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화와 팝아트, ‘팝민화’의 새로운 탄생

양유미 작가 임채은 기자l승인2022.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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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분방하고 해학적인 그림인 민화는, 옛사람들의 일상과 정서를 잘 드러낸다. 이러한 민화를 팝아트의 느낌을 살려 더욱 세련된 모습으로 대중에게 선보이는 작가가 등장했다. 양유미 작가는 주변의 감정을 포착해 정감 어린 민화로, 또는 감각적인 팝아트로 경쾌하게 그려내는 ‘팝민화’ 작업을 해오고 있다. 양유미 작가의 감정과 심리는 색으로 표출되어 소멸하며, 동시에 그림으로 남는다.

죽음을 생각하며 벼랑 끝에서 시작한 그림, 끝까지 가고파
고등학생 시절, 미술 선생님의 지원을 받아 화실을 다니며 미대생의 꿈을 품고 있었던 양유미 작가는 가정형편상 그림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긴 시간동안 그림에 관한 갈증을 포기할 수 없었던 양 작가는 결혼 후 생계를 위해 요식업에 종사하면서도, 포기하지 않고 짬짬이 그림을 그렸다고 전했다. 캔버스 대신 골판지나 상자 위에 그림을 그려오기도 하고, 버려진 이젤을 가져와 사용하기도 했다. 이후 절망의 순간에 인연을 맺은 민화·한국화 스승의 영향을 받으며 어깨너머로 그림을 독학해 지금의 작가 인생을 시작했다.

“벼랑 끝에서 시작한 게 그림이었던 거예요. 마흔 초반에 사업 실패로 주저앉고 좌절하기도 했지만, 시간이 지나 돌아보니 지금 내 나이는 스무 살이라는 생각으로 20년의 긴 시간을 데자뷔 현상을 겪듯 다시 사는 기분입니다. 이제야 시작했으니 끝까지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어린 시절의 꿈을 이제 펼칠 수 있구나, 이런 마음으로 그림을 그려오고 있습니다. 꿈을 이루기까지의 많은 어려움이 오히려 힘이 된 것 같고, 50살이 넘은 지금도 그 꿈을 위해 가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잘 버틸 수 있었던 건 그림 덕분이었던 것 같습니다.”

 

 

일상으로부터 시작된 ‘팝민화’
양유미 작가가 개성있는 팝민화 스타일로 그려내는 그림의 소재는 주로 ‘일상’이다. 양 작가의 그림을 보다 보면 작가 특유의 세밀한 관찰력과 소재를 적재적소에 배치하는 표현력이 돋보인다. 예를 들어, 그림 중 얼굴에 입이 없는 인물화는 인간관계에서 상처 받은 경험을 토대로 그려낸 것이다. 이는 각기 다른 관객의 시선과 감정 상태에 따라 입 모양을 상상할 수 있는 여지를 준다. 또한, 아버지의 자살에서 기인한 슬픔과 분노의 감정을 색채로 극대화한 주요 작품, <빨간지구에서 파란하늘을 꿈꾸다>는 암으로 세상을 떠난 양유미 작가의 사촌 언니를 떠올리며 2년 만에 완성한 작품이다. 양 작가는 자신의 멘토였던 황사·대기 분야 박사였던 사촌 언니가 제시해 준 스토리의 방향을 소재로 하여 기후·환경에 관련한 사회적 이슈를 그림으로 표현하고, 사촌언니가 캘리그라피로 써낸 문구를 제목으로 붙였다.

“민화의 고전적인 부분이 현대 스타일과는 거리감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무서운 호랑이가 팝아트 스타일과 만나면 분위기가 잘 맞을 것 같았습니다. 제 그림을 보면 나름대로 스토리가 있어요. 임플란트 후 음식을 먹을 때마다 가짜 이를 빼내는 분을 보고 그린 <이 빠진 해골>이라던가, 제가 손주와의 첫만남을 그린 호랑이 그림이라던가. 소재와 구상, 구도를 내는 데에 시간을 많이 쓰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그리고 싶은 것들을 그리면서 팝민화 스타일을 연구해나갈 생각입니다.”

 

 

그림과 함께 살아가다
양유미 작가는 여전히 생계를 위해 고군분투하며 그림을 그리고 있다. 그녀가 특히나 좋아하는 피카소처럼, 그리고 팝아트의 대가 앤디 워홀처럼 대중들에게 인식되는 그림을 그리는 것이 양 작가의 소망이라고 전했다. 그리고 싶은 것과 대중들이 원하는 것 사이를 오가며, 하나의 패턴을 고수하지 않고 다양한 작품 스타일을 소화해내고 싶다는 양 작가의 바람이 이루어지기를 기대한다.

“예술을 하며 살아간다는 건 쉬운 일은 아닙니다. 그래도 꿈이 있어서 행복합니다. 전시를 통해 그림을 세상에 선보일 때 어린 관람객들을 보면 나도 누군가에게 꿈을 줄 수 있구나, 하는 생각에 마냥 행복해집니다. 그림이 판매될 때도 그렇고요. 열 명의 사람 중 아홉 명이 나를 힘들게 한다고 해도, 한 명의 관객이 좋아해 주시면, 그것만으로도 계속해나갈 수 있는 원동력이 되는 것 같아요. 앞으로도 계속 팝민화 스타일의 그림을 그리면서 기회가 된다면 아트페어에도 나가 볼 계획입니다. 또, 캐릭터 이모티콘 작업 등 여러 가지 상업 예술을 구상하고 있습니다. 뒤늦게라도 시작한 그림, 끝까지 해서 꿈을 이루고 성공하고 싶습니다.”

 


임채은 기자  notalklaton@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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