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재를 중시하는 세계적인 대학교 용접 연구그룹 수장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세헌 한양대 기계공학부 교수

 
 
[피플투데이 김선훈 기자] = 흔히 용접공이라 하면 일용직노동자, 용접하면 건설·토목계통의 3D업종을 떠올린다. 그러나 용접이라는 기술은 다양한 분야에서 사용되고 있다. 한양대 기계공학부 이세헌 교수는 용접 모니터링 및 용접제어시스템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는 전문가 중에 전문가다. 특히 자동차 차체에 적용되는 스폿 용접 및 레이저 공정의 핵심 기술을 보유하고 있어 세계적으로도 인정을 받고 있는 엔지니어(engineer)이자 석학(碩學)이다. 이 기술을 국가 주요산업인 자동차 생산라인에 적용시키고 실용화하여 우리나라의 산업발전에도 크게 기여하고 있다. 또한 교육자로서 후학들을 전공분야의 전문가로 양성할 뿐 아니라, 후배들의 자아성취와 사람으로서 성장하는데 길잡이 역할을 해주고 있다.
 

▲WPE lab 용접실험
“나는 용접하는 사람”
 
이 교수는 한양대에서 기계공학 학사, 서울대에서 기계설계 석사 학위를 취득하고, 1990년 미국 미시간 대학교의 세계적인 용접 석학 Kannatey-Asibu 교수로부터 용접 관련 박사학위를 취득 후 한양대학교로 돌아와 20여 년간 자동차 중공업 및 전자부품의 용접 공정을 연구해 온 용접(welding) 전문가다. 이 교수가 연구하고 있는 용접공정분야는 자동차뿐만 아니라 선박, 항공기, 전자부품에 이르기까지 제품을 생산하는데 꼭 필요한 생산기반공정중 하나다. 이 교수는 “기업에서 꼭 필요한 요소 기술 중 하나인 용접공정을 연구하고, 개발·발전시킨 기술을 기업으로 이전하여 기업의 생산공정에 성공적으로 상용화되면 엔지니어로서 자부심과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을 ‘용접하는 사람’이라고 말한다. 교수라는 사회적 지위에 기대는 것보다 한명의 용접 공학도·기술자로서 자부심과 열정을 갖고 있었다. 그의 용접공정에 대한 연구 열정은 아무도 막을 수 없었다. 과거 학위 과정 중 레이저를 이용하여 아크 현상을 측정하는 장비가 부족하여 육안으로 레이저 초점을 맞추다가 시력을 잃을 수도 있었던 위험한 순간도 있었다.

그의 열정은 곧 목표의식을 갖게 해주었다. 그는 귀국 후 학교에서 연구하며, 자신이 속한 한양대 용접연구그룹이 세계 최고 연구팀으로 거듭나게 하기 위해 젊은 날의 청춘을 바치며 쉼 없이 달려왔다. “94년에 10년 계획을 세웠습니다. 5년 후에는 국내 용접계를 리드하는 꼭 필요한 연구실이 되며 10년 후에는 세계에서 많은 사람들의 주목을 받는 연구실이 되고자 끊임없이 노력하며 연구와 후진 양성에 몰두해 왔습니다.” 이 교수의 연구그룹에서는 5년마다 홈커밍데이를 통해서 졸업생과 기업이 한 자리에 모여서 지난 5년간의 성과를 자축하며 졸업생들이 환담하는 자리를 갖고 있다. 최근 15주년 행사때에는 세계적인 용접 석학인 Kannatey-Asibu 교수로부터 업적에 대한 찬사를 보낸 영상편지를 통해 인정을 받게 되었다. 그의 용접에 대한 연구 열정과 뚜렷한 목표의식 그리고 자신을 믿고 따라주는 뛰어난 제자들이 있었기에 세계최고의 연구그룹이란 성과를 이루어 낼 수 있었다.


국가산업의 근간은 ‘뿌리산업’
 
그가 이렇게도 용접공정에 몰두하는 이유는 용접공정이 국가 산업 발전에 근간이 되는 생산공정, 즉 뿌리산업에 일부이기 때문이다. 특히 우리나라의 주요수출품목이 조선과 자동차 전자제품이라는 점에서 용접공정은 필수 기술이다. 이 교수는 “현재 우리나라의 뿌리산업은 상당한 위기에 몰려있습니다. 문제는 뿌리산업이 쇠퇴하게 되면 금형, 용접 등 생산기술에 필요한 주요 기술들이 점점 사라져 국내 생산라인의 회전이 멈출 수도 있습니다. 결국 현재의 영국처럼 금융과 서비스업에 의존한 불안한 경제구조가 될 수도 있습니다.”라고 말한다. 이에 덧붙여 “십 수 년 전만해도 생산기술을 개발하고 제작하는 기업가들은 엄청난 자부심을 갖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현재는 다들 사업을 접을 생각만 합니다. 그 이유는 국가차원에서 기술의 집약체인 첨단산업이 보기에도 좋아 보이고 미래가치를 창출할 것이라 기대하고 있어서 투자가 몰리기 때문입니다. 이런 이미지 때문에 학생들 역시 ‘Low-Tech’ 라 여기는 ‘Manufacture’보다는 ‘High-Tech’를 선호하는 현상이 발생하고 결국 인력 부족으로 뿌리산업이 쇠퇴하고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뿌리산업의 중요성을 부각하며 “현재 세계에서 기계기술 쪽은 일본과 독일을 제일로 인정합니다. 두 나라는 생산기술의 중요성에 대해 관심이 많았습니다. 끊임없이 제도를 개선하고 엄청난 장학금을 들여 인재를 육성했습니다. 이런 노력이 있었기에 두 나라는 엄청난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현재의 위치에 있게 된 것입니다.”라고 말하며 생산기술이 발전해야 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그만큼 산업에 근간이 되는 것이 생산기술이고, 이 교수는 그 중 하나인 용접공정분야에 대한 애착을 갖고 국가산업 발전에 기여하고 있다. 이 교수는 “현 정권의 주요정책 중 뿌리산업 육성이 포함되어 있어 다행이고 앞으로 후배들이 이를 기반으로 국가산업의 발전에 크게 기여할 것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단순히 좋은 기술을 개발해 기업에 팔아 개인 혹은 연구팀에 이득만을 바라보고 있는 것이 아니었다. 국가산업과 경제구조, 청년실업 등과 같은 경제문제차원에서도 한 명의 교육자로서 또 학자로서 걱정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비인기분야인 용접공정분야의 발전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인쇄전자 실험
 새로운 도전. “뿌리산업만큼 첨단산업도 중요하다.”
 
그 동안의 용접에 대한 열정과 노력으로 이세헌 교수의 용접분야에서의 연구 성과는 이루 말할 수 없다. 그는 뿌리산업인 용접을 하면서 첨단산업에도 눈을 돌렸다. “뿌리산업도 중요하지만 첨단산업 역시 매우 중요합니다. 뿌리산업이 현재의 가치를 창출한다면, 첨단산업은 미래의 가치와 국가경쟁력을 창출합니다. 그러나 현재 너무 첨단산업에만 치중되어 있어 뿌리산업의 중요성을 더 강조합니다.”라고 말했다.

이 교수가 본격적으로 첨단산업을 시작하게 된 것은 2005년 서울시에서 지원하는 대형 연구 과제를 수행하면서 인쇄전자분야라는 첨단산업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이 교수는 연구 분야를 옮기며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처음에는 용접하던 사람이 첨단기계분야에서 연구계획을 제시하니까 그 분야의 전문가들이 의아해 했습니다. 사실 전혀 다른 분야로 옮기는 것 자체가 쉽지 않을뿐더러 워낙 전문분야에 대한 색깔이 강해 연구 활동의 행동반경도 좁은 편이었습니다.” 라고 말했다.

그가 많은 어려움을 겪으며 도전한 인쇄전자 (printed electronics) 분야는 최근 디스플레이, 솔라셀, 리튬이온 전지, OLED 등을 제조할 때 필요한 기존의 공법을 개선하려는 연구를 통해 경쟁력 있는 제품을 생산해 내는 첨단 분야다. 인쇄전자 분야는 미래 지향적이며 우리나라의 미래를 이끌 중요한 분야이지만 기계, 화학, 재료, 전자 등 모든 분야가 복합적으로 연관이 깊어서 단독으로 연구가 불가능하다. 플라스틱 유연 기판을 전도체로 만들기 위해서는 기판에 전도성 잉크를 인쇄해야 하는데 여기서 중요한 공정이 건조 및 소결공정이다. 이 교수는 전도성 잉크를 유연 기판에 인쇄한 후 고속의 건조 및 큐어링한 후에도 전기적 혹은 기계적 특성을 향상시키는 연구를 해 오고 있으며, 최근에는 두 배에서 수십 배까지 향상 시키는 결과를 도출해 냈다. 이 결과는 산업체에 곧 바로 쓰일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현재 관련 특허를 갖고 있으며 주요 논문에 발표된 상태이다. 현재 연구실에는 박사 6명 석사 5명이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인생지침서
 
교육자로서 이세헌 교수는 사회에 처음 발을 올려놓을 졸업생들에게 항상 세 가지를 당부한다. 첫 째, ‘전문가가 되어라’다. “ 회사 입장에서 급여를 많이 줘도 아깝지 않을 만큼 전문성을 갖춘 꼭 필요한 인재가 되어야 합니다.”라고 말한다.

두 번째, ‘배려하는 마음을 가져라’이다. “전문성만 갖고 있으면 자신은 잘 먹고 잘 살수는 있습니다. 그러나 돈은 사람에게 쓸 줄 알아야 합니다. 빈부와 상관없이 베푸는 사람은 평생 베풀고, 받는 사람은 평생 받으면서 삽니다.”라고 말하며 베푸는 것을 가르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 번째로 ‘신앙을 가져라’ 말한다. “마음의 안식과 철학이 되는 신앙을 갖고 세상과 사람을 보는 눈을 키울 줄 아는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나는 유학시절 예수님을 영접했습니다. 내 인생과 삶이 바뀌고 영생의 축복이 시작되었지요.”라고 말했다.

이 교수가 말하는 세 가지 당부는 자칫 공학도로서 삭막한 인생을 걸을 수 있는 후배들에게 공학도 선배로서가 아닌 인생의 선배로서 그의 철학과 인생지침서를 이야기 해주고 있다. 이 교수는 ‘기술자’를 양성하는 것이 아닌 ‘사람’을 키우는 교육자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세헌 교수는 기독교 신앙을 통해 매사에 긍정적인 사고와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며 모든 일에 열정을 갖고 노력하며 살고 있다. 특히 국가산업과 국내 대·중소기업의 경쟁력을 위해 더 나은 기술 개발에 고심한다. 그는 교육자로서 공학도로서 항상 도전정신과 목표의식 그리고 개인적인 철학을 갖고 앞으로 나아가는 법과 때로는 뒤를 돌아보는 법을 알고 있다.

그는 사람을 중요시 하는 참 된 교육자이자 목표를 향해 쉼 없이 달리는 사람이다. 사람을 키우는 교육자로서, 기계공학분야의 유능한 박사로서, 또 희망을 베푸는 기독교인으로서 앞으로 써 나갈 ‘사람 이세헌의 역사’를 기대해 본다.
 
 
저작권자 © 피플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