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 유 아동심리] 완벽한 엄마는 없다

  • 입력 2019.05.17 16:40
  • 수정 2019.05.17 16:41
  • 기자명 유중근 한국애착연구아카데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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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들을 대하다 보면 두 부류의 사람들로 나뉜다. 한 부류는 자녀 양육에서 일어나는 문제들을 모두 자기 탓으로 돌리는 엄마들이다. 그래서 해 준 것보다는 못 해 준 것이 생각나고 항상 자녀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있고 심할 경우 죄책감을 느끼기도 한다. 다른 한 부류는 자녀의 문제와 나는 상관없다고 주장하는 엄마들이다. 나는 지금까지 아이에게 필요한 모든 것을 다 해 주었기 때문에 나에겐 잘못이 없으며 잘못되거나 못 따라오는 것은 모두 아이 탓이라고 돌린다.

하지만 엄마가 희생하고 최선을 다한다고 해서 자녀가 완벽하게 성장하는 것도 아니고, 필요한 모든 것을 공급해 준다고 해서 아이가 언제나 만족하는 것도 아니다. 무조건 희생하고 잘 공급해 주는 것이 성공적인 자녀 양육으로 통하는 지름길이라면 아마도 자녀 양육은 지금보다 쉬운 일이 될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전혀 그렇지 않다. 물론 희생한 만큼 좋은 결과를 얻는 경우도 있지만 모든 경우가 그렇지는 않다. 오히려 그렇지 않은 경우가 더 많으며 최선을 다해도 자녀 관계에서 어려움을 겪는 경우도 있고 조금 허술한 듯 보여도 행복하고 재미있게 관계를 이어가기도 한다. 그렇기에 자녀 관계에서는 '인과관계'를 따지는 시각에서 벗어나는 것이 필요하다. 사실 인과관계를 따질수록 자녀는 본연의 마음을 찾아가는데 방해를 받을 수 있다. 엄마가 결과를 기대하며 자녀에게 원하는 결과를 바랄수록 자녀는 엄마의 틀에 맞추어 자랄 수 있기 때문이다. 

자녀문제를 자기 탓으로 돌리는 엄마들은 자신이 다른 엄마들보다 못해 주고 있다는 생각이 강하다. 다른 아이들과 비교하여 자신의 자녀가 열등하다고 느껴지거나 부족하다고 느껴지면 자녀를 향한 헌신의 강도를 높여 뒷바라지를 한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이 부류에 속한 엄마들은 자녀가 가진 장점과 가능성이 얼마나 큰가 보다는 늘 자신이 마음에 두고 있던 부족한 점으로 다른 아이들과 비교하며 걱정하는 특징이 있다. 물론 엄마라면 자녀의 재능을 모르는 바가 아니지만 이 부류의 엄마에 속하게 되면 자녀의 부족한 점이 미래의 삶에 미칠 영향에 집중하면서 불안과 걱정에 시달리게 된다. 이들을 면밀히 관찰하면 어떤 면에서는 강한 재능이 있고 다른 면에서는 부족함이 있는 자녀 본연의 모습보다는 자신의 헌신으로 자녀를 완벽하게 만들고자 하는 무의식적 의도가 숨어 있다. 

반면에 자녀의 문제는 나와 상관이 없고 자녀 탓이라고 말하는 엄마들은 어떤 문제든 자신과 연결하지 않으려는 특징이 강하다. 주로 엄마 자신이 자기중심적이어서 자녀가 처한 상황을 공감하지 못한다. 그리고 자녀와의 공감이 부족하다 보니 자녀가 필요로 하는 것을 채워주기보다는 자신의 기준에서 일방적으로 필요를 공급하는 경우가 많다. 게다가 공급에 대한 결과가 기대대로 나타나지 않는 경우 매우 혼란스러워한다. 이들은 기준과 기대의 틀에서 벗어나면 힘들어하면서 잔소리가 많다. 그렇다고 아이들을 사랑하지 않는 것이 아니다. 이들에게 아이들을 사랑하는 것은 자녀의 미래를 미리 준비시키는 것이며 자신의 기준과 틀에서 성장해야 성공할 수 있다고 믿는 것이다.

두 부류 모두 자녀를 잘 키우고 싶은 속마음에서 시작하지만 자녀의 입장에서는 그 속마음을 발견하기보다 갈등을 일으키기 쉽다. 그렇다면 완벽한 엄마들은 없는가? 답은 '그런 엄마들은 없다'이다. 사실 엄마들은 충분히 고달프다. 임신과 출산도 힘든 과정이지만 출산 이후 자기 몸 회복하기도 힘든데 갓 태어난 아기를 위해 모유를 먹이고 밤잠을 설치며 진을 빼는 돌봄을 제공한다. 아이들이 성장하면서도 마찬가지다. 아이 하나를 키우는 것도 힘들지만 둘 이상을 양육하는 일은 그야말로 중노동이다. 그러면서도 못해 준 것 같고 아이의 부족한 점을 보면 자기 탓 같다. 비록 공감력이 부족하고 자기중심적으로 돌보는 엄마라 해도 자녀를 향한 모성애는 형태가 다를 뿐 비슷하다. 그렇다면 완벽한 엄마가 아니라 '좋은 엄마'로 기능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

첫째는 이 세상에 완벽한 엄마는 없다는 사실을 인식하면서 나는 내 자녀의 엄마라는 '엄마 자신에 대한 수용성'이 필요하다. 자녀에 대한 최고 전문가는 아동전문가가 아니라 바로 엄마 자신이다. 엄마만큼 자녀에 대해 많이 알고 느끼고 경험한 사람은 없다. 그러므로 자녀에 대해 관찰과 성찰을 통해 좀 더 세심하게 알아가면서 부딪혀보고 소통해 보고 관계적 대안을 적용해 보는 것이 좋다. 전문가의 도움을 일차적으로 의존하기보다는 엄마로서의 자신감을 가지고 자녀문제에 직면하는 용기를 가져야 한다.

둘째는 완벽하게 양육하려는 생각보다 자녀가 좋아하는 엄마가 되려는 자세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엄마 자신의 생각보다 자녀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느끼려는 방향전환이 필요하다. 심리학자였던 위니콧은 '충분히 좋은 엄마'라는 개념을 강조했다. 그가 제시한 '충분히 좋은 엄마'란 처음에는 자녀가 엄마를 의존해야 하지만 성장하면서 엄마와 만든 안정감의 영향으로 엄마로부터 독립하도록 돕는 존재를 말한다. 결국 자녀가 좋아하는 엄마란 좋은 이미지가 자녀의 마음에 새겨져서 안정감을 느끼는 상태를 말하는데 좋은 이미지가 마음에 남는 과정은 아이들이나 어른이나 마찬가지다. 쉽게 말해서 어떤 사람들이 나에게 좋은 이미지로 남는지 떠올려 보면 이해가 쉽다. 보통 이런 사람들의 특징은 몇 가지로 압축될 수 있다. 

내 마음을 아는 사람, 말이 통하는 사람, 한결같은 사람, 만나면 기분 좋은 사람 등이다. 결국 자녀들이 좋은 이미지로 남기는 엄마의 모습도 이와 다를 바 없다. 자녀가 느끼기에 엄마가 내 마음을 알거나, 말이 통하거나, 한결같거나, 함께 있으면 기분 좋게 느껴진다면 그 엄마는 자녀가 좋아하는 엄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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