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역사’를 기록하는 사람들입니다
최광석|(주)한국스테노 대표이사
(주)한국스테노는 우리나라 컴퓨터 속기시장을 이끌어가는 기업으로 우리나라 컴퓨터 속기시장의 선구자적인 기업이다. 현재 한국 스테노는 속기용역과 설립초기부터 한국스테노의 주력사업인 컴퓨터 속기 키보드 제조와 판매를 하고 있다.
2012년 12월 디지털방송 전환 완료와 더불어 케이블 텔레비전을 포함하는 112개 채널의 자막방송의무화 정책과 맞물려 속기시장은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되며 그에 따라 속기키보드의 필요성이 대두되어, 속기사들의 역할이 더욱 요구될 것으로 사료된다.
김여진 기자 evalasting56@epeopletoday.com
우연이 필연이 되다
최광석 대표는 라디오를 통해 '속기'를 접하게 되었다. 그가 고등학교 2학년일 때, 나이 차이가 많이 나던 큰 형님이 돌아가셨다. 장애를 가지고 있던 둘째형과 가족들을 돌봐야 했기에 공부를 더 한다던가 하는 생각은 사치였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기술원 양성소에 입소하여 기계제도기술을 배우고, 기계제도기능사를 취득하였다. 중소기업에 취업하여 근무도 했었으며 리어카 행상부터 시작하여 과일 유통 사업에도 뛰어들어봤다. 먹고살기 위해 무슨 일이던 닥치는 대로 열심히 했다.
그러던 중 군대에 가야했고, 부양식구들이 많았기에 단기사병으로 근무를 할 수 있었다. 병역을 필할 때 즈음, 최 대표는 라디오에 속기사 부부가 나와 하는 대담을 듣고 처음 '속기'를 알게 됐다.
수기 속기는 속기부호로 글을 작성한 뒤 다시 종이에 옮겨 적어야 하기 때문에 시간도 많이 걸리고 수기 속기사를 하기 위해서는 특별한 교육이 필요하다. 또한 익숙해지기까지 많은 시간을 필요로 한다. 반면 컴퓨터 속기는 특수 제작된 속기용 키보드로 낭독되는 것을 바로바로 받아 적을 수 있고 후에 간단한 수정을 하면 되기에 수기 속기보다는 훨씬 배우기 쉽고 작업시간도 훨씬 절약되는 장점이 있었기에 '컴퓨터 속기'를 접한 순간 '앞으로 우리나라 속기 문화가 바뀔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고 한다.
뜻이 맞는 동료 5명이 함께 사업을 시작하였다. 1992년 미국의 속기 키보드를 도입하여 한글화한 컴퓨터 속기 보급을 시작하였다. 그러나 미국의 키보드는 우리나라 한글을 적용해 속기하는 것에 어려움과 불편함이 많았고 이를 개선하기 위해 많은 시행착오를 거치며 노력한 끝에 1994년 한국형 속기 키보드 CAS를 개발하여 선보였다. 이후 컴퓨터 속기 키보드 시장 내 독보적인 점유율을 보이며 1인자로 자리매김하였다.
이후 한국 컴퓨터 속기는 괄목할만한 성장을 하게 됐다. 1995년도 국회는 속기사 공개 채용 시험에 최초로 컴퓨터속기사도 응시할 수 있도록 했다. 이 시험에 CAS 출신의 속기사 4명이 응시하여 전원 합격하였다. 이를 계기로 속기사가 활약할 수 있는 시장이 넓어졌다. 1980년대 전반에는 수필 속기사 300여명에 불과했는데 2012년 현재는 약 4,000여명(5,000여명 자격증 보유 추정)의 속기사가 등록되어 있고 활약하고 있다.
속기를 접하게 된 것은 우연이었으나 그 분야에 집중하여 차근차근 실력을 키웠고, 더 공부하고 발전시키려 했던 최광석 대표의 노력이 꽃을 피운 순간이 아닐 수 없다.
한국스테노, ‘속기’시장의 선두로 우뚝 서다
또한 1999년 자막방송이 시작된 후 3개 공중파 방송사의 자막방송 서비스의 용역업체로 선정되는 쾌거를 이루는데, 시연조건 98% 이상의 정확도, 자막 지연시간 4초 이내를 만족시키면서 방송사가 제시한 기준을 월등한 성적으로 통과한 유일의 기업으로 타 경쟁업체와 비교 불가한 실력 차이를 보이며 계약을 체결했으며 2012년 현재까지도 서비스 하고 있다.
물론 어려운 적도 많았다. 수차례의 부도위기를 넘겼고, 기술 특허 등등 끊이지 않는 경쟁회사와의 법적 공방 등 기업을 운영하면서 좋았던 일보다는 힘들었던 일들이 더 많았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그러나 최광석 대표와 한국스테노의 직원들은 회사 일에 집중하기 위해 노력했다. 법적 공방이 심해졌을 때, 봉급을 5개월 동안 지급하지 못한 적도 있다. 그러나 직원들의 자발적인 협조와 지지 덕분에 위기를 넘길 수 있었고 지금의 한국스테노가 있을 수 있었다.
또 한 번의 도약을 꿈꾸며
최광석 대표는 “우리 속기 키보드는 ‘역사’를 기록 합니다”라고 자랑스럽게 말했다. “물론 기업이기 때문에 경영을 통해 이윤을 내는 것은 굉장히 중요합니다. 하지만 단순히 이윤만 생각했다면 더 쉽게 사업을 했을 수도 있겠지요. 우리가 계속해서 새로운 모델을 개발하고, 속기사들이 활약할 수 있는 시장을 개척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속기가 활용될 수 있는 분야는 무궁무진하며 이것이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이 된다는 것이 이유입니다.”
최광석 대표는 시장이 확대되는 것에 발맞추어 지속적인 변화에 잘 대비하도록 할 것이라고 했다. 사용자 중심의 인터페이스로 키보드 개발에 지속적으로 힘을 쓰고 있으며 현재 스마트폰 거치대 등을 포함하는 새로운 키보드 개발 등 신기술과의 접목을 통한 새로운 기술, 제품 개발에 꾸준한 노력을 하고 있다고 했다.
최 대표는 한국스테노를 속기인 모두가 함께 운영하는 회사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현재 자막방송 속기 서비스는 저렴한 비용으로 서비스 중이다. 자막방송을 제일 필요로 하는 사람들은 청각장애인들이므로 그들에게 가진 재능을 나눈다는 생각으로 큰 이익을 내지 못하지만 자막방송 서비스를 그만 둘 수 없다는 것이 최 이사의 생각이었다. 또한 회사 수익의 일정 부분을 농아인 협회에 지속적으로 기부하며 재능기부를 통해 청각장애인들에게 계속적인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
우연히 접하게 된 ‘속기’는 최광석 대표의 삶의 중심이 되었고 보람이 되었다. 그는 자신을 ‘보수적인 경영자’라고 말한다. 한국스테노가 컴퓨터 속기키보드 시장에서 차지하고 있는 역할이 크기에 위험한 공격적인 투자나 위험한 모험은 피하고 싶다고 말하는 그의 모습에서 한국스테노의 사회적 역할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는 그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이러한 그의 흔들리지 않는 신념 덕에 우리나라 컴퓨터 속기 시장은 더욱 더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