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영철 칼럼] 세계라는 숲을 보여주자

  • 입력 2019.05.09 18:12
  • 수정 2019.05.09 18:19
  • 기자명 하영철 미래교육포럼 상임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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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우리는 세계가 시․공간적으로 가깝게 다가오는 시대를 살고 있다. 정치적 국경의 의미가 사라져가고 블록형 지구촌이 형성되고 있다. 지구 환경 문제, 국제 범죄 문제, 금융 문제 등을 해결하기 위한 글로벌 정부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는 오늘날, 한국이라는 나무만 바라보고 성장하는 우리 자녀들에게 세계라는 숲을 보여준다는 것은 매우 의미 있고 중요한 일이라 생각한다. 우리 자녀들에게 세상이 교과서이고, 세계가 학교이며 그들이 살아갈 미래의 삶의 터전이라는 생각을 갖게 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우리나라 학생들은 초․중등학교 시절에 교과서를 중심으로 세계를 배우고 있으나 이것은 세계를 그들의 가슴속에 심어주는 데는 미흡하다고 생각한다. 물론 근래에 와서 외국으로 어학연수나 유학을 떠나는 초․중등학생들이 있지만 소수에 불과하고, 해외 유학이나 단기간의 어학연수를 다녀온다고 해서 세계를 보는 안목이 잘 길러진다는 보장은 없다. 세계를 알기 위해서는 세계 각국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을 학습해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 가장 좋은 방법은 현지를 여행하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학교나 가정환경에 비추어볼 때 해외여행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렇다면 우리 자녀들이 쉽게 세계라는 숲에 접근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나는 그들에게 많은 시간과 돈을 들이지 않고도 학습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도상(圖上) 여행'을 권하고 싶다. 

첫째, 지구본과 세계 지도를 준비하자. 잘 찾아보면 집안 어딘가에 먼지를 뒤집어쓴 지구본이나 세계 지도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지구본이나 지도가 너무 오래된 것이면 곤란하다. 나라 이름도 바뀌고 지명도 계속 바뀌어왔기 때문이다. 얼마 전 문 대통령이 체코를 방문하며 체코슬로바키아로 발표한 일이 있다. 체코슬로바키아는 1993년에 체코와 슬로바키아 두 공화국으로 나누어짐을 몰랐기 때문이다. 새로운 지구본이나 지도를 구입하여 활용하자. 

둘째, 지구본이나 세계 지도를 보면서 대한민국을, 자기가 사는 곳을 찾아보게 하자. 넓고 넓은 세계에서 대한민국은 작은 나라, 그것도 반쪽으로 두 동강이 난 나라이다. 그 넓은 공간에서 ‘나’라는 존재는 점으로도 표시할 수 없음을 자녀들이 스스로 느끼게 하자. 

세 번째는 대륙별, 나라별 특징을 가능하면 재미있게 그리고 자녀들이 호기심을 갖도록 간략하게 설명한 다음 가보고 싶은 나라를 선택하게 하고, 선택한 나라를 여행하기 위한 계획을 각자 세우고, 그 나라를 도상 여행한 다음 서로 자기가 다녀온 곳의 여행 이야기를 하도록 하자. 이때 중요한 것은 여행 계획이 치밀해야 하고 도상 여행이지만 실제로 그곳을 다녀온 사람처럼 이야기할 수 있는 지식과 정보를 갖게 하는 것이다. 먼저 그 나라의 지형과 역사 그리고 현재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에 대한 지식을 습득하고 여행에 필요한 기본 정보를 얻도록 해야 한다. 여행지를 정하고 교통 기관, 교통비와 이동 노선, 값싼 음식점, 숙소 등을 찾는 것에서부터 일정별 여행 코스, 유적지의 역사적 의미, 빠뜨리지 않고 가봐야 할 곳과 그 이유, 나아가 그 나라 국민들의 삶을 간접 체험할 수 있는 계획과 실천 등 직접 가지 않고도 그 나라에 대하여 알 수 있는 여행 경험을 하도록 하자. 그리고 이 여행에는 자녀뿐만 아니라 아버지, 어머니를 위시하여 형, 누나 등 모든 가족이 각자 자기 나름의 도상 여행에 참여하도록 하자. 도상 여행은 초등학교 상급 학생 이상이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고 그것은 개인뿐만 아니라 두 자녀 이상이 협동하여 참여할 수도 있을 것이다. 초․중등학교에서는 담임교사나 관련 교과 교사가 수행평가의 일환으로 과제를 내어 개인이나 친구끼리의 협동 여행을 경험해 보게 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도상 여행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부모나 교사가 자녀나 학생들이 다녀올 곳에 대한 풍부한 지식과 정보를 갖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파리에는 프랑스 혁명을 기념하기 위해 세워진 에펠 탑이 유명하다는 정도로만 알고 있는 경우, 에펠 탑이 세워질 때 파리 시민들이 반대한 이유, 에펠 탑 설립 후 20년이 지나 허물기로 약속했으나 허물지 못한 이유, 그리고 오늘날 ‘에펠 탑 효과’라고까지 이야기되며 파리의 명물로 관광 수입을 얻게 하는 등의 이야기를 해줄 수 있어야 한다. 이탈리아의 피렌체에 가면 브루넬레스키가 지은 산타마리아 델 피오레 성당이 있는데 그 성당의 돔을 올리기 위해 어려움이 컸고, 브루넬레스키의 친구인 토스카넬리가 완성된 돔에 앉아 대서양을 바라보면서 항해를 꿈꾸며 그린 지도와 도표 등이 결국 콜럼버스의 손에 들어가 콜럼버스의 신대륙을 향한 항해가 시작되었다는 일화도 이야기할 수 있는 부모가 되어야 한다. 

일본인들의 친절성과 정직성, 미국 청소년들의 준법성, 중국 청소년들의 애국심, 핀란드 학생들의 배려심, 세계 지역의 종교 분포 상황, 자원은 풍부하나 가난하게 사는 나라, 자원은 없으나 선진국이 된 나라, 가난하지만 행복하게 사는 나라, 영어가 통하지 않는 나라, 영어를 국어로 사용하나 빈곤하게 사는 나라, 우리가 앞으로 개척해 나갈 대륙과 나라 등을 학습하게 함으로써 세계를 더 깊이 인식하고 앞으로 우리나라가 나아갈 길을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은 대단히 중요한 일이며, 그것은 '도상 여행'으로도 가능한 일이다.

아침부터 저녁 늦게까지 학교에서의 자율 학습과 학원 수강으로 시간이 없는데 언제 짬을 내어 이 같은 여행 공부를 할 수 있겠는가? 초․중등학교에서는 입시를 위한 공부만 해야 하고 그 결과 좋은 대학에 합격한 후 대학 시절에 세계 여행을 보내 자녀들의 안목을 넓히면 될 것이라는 생각을 하는 부모가 많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현재도 중요하지만 미래를 볼 줄 아는 안목이 있어야 한다. 자녀들에게 그들이 살아갈 무대는 대한민국이 아닌 세계라는 곳임을 깊이 인식시키고 세계라는 숲을 보여주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 이것은 이르면 이를수록 좋을 것이다. 그리고 경제적인 여유가 있는 부모들에게는 자녀들의 배낭여행을 권장하고 싶다. 나의 경험에 비추어보면 고등학교 1학년쯤이 가장 적기라고 생각한다. 개인별로 가기가 힘든 경우에는 학교에서 단체 배낭여행을 추진해 보는 것도 좋은 일일 것이다. 자녀가 혼자서 다른 나라를 여행하도록 허락할 부모는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배낭여행을 통해 단기간 어학연수보다 더 많은 경험과 어학 실력을 쌓을 수 있다. 육체적 고통 속에서 느끼는 부모에 대한 고마움, 언어가 소통되지 않는 곳에서 느끼는 조국애, 낯선 이들과의 교류 속에서 갖게 되는 미지에 대한 도전 정신 등의 교육적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자녀 혼자 보내는 배낭여행이 두려우면 학교나 다른 사회단체들이 실시하는 단체 배낭여행에 참여시키는 것도 좋다. 내가 모 남자 고등학교 학교장이었던 시절에 고등학교 1학년을 대상으로 유럽 단체 배낭여행을 추진해 본 경험이 있다. 이 같은 학생들의 해외여행은 학부모들의 관심은 크나 학교장으로서의 결단과 용기가 더 큰 문제였다. 학생들이 해외에서 그룹별로 '자유 여행(free tour)'을 하기 때문에 예측하기 어려운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두려움이 앞서 학교장으로서 결단을 쉽게 내리기가 힘들었다. 그러나 학부모들의 적극적인 관심과 배려가 있다면 개인이나 학교의 단체 배낭여행이 가능할 것이다. 학교에서 배낭여행을 계획하고 추진하려면 학부모들의 적극적인 협조가 있어야 하고, 학교장의 결단이 있어야 한다.

해외여행은 우리 청소년들에게 세계라는 숲을 보여주고 많은 것을 경험케 하는 매우 바람직한 일이다. 이것은 개인이나 국가의 미래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것이다. 따라서 부모는 자녀에게 직․간접 경험을 통하여 세계라는 숲을 볼 수 있도록 많은 관심을 기울였으면 한다.

하영철 미래교육포럼 상임대표
하영철 미래교육포럼 상임대표

Profile
現  미래교육포럼 상임대표
    미래로학교교육도우미 대표
    호남교육신문 논설위원
    대한민국 사진대전 초대작가

前  광주광역시 학생교육원 원장
    광주 KBS 남도투데이 교육패널

저서 <가정교육의 함정-오래>(2013):아동청소년분야 최우수상 수상(문화체육관광부)
      <생각을 바꾸면 학교가 보인다-영운출판> (2011),
      <학습력 증진을 위한 수업의 실제-형설출판사> (2010년)
      <아는 만큼 교육이 보인다.>-V.S.G Book (2009) 등 3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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