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미 작가, 인사동 구구갤러리에서 초대전 'Circle 3' 개최

  • 입력 2024.03.19 17:42
  • 수정 2024.03.19 17:43
  • 기자명 설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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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3월 27일부터 4월 15일까지 인사동 구구갤러리에서 김영미 작가의 초대전이 개최된다. 

김영미 작가가 첫 개인전 이후부터 지금까지 이어오는 작업은 ‘긁기(스크래치)’ 기법을 활용해 캔버스에 상처를 입힘으로써 서정성을 불어 넣는 것이다. 

또한 2020년에 이르러서는 수많은 상처를 남긴 캔버스에 돌가루가 포함된 안료를 화면에 되풀이하며 바르는 행위를 통해 미안함과 안타까움, 고마움 등을 담아내고 재료의 물성을 드러내는 추상 세계를 펼친다. 

작품과 관련하여 김영미 작가는 “보는 이로 하여금 평안을 느끼고자 사람의 긴장을 풀어주는 색상으로 두 가지 이상의 색을 혼합해서 사용한다”고 말한 바 있다.

지난 30여 년간 심상의 세계를 추구하면서도 한 가지 스타일에 안주하지 않고 늘 새로운 매력을 발산한 김 작가는 이번 전시를 통해서도 김 작가만의 새로운 시도를 보여줄 전망이다.

다음은 윤진섭 미술평론가의 평론이다.

기하학적 구조에서 리좀적 구조로의 이행 

김영미 작가는 첫 개인전을 가진 1995년 이후 상당히 오랜 기간 심상의 세계에 빠져 자신의 독자적인 스타일의 작업을 모색해 왔다. <퇴적된 형상> 연작은 고인돌을 비롯하여 토기, 사람, 새, 동물, 봉분 등등 오래된 유적지에서 볼 수 있는 황토색 퇴적층을 연상시키는 화면이 두드러진다. 그런데 여기서 나의 눈길을 끄는 것은 김영미가 일관되게 구사하고 있는 ‘긁기(스크래치)’의 기법이다. 사실 이 긁기는 쌓임 즉, 퇴적을 전제로 한 행위인데, 바로 이 행위가 첫 개인전 이후 현재까지 양상을 달리하면서 꾸준히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김영미 작가가 화면에서 일체의 구상성을 배제한 것은 2020년에 이르러서 였다. 김영미는 돌가루가 포함된 안료를 화면에 되풀이 바르는 행위를 통해 오로지 재료의 물성을 드러내는 추상의 세계로 나아갔다. 수없이 덧칠돼 굳은 화면을 조각도로 긁어내는 이 반복의 행위는 그렇게 함으로써 화면의 내적 질서를 낳게 되는 것이다.

 

김영미 작가는 비선형적인 구조를 보이는 작품들을 대거 출품한다. 이제까지 보여 온 기하학적인 구조가 아니라 진로를 예측할 수 없는 비선형적이며 리좀적인, 즉 감자뿌리처럼 얽히고 설킨 모습을 보이는 작품들이다. 

우리는 김영미 작가의 작품을 보며 다음을 주목하지 않으면 안 된다. 즉, 물감층을 파내는, 즉 조각도의 행로에 따라 작품의 상(象)이 서로 달라지는데 김영미 작품의 요체는 바로 이처럼 물감의 적층을 파내는 손맛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감상자들은 서로 다른 색의 지층이 조각도에 의해 파내지거나 잘려나갈 때 드러내는 미묘한 색의 단층을 맛보게 될 것이다. 김영미 작가의 작품은 천천히 음미할수록 본연의 매력을 발산하는 그런 류의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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