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근호 화가의 장애를 품은 미적경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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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투데이 정근태 기자] = 장애는 살아감에 있어 많은 어려움을 주지만 미적경험을 공유함에 있어서는 큰 힘이 되기도 한다. 송근호 화백의 인생을 보면 그러하다.

경험의 사전적 의미는 '인간이 감각이나 내성을 통해서 얻는 것 및 그것을 획득하는 과정'이다.우리는 살아있는 생명체로써 환경 조건의 상호작용이 생활 과정에 내포되어 있기 때문에 '경험'은 매순간 계속 일어난다. 하지만 우리가 어떤 경험을 얻었다 하더라도 그것이 진정한 하나의 경험으로 구성되기까지는 미흡한 점이 있다.우리는 살아가면서 같은 경험을 수도 없이 한다. 그러나 같은 경험이 하나의 경험으로 통일되지는 않는다. 어제 내린 비를 보는 것과 오늘 내린 비를 보는 것이 같은 경험이 아닌것처럼 말이다. 이전에 일어났던 유의미한 경험에 새로운 경험이 수정되고 조절된다. 다시 말해 경험은 독립적이며 단편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고 새로운 경험 간에 끊임없이 재구성되고 재조직되기 때문에 같은 경험을 하더라도 그것이 진정한 하나의 경험으로 구성되는 것에는 무리가 있다고 할 수 있다.
우린 이렇게 매일 똑같은 경험이더라도 시간적 관계에 따른 이질적 감각을 통해 다른 시간을 살아간다. 이렇듯 감각은 경험을 가능하게 하는 능력이라고 말할 수 있으며 우리는 이 감각에 따라 순간의 경험을 토대로 성장해간다.
크게 감각이란 보고, 듣고, 맛보고, 냄새 맡고, 만지는 등의 조작을 통하여 사물을 감지하는 과정을 말한다.이러한 감각은 모든 지식의 근본적인 역할을 하는 것으로 사물을 아는 인식의 첫 형식으로 작용한다는 점에서 그 중요성이 높다. 
그렇다면 이러한 감각에 한가지라도 장애가 발생한다면 우리는 어떻게 될까? 제대로 된 경험을 하지 못하고 그로 인해 잘못된 성장을 하게 될까?
그렇지 않다. 인간은 하나의 감각을 통해서만 경험을 하지 않는다. 앞서 말한대로 인간은 오감을 통해 경험을 하고 또한 그 경험은 시간의 관계에 속해있는 감각과 혼합되어 우리가 알고 있던 경험과 타협하지 않고 또 다른 경험을 낳는다.이 때문에 하나의 감각의 장애가 있는 이들은 우리가 알지 못하는 경험을 토대로 성장할 뿐 잘못된 성장을 하는 것은 아니다. 반대로 일반인들이 느끼지 못하고, 경험하지 못하는 것을 경험함으로서 독특하고 색다른 느낌을 통한 새로운 시각을 일반인들에게 보여주기도 한다. 
이렇듯 일반인들과는 다른 경험을 토대로 한 이들의 이야기는 이 때문에 우리를 항상 경이와 놀라움 그리고 감동으로 가득차게 한다. 이 때문에 하나의 감각에 장애가 있는 이들의 미적감각은 상대적으로 일반인들보다 뛰어나다고 할 수 있다.
청각을 잃은 베토벤은 귀가 잘 들리지 않아 자연의 소리를 상상으로 악보화 시켜 '전원교향곡'을 만들어냈고,구족화가로 유명한 '앨리슨 래퍼'는 비너스상의 사진을 보고 스스로의 몸의 아름다움을 재발견한 후 기존에 사용했던 의수와 의족을 벗어 스스로의 몸을 예술로 형상화 시켜 세계 여성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송근호 화백의 차별된 미적경험
대한민국에도 이렇게 일반인들과는 다른 감각을 통해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삶의 따듯함을 들려주는 예술가가 있다.
2003년 11월 국제장애인 올림픽대회 유화부 국가대표를 획득하여 인도 뉴델리경기장 대회에 35개국이 참가하여 종합 우승을 차지한 송근호 화백이 바로 그다. 이 때문에 그는 2004년 4월 노무현 대통령 정부의 축하격려를 위해 청와대 오찬초대를 받아 참가하기도 했다. 그는 청각 2급 장애를 갖고 있다. 하지만 2004 국무총리표창(정부), 2005 한국전업미술가협회 공로패, 2006 한국예총표창(서울본부), 2007 대전광역시장표창(대전시청), 2009 한국전업미술가협회 공로상 등을 받으며 꾸준하게 많은 이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그는 자신의 작가노트를 통해 "나는 어려서부터 귀가 잘 들리지 않았다. 그래서 그림은 자신의 생각과 느낌을 자유롭게 나타낼 수 있던 하나의 창구였다"라고 밝혔다. 그에게 장애는 그에게 미적감각을 높이는 것 외에 다른 무엇이 되지 않았다. 그의 그림은 장애와는 관계없이 따듯하고 청량하다. 보통 장애가 있다고 하면 마음의 어두움이 자리잡고 있을것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그의 그림을 보고 있으면 작가 안의 마음이 얼마나 포근하고 깊은지 알수 있다. 
송근호 화백은 어려서부터 포도농사와 벼농사를 지었다. 봄, 여름, 가을, 겨울의 자연의 변화를 찾아 사계의 풍경을 캠퍼스에 담는 것을 가장 큰 즐거움으로 생각하며 자신에게 닥친 고난을 탓하지 않고 겸허하게 인생을 살아왔다. 이것은 30년을 지나도록 끊김없이 되풀이 되었다. 그의 그림에는 논과 밭이 있고, 스레트 집이 있는 시골풍경과, 산과 강이 있는 어촌 마을 풍경이 그려져 있다. 장애를 뛰어넘는 대단한 소재와 파격적인 발상을 갖은 작품은 아니지만 장애를 품고 다른 감각에 기대어 천진난만한 품성을 지닌 고운 마음이 작품에 그대로 나타난다. 
그는 "자연을 담아내며 내가 느낀 것은 자연의 진리, 마음 깊은곳의 공부, 잘잘못 등에 대한 반성이었다. 자연은 진실이며, 살아있다는 것 그리고 인간이 다시 되돌아가야 하는 평화로운 곳이라고 생각된다"라고 말한다. 
그의 미적감각은 이곳에서 가장 크게 발휘된다. 들리지 않는 그의 감각은 도시에 살면서 풍경을 찾아 나서는 풍경화가와 경험에서부터 차별화 된다. 같은 풍경을 그리지만 우리에겐 낯선점들이 몇가지 보인다. 많은 이들이 그리듯 그의 그림에 배경은 흔히 보이는 논밭과 집들과 산이 대부분이지만 형체의 표현이 많은 풍경화가들처럼 세련된 이미지로 다가오지 않는다. 그의 그림에는 조용한 깊이가 서려있다. 하지만 적막이 아니다. 이 익숙한 풍경들을 낯설게 느끼게하는 특별함이 있다. 바로 이것이 다른 화가들과의 차별화라고 말 할 수 있다. 그가 그리는 풍경에는 잡음이 없다. 이 떄문에 그는 형체보다 색채를 더 두드러지게 사용한다.
그의 색채는 자연을 거스름이 거의 없다. 새봄 속에 피어나는 연두빛깔의 작은 새싹들, 여름 안에서 강한 생명력을 자랑하는 무성한 녹음의 색, 가을 속에서 익어가는 풍요로운 황금색의 논, 겨울 안의 온 세상을 뒤덮은 하얀색의 순수한 눈꽃송이..
그런 의미에서 그의 작품은 보면 볼수록 자연에 대한 아름다움을 찬미하게 되고, 우리 시골에 대한 향수를 불러 일으키게 한다. 그의 그림안에서 자연의 힘찬 건강함을 느낄 수 있고 동시에 생명체가 움직이고 있지 않음에도 모든 생명체가 살아 숨쉬고 있는 조용한 온기를 느낄 수 있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누구나 마음속의 고향이 있다. 그것이 특정한 장소일수도 있고, 어떠한 상대일 수도 있다. 하지만 실제로 우리들은 고향을 품고 살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기적이고 개인주의로 뭉쳐져 있는 우리들에게 그의 작품은 우리에게 한 숨 고를 수 있는 여유를 줌과 동시에 시골 어느 한적한 곳에 고향이 없는 이들에게까지도 위안을 줄 수 있다.
앞서 말해듯 그가 다른 화가들과 차별화를 갖고 있는 것은 대상의 왜곡이나 변주보다는 표현하고자 하는 대상을 예리한 직선과 정교한 필치등 사실 기법으로 그려가고 있는 것 위에 전체적인 분위기와 맥락을 항상 정적과 고요가 흐르는 묘한 정감을 표출해 내고 있다는것이다. 김남주 미술평론가는 그의 그림을 "한낮의 오후가 막 지난 태양빛의 사각선 때문에 담장을 낀 그림자가 인상적이면서도 정적이 흐르는 정태적 모습은 작가의 자화상의 말함인가?"라고 평하고 있다. 세속과의 오염되지 않은 작가의 순수성만큼 그의 작품은 자연의 진실을 있는 그대로 전달하며 작가의 마음속에 도사리고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정직하게 그려가고 있는 것이 아닐까 싶다. 앞으로도 그가 보여줄 깊은 여유가 담긴 미적감각을 유유자적하게 느껴보고 싶다.
▲송근호 약력
. 대전 출생
. 69~70 홍익전문대학 수료
. 개인전 10회(서울.대전.충남보령)
. 해외단체전 1996~ (아라비아.터어키.멕시코.호주.중국.우즈벡.몽골리아.캐나다.일본.미국)
. 국제장애인올림픽 국가대표 획득(유화 2003)
. 국제장애인올림픽 국가대표 참가(2003.인도뉴테리경기장 35개국참가)
. 노무현대통령이  종합우승유공자들 축하격력을 위해 오찬초대참가(청와대)
. 사단법인 한국조형미술협회 상임부이사장
. 사단법인 한국전업미술가협회 자문위원
. 대전사생회 자문위원
. 사단법인 한국미술협회 대전지회 서양화 회원
. 사단법인 대한민국남부현대미술협회 초대작가
. 대전광역시 미술대전 초대작가
. 대한민국신미술대전 초대작가
. 사단법인 한국미술협회 서양화분과 심사위원 역임
. 한밭미술대전 운영 심사위원 역임
. 대한민국 여성미술대전 운영 심사위원 역임
. 대전팔경전 초대작가전 운영위원장 역임
. 사단법인 한국미술협회 이사
. 사단법인 한국장애인미술협회 서양화회원 (청각2급)
 
수상
. 2004   대한민국 국무총리 표창( 대한민국 정부)
. 2005   한국전업미술가협회 공로패
. 2006  한국예총 이사장 표창(서울본부)
. 2007  대전광역시시장 표창(대전시청)
. 2009  한국전업미술가협회 미술공로상
. 2010  한국전업미술가협회 공로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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