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鄕)을 머금고, 아련한 향(香)을 음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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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미술계의 아이콘' 손문익 화백

[피플투데이 김선훈 기자] = 언젠가는 가야할 그 곳. 바쁜 현실이라는 커튼 뒤에 가려져 있는 오래된 기억. 마치 숨바꼭질하듯 숨어있는 보물. 바로 고향. 현대라는 시대의 오물에 더럽혀진 정서를 고향의 숨결로 정화시키는 감성적인 화가 손문익(孫文翼). 그는 차가운 색감조차 따뜻하게 느끼게 할 만큼 독특한 질감의 표현기법과 고향의 인심(人心) 같은 넉넉한 화면 구성으로 그리운 고향내음을 화폭에 담고 있다. 소년시절의 동심에서 향(鄕)의 풍경을 재구성하는 구상회화가 손문익 화백의 작품세계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 보았다.

정화의 그림을 그리는 ‘휴머니즘 화가’ 손문익 화백
 
영남 미술계와 구상회화가의 아이콘인 손문익 화백은 동화적 풍경과 단순하면서 순수한 감성과 같은 ‘인간성(Humanism)’을 담은 ‘향(鄕)’ 시리즈를 선보여 왔다. 손문익 화백은 “현대의 오염되고 답답한 시대에 아름다운 고향의 순수함을 표현해 현실에서 겪는 아픔과 슬픔을 치유하는 그림을 그리고 싶었습니다.”라고 말했다. 그가 그림을 통해 보여주고자 하는 것은 고향의 풍경을 표현한 작품을 통한 치유 혹은 정화다.
 
신항섭 미술 평론가는 손 화백의 그림을 감상하고 “황금빛 들판, 마을 언덕, 슬레이트 지붕, 꽃과 나무, 새와 달 등이 어우러진 풍경은 더 없이 평화롭다. 넉넉하리만큼 간결한 화면 구성은 여유롭고, 절제된 색과 단순화된 이미지의 구성은 조화롭다. 무수한 점으로 덥히는 화면의 구조는 투박하면서도 견고한 고향 빛 흙벽과 유사하다. 여러 겹의 색층으로 다져지는 마티엘은 화면의 깊이감을 부여하고, 환상적인 분위기를 연출한다. 점묘법에 의한 중간 색조의 이미지는 아늑한 유년시절의 추억을 아지랑이처럼 피어 올리는 기능을 한다. 동화적인 환상과 꿈을 내포한 그의 그림은 각박한 현대인의 가슴을 따스하게 감싸 안는다”고 평한 바 있다.
 
鄕, 현대인이 꿈꾸는 이상향
 
손 화백의 그림은 현실이라는 공간속에서 어지럽혀진 현대인의 마음속 잊혀진 고향에 대한 짙은 농도의 그리움과 갈망을 풍경의 재구성을 통해 표현하고 있다. 그가 그림에서 표현하고자 하는 고향은 고향 그 자체가 될 수도 있고, 현대인이 갈망하는 자유 혹은 자연의 순수함이 될 수도 있다. 또한 삶의 희망이 될 수도 있으며, 현실에서 추구하는 목표 등과 같은 모든 이의 이상향이라 말할 수 있다. 이러한 이상향을 투영시킨 달과 새 그리고 꽃이라는 3가지 피조물은 또렷하지만 애잔한 분위기와 따뜻하지만 아련하게 시린 느낌을 표현하고 있다. 손 화백은 달, 새, 꽃이라는 몽환적인 피조물을 그려왔다.
 
손 화백은 “‘달’은 나 혹은 우리가 지향하는 세계, 사모하는 동경의 대상입니다. 또한 사랑의 집합 장소이기도 합니다. 남녀 간의 사랑뿐 아니라 가족, 친구, 타인과 사랑을 나누는 장소가 될 수도 있습니다. ‘새’는 사랑 그 자체입니다. 또한 사랑의 장소(이상향)인 ‘달’을 향해 날개 짓을 하는 우리네를 표현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꽃’은 현재의 아름다운 환경을 표현합니다. 현재의 긍정적인 부분을 아름답고 예쁜 꽃이라는 대상을 통해 삶의 아름다움을 표현하고자 했습니다. 또한 ‘새’가 언제든지 내려와 쉴 수 있는 쉼터이기도 합니다.”라고 말한다.
 
향(鄕)을 향해 가는 길은 고단할 수 있지만 혼자가 아닌 짝의 동행, 위안이 되는 대상만 있다면 희망에 부푼 현재가 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또한 단순히 그림을 그리는 것이 미적 감성만을 채우는 것이 아니라 인간 본연의 성질과 자연의 본질적인 아름다움을 통해 현재를 투영함으로서 삶의 희망과 이상향에 대한 ‘이야기’를 심미안적 관점에서 전달하고 있는 것이다.
자연의 양막(羊膜)속에서 감수성을 키운 ‘시골소년’
 
경상북도 영천 태생의 손문익 화백은 흔히 말하는 ‘시골아이’였다. 어린 시절 도시 건물에서 얻을 수 있는 문명의 위대함을 느끼는 대신 자연의 순수함과 아름다움, 그리고 따뜻함을 양식 삼아 풍부한 감수성을 키우며 성장했다. 시골의 자연이라는 양막(羊膜)속에서 그의 감수성은 충분한 영양분을 공급받고 보호 받았다. 그는 어린 시절부터 유난히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했고 소질을 보였다. 손 화백은 중․고등학교 시절 각종미술대회에서 상을 휩쓸며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이후 자신의 능력을 키워가며 화가의 꿈을 위해 영남대학교 미술대학에 진학해 본격적으로 자신의 미술철학을 구성해 나갔다. 졸업 후 대학 강단에서 약 8년간 강의하며, 지금까지 전업 작가의 길을 걸어왔다.

손 화백은 작가의 삶에도 충실했지만 다양한 문화센터에서 제자들을 지도하면서 후학양성에 앞장섰다. 특히 화실을 운영하며 올해로 33주년이 되는 ‘석미회’라는 문하생 단체를 만들어 관리해 왔는데, 33년 동안 배출한 문하생만 해도 수천 명에 이른다. 또한 영남지역의 다른 향토작가와 대한민국 미술계의 다양한 인사들과 교류하며 자기 개발을 끊임없이 추구해 왔다. 이러한 활동과 실력을 바탕으로 개인초대전 35회라는 국내 최다 개인전 횟수를 보유할 수 있었다. 그는 38년이라는 시간동안 자신의 역량을 바탕으로 영남지역에서 왕성히 활동하여 영남미술계의 ‘중핵’으로 인정받는 향토작가이자 구상회화의 대부로서 자리매김 하게 됐다. 또한 구상작가회·대한민국회화제의 운영위원과 대구전업작가회 명예회장 등을 역임하며 미술계의 발전에도 노력하는 화가로 인정받는 인물이기도 하다. 그는 “앞으로도 꾸준한 창작활동과 미술교류를 통해 왕성한 활동을 이어나갈 것입니다”라고 말했다.

올해 역시 그의 미술인생은 쉼 없이 달릴 예정이다. 손 화백은 당장 대한민국 대표 미술정론지 미술세계(美術世界)의 창간 30주년 기념 특별초대전에 참가한다. 손 화백은 미술세계가 선정한 우수 지역작가로 초대받아 4월 16일부터 29일까지 인사동 미술세계 갤러리에서 기획초대전을 갖는다. 이번 전시기간 중 23일 정식 오픈식을 예정되어 있어 손 화백을 직접 만나볼 수 있다. 이와 동시에 4월 17일부터는 성남아트센터에서 열리는 남송국제아트페어(Namsong International Art Fair)에 참가하여 부스초대전을 갖는다. 주로 대구에서 활동하는 손 화백의 그림을 서울과 수도권지역에서 직접 감상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이 외에도 올 해 그룹전과 개인초대전 등 다양한 활동을 통해 독자들과 소통할 계획이다.

미술은 인간의 미적 감각을 표현하는 기술이다. 그러나 예술은 작가의 내면세계와 세계관 혹은 전달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풀어 보여주는 것이다. 예술을 미술이라는 도구로 표현해 내는 것. 그것이 진정한 화가라고 할 수 있다. 늘 향(鄕)에 대한 이야기를 자신의 연대기에 따라 새롭게 풀어낸 손문익 화백. 동적이면서 고요하고, 정적이면서 생동감 있는 그림을 통해 때로는 한 편의 서정시 같으면서 서사시 같은 작품을 감상하다 보면 나도 모르게 그림 속으로 퐁당하고 빠지게 된다. 보는 이를 흡수해 버리는 마법 같은 그림은 감상자로 하여금 동화 속 주인공이 된 것처럼 설렘을 느끼게 한다. “화폭에 칠하고 싶은 것은 물감이 아니라 따스함을 칠하고 싶다.”, “인간 본연의 미(美)를 통해 정화하는 그림을 그리고 싶다.”라고 말하는 손 화백의 그림에는 ‘휴머니즘’이 그대로 담겨있다. 인터뷰를 통해 만난 그는 정말 인간적이고 따뜻한 사람이었다. 그의 향토미술과 구상회화의 발전을 위한 미술가로서의 행보와 ‘휴머니즘’을 담은 작품을 통해 앞으로 더 많은 사람들의 마음이 정화되기를 기대해본다.

▶2014 남송국제아트페어(Namsong International Art Fair) 손문익 개인부스전 :  성남아트센터 4.17 ~ 미정
▶월간 미술세계 창간 30주년 기념 특별초대전(지역작가 기획초대전) : 인사동 미술세계갤러리 4.16 ~ 4. 29 (오픈식 2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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