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회복의 메커니즘, 자존감 발견의 싹을 틔우다

조수연 ㈜호시담 대표 / 상담심리전문가

  • 입력 2020.02.26 10:51
  • 수정 2020.02.26 14:41
  • 기자명 박예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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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복되는 일상에서 찾아오는 무료함, 기계처럼 일만하는 삶에 지친 이들이 늘고 있다. 어디론가 훌쩍 떠나버리고 싶은 충동과 퇴사욕구를 느끼기도 한다. 이러한 시기가 반복되는 것을 삶에 찾아오는 권태기라 하여 ‘삶태기’라 부른다. 

왜 이들은 퇴사욕구를 느끼며 젊음을 착취당하고 인생을 소모하고 있다는 생각을 갖게 되는 것일까. 이에 마인드케어 전문기업 ㈜호시담의 조수연 대표는 개인이 가치를 인정받고 내면에 숨어있던 자존감의 씨앗을 발견하고 싹이 트길 바라는 마음으로 호시담의 문을 열었다. 

호시담은 누구든 잠시 쉬어갈 수 있는 쉼터로 상담센터에선 일반 상담을 진행하는 한편, 조수연 대표는 기업 현장을 찾아다니며 기업의 조직진단, 직원들을 위한 스트레스 매니지먼트 강의, 임원 코칭 등 상담의 전문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좋은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 '호시담(好時談)'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 유명한 말이 있다. 많은 사람들이 조직 내에서 자신의 가치를 인정받고 싶어 한다. 하지만 어느 순간 매너리즘에 빠져버리게 되고 스스로가 일만 하는 기계로 전락해버리고 만다. 

조수연 대표는 이러한 조직 내의 어려움을 바로 알고, 더 나은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조직몰입도와 회복탄력성을 주제로 조직원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강의를 진행하고 있다. 개인이 살아나야 조직도 함께 살아나며, 조직이 원하는 것이 개인에게 올바르게 전달될 때 비로소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사람은 기본적으로 훌륭함을 지니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 훌륭함을 발현시킬 수 있는 환경이나 여건이 되지 않아 발견할 수 없었던 것이지요. 제가 호시담에서 추구하고자 하는 바는 개인의 ‘자존감 발견’입니다. 상담은 ‘나 다움’을 찾아가는 과정이고요. 아픔을 바로 잡으려고 하거나 성장하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누구든 아픈 상처는 가지고 있기 마련이고, 그것을 제대로 회복만 한다면 성숙하게 매듭지을 수 있어요. 직업적인 측면에서도, 개인이 오직 돈벌이를 위해 일을 한다고 생각하지만 자신이 몸담고 있는 분야에 있어 전문가였다는 사실을 깨닫게 하는 것이 제 역할입니다. 오랜 시간 놓쳤던 진정한 ‘나의 가치’를 마주하게 되는 것이지요. 더 나아가 기업에 임원들에게는 조직원들과 원활한 공동체 생활을 이어갈 수 있도록 리더십 코칭 등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단어의 재해석’에 대해 초점을 맞추고 있는데요. 예를 들면, ‘관심’과 ‘감시’라는 단어를 보면 비슷한 듯 다른 느낌을 주지요. 리더가 조직원을 지켜본다는 전제 하에 관찰한다는 점에서 비슷하지만 한쪽은 애정이 담긴 의미와 긍정적인 느낌을 주고, 한쪽은 불신과 함께 매우 부정적인 느낌을 줍니다. 이 미묘한 차이를 깨닫는 것만으로도 관계 회복에 큰 도움이 됩니다.”

이와 관련, 상담사인 동시에 한 기업의 리더인 조수연 대표 또한 건강한 조직문화를 만들고, 직원들의 동기부여를 위해 호시담 만의 특색 있는 문화를 만들어냈다.

"직원 채용에 있어 호시담 만의 독특한 문화가 있습니다. 바로 지원자가 면접관에게 반드시 질문을 해야 한다는 점인데요. 일반 회사의 경우 임원들이 질문하고 지원자들이 응답하기 마련인데 호시담에선 지원자가 면접관에게 질문을 해야 합니다. 본인이 지원한 직장에 대해 전혀 궁금한 점이 없을 수는 없지요. 또, 면접 다음날까지 지원자는 회사로 면접결과를 통보합니다. 일종의 면접 소감 같은 것이지요. 직접 면접을 해보니 회사의 가치관과 본인의 가치관이 부합하지 않을 수도 있고, 너무나도 다니고 싶은 직장일수도 있으니까요. 어느 곳에서도 회사가 한 번도 개인에게 결정권을 주지는 않지만, 호시담에서 만큼은 내가 회사를 면접 본다는 느낌으로 이 회사와 일 해줄지 말지를 결정하는 것입니다."

 

다양성을 지닌 100% 전문가 집단
2018년 문을 연 호시담은 현재 성북동점, 선릉점, 역삼점 등 3개 지점의 상담센터와 더불어 호시담 연구소, 호시담 아카데미 등과 함께 운영되고 있다. 호시담 연구소에서는 맞춤형 심리검사 개발, 프로그램 개발 및 운영, 조직진단 컨설팅, 연구 용역 등 공공기관과 기업의 조직별 특화된 프로그램 및 진단 등 맞춤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호시담 아카데미에서는 기업교육을 위한 신입사원 교육, 승진자 교육, 역량 강화 및 스트레스 관리, 의사소통 역량 등 차별화된 심리 콘텐츠를 활용한 기업 강연을 활발히 펼치고 있다.

호시담은 석·박사 이상의 전문가들로 구성돼 있으며 상담 프로그램 50여 종 모두 자체 개발해 진행하고 있다. 또한, 상담과 연구를 병행하거나, 상담과 강의를 병행하는 등 다양한 장소에서 많은 사람들과 소통하는 다양성을 추구하는 상담사들이 모인 곳이다. 

“상담을 받는다고 하면 마치 죽을 만큼 힘들고, 안 좋은 사연을 지닌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부정적 인식이 여전히 만연해있습니다. 상담은 일종의 자기계발이라고 생각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고객은 재화를 투자해 내 속의 나를 만나고, 약 50분 동안 상담사는 좋은 관계 경험을 서비스 항목으로 제공하는 것이지요. 다만, 외과 수술과 비슷하다고 생각합니다. 상처가 곪으면, 곪은 것은 제거한 후 새 살이 돋아날 자리를 만들어야 하니까요. 고객들의 아픈 이야기 속을 잘 들여다보면 결국은 행복하기 위해 고군분투했던 시간들이 보입니다. 상처하면 무조건 나쁜 것이라고 생각하고, 제거해야 할 대상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이러한 상황을 문제라는 표현보다 ‘어려움’이라고 표현합니다. 어려움은 고쳐야할 대상이 아니라 한 단계 나아갈 수 있는 발판인 셈이지요. 때문에 상담사는 고객을 가르치는 사람이 아니라 다양한 사고와 시각을 제시해주는 평등한 관계의 조력자라 할 수 있겠습니다.”

 
나를 찾아줘, '자존감 발견'의 시간

환자의 생사를 결정지을 수 있는 사고 발생 후 수술과 같은 치료가 이루어져야하는 최소한의 시간을 ‘골든아워’(golden hour)라고 한다. 우리의 마음에게도 참다 참다 터져버릴지 모르는 골든아워가 분명 존재한다. 조수연 대표는 심리상담의 골든아워를 '지금'이라고 설명했다.

"제가 이야기하는 ‘지금’은 힘들다는 말이 목구멍까지 차오르는 사람도 물론이거니와 현재 상황이 너무나도 만족스럽다면 만족스러운 이유와 앞으로 더 행복한 미래를 만들어가고 싶은 사람 모두에게 해당됩니다. 심리상담은 터져버린 마음을 치유해지기도 하지만, 터져버리기 전에 예방을 하는 차원에서도 중요합니다. 하지만 같은 고민을 두고 적어도 두세 번 반복한다 하면 언제든 센터를 찾아오시길 바랍니다. 반드시 행동으로 보여야만 노력이 아닙니다. 누구나 행복을 추구하기에 머릿속으로 생각해보는 것부터가 노력의 시작이라고 생각해요. 그것을 알아채주고 발견해주는 상담사를 만난다면 가장 좋겠지요. 상담사는 결심부터 행동으로 실천하기까지 곁을 지켜주는 존재입니다. 물론 제 앞에서 큰 변화를 보이지 않아도 괜찮아요. 이미 고객들의 마음속에는 자존감 발견의 씨앗이 하나씩은 심어진 상태이며 언제든 피어날 준비를 하고 있겠지요. 저는 고객들에게 항상 믿음을 지니고 있고, 그 믿음과 믿음을 주고받으며 신뢰가 형성된다고 생각해요."

어느덧 심리상담사의 길을 걷게 된 지 14년이 흐른 조수연 대표 또한 잊고지내던 자존감을 머나 먼 타국 땅에서 발견할 수 있었다. 공대생이었던 조 대표는 IMF 금융위기에 학업을 중단해야만 했고, 기울었던 가세가 회복될 때까지 하루에 3~4개씩 아르바이트를 하며 생활을 이어나갈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2005년 유학길에 오르게 된 조 대표는 디플로마 과정 전 필리핀에서 체류하는 동안 인생의 전환점을 맞이하게 됐다.

"원래는 필리핀에서 3개월을 지낼 예정이었는데, 그 곳에서 일주일에 겨우 한 끼 먹는 아이들과 생활하면서 말로 형용할 수 없는 것들을 많이 느끼고 얻었습니다. 결국 무료급식 서포트 등을 진행하면서 계획보다 오랜시간을 지냈습니다. 그 곳에서 얻은 것들을 몸과 마음에 지닌 채 한국으로 들어와 본격적으로 사람의 마음에 대한 공부를 시작하게 됐고, 대학원에서 상담심리를 전공하는 계기가 됐지요. 호시담 설립의 궁극적인 목적은 호시담 학교를 세워서 그 아이들에게 교육의 기회를 제공하는 것입니다. 10여 년 전에 현지에 유치원을 설립하게 됐는데, 유치원만 다니고 다시 초등학교를 못 가니 아이들은 여전히 배고프게 살아가게 되더군요. 총 12학년이 다닐 수 있는 학교를 설립할 목표를 하고 있으며, 3학년 단위로 건립 목표를 세워 추진 중입니다. 학교부지는 이미 마련되어 있고, 2018년도에는 필리핀 교육부에서 12학년 정식 학교건립 허가도 받은 상태입니다. 2019년도에서 학교건립 장기계획화 건물 도면작업을 완료하였고, 2020년도에서 3학년까지 학교 설립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2022년 안에는 전체 학교가 완공되지 않을까 싶어요. 이후 아이들이 무료로 학업을 마칠 수 있고, 방과 후 공간은 야간대학이나 지역 배움의 공간으로 함께하며, 동문들이 후에 교사로 취업이 될 수 있도록 물심양면으로 함께하고 싶습니다." 

 

누구나 쉬어갈 마음의 집을 짓다
이외에도 조수연 대표가 호시담을 통해 이루고자 하는 비전은 심볼마크 속에 모두 담겨있다. 

"호시담의 심볼마크는 '쉼표, 집, 새, 씨앗'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쉼표는 쉼표의 기능처럼, 자신의 삶의 과정에서 쉼이 필요한 순간 호흡을 조절하고 싶은 순간, 분명한 구별과 선택이 필요한 순간 등이 모여 삶의 긴 여정 속에서 중요한 쉼(숨)을 호시감이 함께 소통했으면 하는 바램을 담았습니다. 또, 집은 그 쉼은 자신의 심리적 따뜻하고 안전한 집에서 마련되길 바라고, 누구나 그러한 마음의 집 한 채는 가지고 살 수 있도록 호시담이 그 회복의 공간이 되어드리고 싶은 마음에 심볼의 쉼표는 지붕 모양으로 하고 있습니다. 새는 호시담이라는 마음의 집에서 숨통이 트여지는 작은 회복이 이루어질 수 있을 때, 여기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세상을 향해 그리고 자신의 중요한 대상을 향해 마음껏 날아가길 바라는 마음, 그저 이곳은 거쳐 가는 곳이길 바라는 마음으로 새가 잠시 머물러있는 모습을 표현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씨앗은 새가 그 날갯짓을 다시 시작하는 순간이 왔을 때 나에게는 처음부터 물고 있었던 나의 씨앗(나의 가능성, 결)이 있었음을 기억할 수 있도록 호시담은 마음을 모아 함께할 것입니다."

매순간 호시담과 인연을 맺는 사람들에게 진한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다는 조수연 대표. 설령 누군가에겐 부담스러울 수 있고, 누군가에겐 선명한 색으로 남을 것이다. 부드러운 직선처럼 인생을 살아가고자 하는 조수연 대표와 호시담에서 좋은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가져보길 바란다.

 

Profile
서울대학교 대학원 교육상담전공 박사

現 ㈜호시담 대표이사
現 성균관대학교 겸임교수
現 서울대학교 강사
現 SK이노베이션 객원상담전문가

前 한성대학교 교육대학원 상담심리전공 주임교수
前 서울대학교 대학생활문화원 선한인재사업팀장
前 서울대학교 교육연구소 객원연구원
前 서울대학교 SAM 연구팀장
前 한국청소년상담복지개발원 상담원
前 숙명여자대학교, 건국대, 단국대, 광운대 등 출강

자격증
한국심리학회 공인 상담심리사 1급(주수련감독급)
한국상담학회 공인 전문상담사 1급(전문영역 수련감독급)
한국예술치료협회 미술치료사 1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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