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 유 아동심리] 건강한 가정을 만드는 조건

  • 입력 2019.05.08 18:59
  • 수정 2019.05.08 19:04
  • 기자명 유중근 한국애착연구아카데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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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의 달이라고 불리는 5월이다. 어린이날도 있고 어버이날도 있다. 법적으로 부부의 날(5월21일)도 제정되어 건강한 가정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하는 시기이다. 사실 건강한 가정은 부부의 친밀도에 따라 결정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부부가 친밀한가, 갈등이 심한가는 가정의 전체 분위기의 지표가 되기도 한다. 부부와 관련한 많은 연구에서 부부싸움이 부부의 정신건강은 물론 자녀의 정신건강에도 깊은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 증명되었다. 

예컨대, 연세대에서 진행된 한 연구에 따르면 우울증 환자들과 심리적으로 건강한 사람들을 비교 조사한 결과 우울증에 시달리는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아동 청소년 시기에 정서적 학대, 성적 학대, 신체적 학대, 방임, 부모갈등 경험 등을 더 많이 겪었지만 그중에서 유독 '부모갈등에의 노출'이 다른 요소보다 통계적으로 유의하다는 결과를 보였다. 즉 부부싸움은 자녀의 정신건강에 다른 요소들보다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친다는 의미이다. 
그렇다면 건강한 가정은 어떤 특징이 있을까? 단순히 부부싸움을 자제한다고 건강한 가정이 되는 걸까? 부부싸움을 자제하는 것이 자녀를 위해 할 수 있는 행동이라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은 소극적인 접근이다. 내면적이고 가족구조적인 변화 없이 단지 부부싸움을 하지 않는 것 자체만으로 건강한 가정의 지표가 되지는 못하기 때문이다. 건강한 가정에 대한 특징으로 다양한 조건들이 제시되어 왔다. 몇 가지 예를 들면 다음과 같다.

- 가족 구성원 간의 건강한 의사소통
- 스스로의 약점에 대한 인식과 수용
- 분명한 경계선
- 신뢰와 존중
- 함께 보내는 시간
- 좋은 갈등회복모델과 의사소통 기술을 통한 갈등 이후의 회복
- 일관적인 태도와 예측 가능하고 성숙한 행동
- 상호보완적인 배려

이 밖에도 건강한 가정을 이루기 위한 조건들을 생각해 보자면 얼마든지 열거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조건들을 모두 만족시키며 건강한 가정을 이루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이러한 조건들 바탕에 있는 원리를 생각하면서 각 가정의 상황과 환경에 맞는 각자의 조건을 지켜 가면 될 일이다. 

두 가지 기본 전제를 제시하려 한다. 첫째는 '완벽한 가정은 없다'라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 건강한 가정에 대한 절대적인 기준이 성립될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부유한 가정이든 가난한 가정이든, 양부모 가정이든 편부모 가정이든, 대가족이든 핵가족이든, 똑같은 상황과 조건에 있다 하더라도 각 가정에 따라 느끼는 행복이 다르고 만족감이 다르다. 상황과 조건에 관계없이 가족 구성원이 행복과 만족을 느낀다면 완벽한 가정이겠지만 불행과 불만을 느낀다면 깨진 가정으로 생각될 것이다. 그러므로 건강한 가정을 이루는 첫째 조건은 상황과 조건을 바라보는 건강한 시각 만들기에 있다. 건강한 시각이 선행되어야 건강한 의사소통도 가능해지고, 약점에 대해서도 본인은 인식하고 구성원은 수용하는 마음이 생기지 않을까?

둘째는 가족 구성원의 본래 마음을 살리도록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 역기능 가족의 대표적인 특징 중 하나는 한 사람의 절대적인 영향이 모든 구성원의 개성과 존엄성을 억압하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라는 것이며 특히 희생양이 생기는 구조이다. 이러한 가정의 분위기에서는 개인의 본래 마음이 성장하고 성숙하기 어렵다. 특히 어린 자녀는 부모에 대항할 수 없기에 부모의 마음 상태가 자녀에게 전달되어 부모의 잘못된 마음 상태가 성장하여 어른이 되어서도 부모의 영향을 벗어나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부부간에도 마찬가지다. 너무 강한 성격으로 배우자를 억압하는 가정에서는 상대 배우자 본연의 마음이 성장하지 못한다. 눈치를 보게 되고, 맞춰 주기에 바빠서 강한 성격의 영향이 배우자의 성숙을 방해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건강한 가정을 이루는 둘째 조건은 가족 구성원 본연의 마음이 성장하고 성숙할 수 있도록 가족 구성원의 입장을 배려하면서 서로 조화를 맞춰가는 노력이다. 그래야 구성원 각자의 마음에 있는 하고 싶은 말을 꺼낼 수 있고 감정도 표현할 수 있게 된다. 

두 가지 조건만 기억하면서 각 가정의 상황과 조건에 맞게 행동한다면 자연스럽게 위에 제시한 조건들을 충족시킬 수 있다. 심리학자로서 마음을 연구하다 보면 어린아이의 마음이나 어른의 마음이나 성장하고 성숙하는데 필요한 조건은 매일반인 것을 발견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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