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력단절 예방 프로젝트] 경제적 능력이 여자에게 힘이다

앞으로 포대기를 두를 그녀들에게 한 마디 4

  • 입력 2019.05.13 15:16
  • 수정 2019.05.13 15:18
  • 기자명 김여나 여나(여성나눔)커리어 코칭센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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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육아에 전념하면서 자연스럽게 외벌이가 되었다. 그전까지는 모든 것을 내가 다 해결했다. 내가 돈을 벌어서 먹고 싶은 것도 먹고, 사고 싶은 것도 사면서, 나에 대한 투자도 했다. 그런데 육아를 하면서 처음에 그나마 위안(?)을 받을 수 있는 것은 내가 굳이 돈을 벌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그 돈이 만족할 만한 상황은 아니지만, 그래도 우리 세 식구가 그냥저냥 살아갈 정도는 되기 때문에 목숨 걸고 생계를 위해 돈을 벌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물론 그걸로 인해서 더 큰 문제들도 많지만...) 그런데 남편 돈 받아서 좋은 건 딱 몇 달뿐이다. 차라리 내가 나가서 일하고 말지... 하는 생각이 스멀스멀 올라온다. 그만큼 육아는 쉬운 일은 아니다.

처음 남편의 급여를 내 통장으로 받게 되었을 때는 내가 일하지 않고도 버는 불로소득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육아와 집안일을 하면서 그 일들에 대한 노동력을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고 느껴질 때도 많다. 그래도...사회생활하는 남편보다는 덜 스트레스받는 것이겠지... 하며 스스로 위로한다. 그리고 한동안은 남편을 불쌍하게도 생각한다.

그도 총각 때는 자신만을 위해서 쓰며 살다가 결혼했다는 이유만으로 처자식을 먹여 살리기 위해 일을 해야 한다는 생각에 안쓰러워서 그가 벌어온 돈을 제대로 쓰지 못한다. 내가 돈을 벌었으면 쓰는 돈의 단위가 틀렸을 것이다. 조금 비싼 것이라도 매달 들어오는 월급을 생각하며 질렀을 것이지만, 내가 경제생활을 하고 있지 않으니, 물건을 구입할 때마다 머릿속에 계산기를 달고 다닌 것 같다. 

나 자신을 위해 돈을 쓰게 되면 "다음에 사지 뭐... 급한 것도 아닌데..." "좀 더 저렴한 것은 없나?"하며 인터넷 쇼핑으로 시간을 투자해서 결국 가장 저렴한 곳을 찾아 구매를 하게 된다. 한편으로는 이러고 살아야 하나...라는 생각도 하면서 "그래도 아까 사이트보다 1000원 싸잖아."라고 스스로 만족하며 위로하기도 한다. 그 사이트를 찾느라 한 시간 버린 것은 생각하지도 않고...

그리고 내가 경제생활을 하지 않으면서 참는 것을 많이 배우게 되는 것 같다. 어떤 것이건 바로바로 사는 것은 없다. 고민하고 또 고민해서 구입한다. 길 가다 음료수 한잔 사 먹고 싶어도 '집에 가서 마시지...'로 바뀌게 되고, 매번 밖에서 외식을 했던 지난날과는 달리 집 밥을 선호하게 된다. 엄마들과 밥을 먹으면서 "기분 좋게 내가 쏠게." 라는 말은 쏙 들어가고 더치페이를 기본으로 하게 되며, 뭔가를 하나 사더라도 늘 계산기를 옆에 두게 되는 것 같다.
가끔은 더럽고 치사하게 느껴질 때도 많고, 내가 경제활동을 하지 않는 것에 대해서 자격지심을 느끼기도 한다. '이 사람이 내가 집에만 있다고 무시하나?'라는 생각으로 혼자서 힘들어질 때도 있다.

가끔 골드미스들이 말한다. "결혼하면 직장 그만둬야 할까 봐요...." 잘못된 생각일 수도 있다. 굳이 결혼과 동시에 일을 그만둘 필요는 없다. 그리고 아이를 낳았다고 해서도 일을 그만둘 필요는 없는 것 같다. 전업주부가 아이를 더 잘 키우는 것도 아니다. 워킹맘으로서 육아도 잘하는 사람들이 많다. 

어떤 선택을 하건 본인이 하는 것이지만, 나는 너무 쉽게 일을 그만두지 않았으면 좋겠다. 여성에게도 경제력이 있어야 한다. 세상에서 가장 힘든 것이 남의 주머니에 있는 돈을 내 주머니로 넣는 것이라고 한다. 일이 그만큼 쉽지 않다는 것이지만, 일을 그만두고 다시 새로운 일을 찾는 것은 더 쉬운 일이 아니다.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만 한다면 뭔가 할 수 있겠지...라는 생각도 있겠지만, 솔직히 그 일이 쉬운 일은 아니다. 웬만한 각오와 목표가 있지 않는 한 그 생활도 쉽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사표를 쓰기 전에 정말로 잘 생각해 봤으면 좋겠다.

남편에게 받은 급여로 만족하는 것은 딱 몇 달 뿐이다. 남자들 또한 나만 바라보는 여자보다 함께 경제력을 충족해 주는 여성들을 더 선호한다. 우리 어머니 세대만 해도 직장에서도 결혼하면 일을 그만두는 것이 당연시하게 생각되어졌던 때이다. 남편이 벌어다 주는 돈으로 적던 많던 간에 알뜰살뜰 살림 잘하고 아이만 잘 키우면 된다고 생각했던 시대기 때문에 가능했는지도 모르겠다. 지금은 오히려 남성들도 자신의 아내가 일을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더 많을 정도로 경제가 힘들어진 것은 사실이다.

우리 딸에게 늘 하는 말이 있다. "여자는?", "힘!!!" 우스갯소리이지만, 딸에게 여자도 힘이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딸 가진 엄마로서 딸에게 하고 싶은 말은 여자도 힘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경제적인 힘. 꼭 전문직 여성이 되라는 말은 아니다. 얼마를 벌더라도 자신이 스스로 혼자서 살 수 있는 경제적 힘을 갖추기를 정말로 희망한다. 

누군가에게 의지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나 자신에게 의지했으면 좋겠다. 스스로 설 수 있는 그런 사람이 되었으면 한다. 예전처럼 돈 때문에... 자녀 때문에 이혼하지 못하고 사는 사회도 아니다. 안 그랬으면 하는 바람이지만, 혹시나 이혼을 하게 되었어도 혼자서 잘 살 수 있는 여성이 결혼 생활도 행복하게 잘 하는 것 같다. 남편에게만 의지하는 것이 아니라, 남편도 아내에게 의지할 수 있다면 남편도 부담 없이 일할 수 있을 것이다. 남녀평등이라고 외치지만 말고, 경제적인 면에 있어서도 자립했으면 좋겠다. 그래야 힘이 생긴다. 이제는 여자도 힘이 필요한 시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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