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우방의 기와 이야기(1)] 불교사찰 건축의 꽃, ‘기와’

  • 입력 2022.10.12 08:01
  • 수정 2022.10.12 17:53
  • 기자명 강우방 일향한국미술사연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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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와는 진흙으로 구워서 만들어 목조건축의 건립과정에서, 단청과 함께 마지막으로 완성 단계가 ‘기와 얹기’이다. 기와는 삼국시대 불교가 중국에서 전해지면서 예배 공간으로 5~6세기에 사찰이 건립되면서 기와도 만들어져서 기와의 역사는 매우 길다. 만일 기와가 금으로 만들어졌다면 사람들은 깊은 관심을 보일 것이지만, 흙으로 만들어지고 깨지기 쉬어서 그다지 귀하게 여기지 않는다. 나는 건축을 인문학적으로 접근한 세계 최초의 학자이다. 건축학은 원래 공대에 속해 있어서 공학적 접근만 시도하여 온 것은 동서양이 같다. 

길이 30.1cm, 높이 6.9cm, 국립경주박물관 소장
길이 30.1cm, 높이 6.9cm, 국립경주박물관 소장

2000년에 국립중앙박물관에서 퇴임하고 곧 이화여대 강단에 서면서 학문적 큰 변화가 일어났다. 모든 장르에 눈뜨게 되면서 기와에도 눈을 떠서 학회에서 발표해 왔지만, 기와가 갖는 상징이 너무 커서 사람들의 지식의 한계로 말미암아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같다. 한국학자들은 여전히 일본 학자들의 연구 성과를 따르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일본의 학계에서 발표하여 오류를 고치면, 우리도 따라갈 것이라 생각하고 일본 학계를 공략했으나 그들도 마음의 문을 열지 않았다.

기와는 지붕 형태에 따라 여러 가지 모양을 띠고 있는데 가장 많은 기와가 ‘암키와’와 ‘수키와’ 두 가지다. 그런데 수키와 가운데 둥근 끝부분을 막아서 깊은 상징을 보여주는 문양을 표현하여 수직을 이루고 있어서 ‘수막새’라 부른다. ‘암키와’는 포물선을 이루는데 끝을 막아서 역시 상징이 깊은 문양을 표현하여 ‘암막새’라 부른다. 그러므로 목조건축을 앞에서 바라보면, 문양을 표현한 둥근 기와와 역시 문양을 새긴 포물선 모양의 암키와가 연이어 있는 것이 보인다. 삼국시대 기와와 통일신라기와를 다룰 것인데, 남아 있는 목조건축은 없으나 넉넉히 복원해 볼 수는 있다.

우선 7세기 중엽 통일신라시대 초기의 암막새 한 점을 선정하여 살펴보기로 하자. 통일신라 때에는 월지月池라 불렸던 연못에서 발견된 기와다. 한눈에 익숙한 포도가 보인다. 그래서 학계에서는 ‘포도당초문’이라 부른다. 그리되면 암막새가 지니는 깊은 상징성을 사라진다. 차차 알게 되겠지만 이 암막새의 문양은 포도가 아니다. 이 연재가 끝날 때쯤 여러분은 나의 말을 이해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왜 이러한 문양을 암막새에 새겼는지도 알게 될 것이다. 이런 문양은 수막새에 새기지 않는다. 문양을 장식적으로 마음대로 새긴 것이 아니고 반드시 표현 원리에 의거했음을 알게 될 것이다.

 

 

잘 보이지 않는 문양들의 전개과정이 분명하게 보이도록 내가 개발한 것이 ‘채색분석법“이다. 어떤 문양이든지 한눈에 파악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처음으로 알아내고, 전개과정이 있다는 것을 알아내어 시작과 끝이 있음을 알고 갖가지 색으로 알기 쉽게 단계적으로 채색하여 보일 것이다. 전개 과정을 단계적으로 채색하며 살펴보자. 사진에 표시한 용어들은 내가 찾아낸 중요한 조형들로 원래 이름이 없는 것을 명칭들을 만들어 적어놓았으므로 자세히 살피면서 따라오시기 바란다. 바야흐로 새로운 세계가 밝혀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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