 충실한 개일 뿐이다. 저는 인간이라 오류가 있으니 저를 따르지 말고 하나님만 보고 따라 가시라’고 이야기합니다.”

‘상대적 박탈감’이 현대인의 절실한 아픔

기독교단체가 선교활동을 할 때 무료로 음식을 나누어주거나, 학교를 세워주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다. 이렇게 하는 이유는 복음을 전하기 위한 ‘접점’을 찾기 위해서다. 무작정 찾아가서 전도하면 별로 반응이 없기 때문에 빵을 주고 우물을 파고 기술을 가르치면서 복음을 전한다. 예수님이 오병이어의 기적을 행하면서 하나님의 권능을 알린 것도 마찬가지 이유에서다. 그러나 한국 사회에서는 빵을 준다고 해서 아무도 복음을 들으려 하지 않는다. 현대인이 절실하게 겪는 아픔이란 절대적인 배고픔이 아니라,‘상대적 박탈감’이기 때문이다. 

“제가 어릴 때는 아버지 혼자 일하시면서 어머니가 세 아이를 잘 키울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요즘도 그게 가능한가요? 부부가 모두 직장을 다녀도 경제적으로 넉넉해지기가 어려워요. 그래서 투자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는데, 여기서도 문제가 생깁니다. 돈이 있는 사람은 고급 정보에 접근할 여력이 되는 데다 굳이 무리수를 두지 않습니다. 하지만 서민 투자자들은 큰 돈을 투자하는 게 아니다 보니 무리수를 두고, 그중에 5% 정도는 성공을 거두지만 95%는 실패하죠. 거기다 그리스도인들은 또 다른 문제에 직면하게 됩니다. 바로 ‘투자를 하는 게 신앙적인 면에서 옳은가?’라는 고민이죠.”

성경에서는 ‘부자가 천국에 가는 것은 낙타가 바늘 구멍을 통과하는 것보다 어렵다’며 재물에 대한 지나친 욕심을 경계하고 있다. 그러나 유 목사는 “주식 투자도 하나님이 통치하는 영역”이라고 말한다. 성경은 탐욕을 경계하지만 투자 자체를 죄악시하지 않고, 오히려 성실한 투자는 하나님의 법칙에 맞는 일이라는 게 그의 주장이다.

“예수님의 달란트 비유에서도 ‘은행에 넣어 이자라도 받아라’고 하는 내용이 있죠. 돈이 꼭 필요한 곳, 선한 곳에 쓰이는 것은 죄악시할 일이 아닙니다. 특히 젊은 사람들이 투자를 하면서 이런 고민을 하는 경우를 많이 봤어요. 그래서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는 사람들에게 성실한 투자로 희망을 드리고 싶다는 생각에 글을 쓰게 됐습니다.”

유 목사의 저서 <성경에서 배우는 주식투자>는 ‘주식투자도 선행의 고귀한 철학과 함께할 수 있다’며 그리스도인들의 고민에 한 줄기 빛이 되어주고 있다. “너무 큰 수익을 욕심내지 말고, 수익이 나면 가장 먼저 하나님을 생각하는 것”이 그 방법 중 하나다. 경제적인 이익 추구와 기독교인의 신앙이 양립할 수 없는 과제라고 느꼈다면, 이 책을 통해 해답을 찾아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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