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중근 칼럼] 애착의 본질, 자녀의 본래 마음을 살리는 것

  • 입력 2019.04.30 19:43
  • 수정 2019.04.30 19:47
  • 기자명 유중근 한국애착연구아카데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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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가 갓 태어나 처음 품에 안아 보았던 때를 생각해 보면 아기의 존재에 대해 사랑스러움을 넘어 경이로움을 느꼈던 기억을 떠올릴 수 있다. 엄마의 경우 임신기 열 달 동안 태아와의 관계가 뱃속에서 형성되면서 태동을 통해 아기를 직접 몸으로 느낄 수 있지만 아빠는 초음파 화면에서 인사를 나눈 후 출산 후 처음으로 아기를 직접 품에 안아 보았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출산 후 아기와의 첫 만남은 엄마든 아빠든 황홀하고 감격적이다. 아기가 아직 눈을 뜨지 못하고 있어도, 소리 높여 울어도 사랑스럽고 세상에 태어나 준 것이 고마울 뿐이다. 이렇게 첫 만남은 아이의 존재 자체가 부모에게 행복과 감동을 준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 관계가 지속될수록, 아기가 성장하여 자율성이 높아질수록 부모가 가진 생각과 아이의 자율성이 불일치하는 경험이 잦아지면서 부모는 양육의 어려움을 느낀다. 일반적으로 아이와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엄마가 더 직접적인 어려움을 경험하기에 양육에 대한 부담감은 아빠보다는 엄마가 더 크게 느끼게 된다. 그러나 양육이 어렵다고 자녀 관계에 모두 실패하지는 않는다. 누구나 양육의 문제는 어렵지만 분명히 어떤 부모는 성공적인 양육으로 안정된 자녀관계를 가지기 때문이다. 도대체 비결이 뭘까? 

1991년 발표된 애착연구에 따르면 엄마가 자신의 감정과 행동에 대해 스스로 생각할 수 있는 '성찰능력'이 강할수록 그렇지 않은 엄마들보다 훨씬 안정된 자녀관계를 가지고 있었다. 당시 다른 애착연구는 애착유형이 안정형과 불안정형으로 나뉠 뿐만 아니라 대를 이어 특정 유형이 전이될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당연히 애착에 관심을 가졌던 사람들은 자녀와의 관계에서 안정형과 불안정형으로 나뉘게 하는 근본적인 원인이 무엇인가에 집중했다. 마침내 런던에서 부모-자녀 프로젝트 애착연구가 진행되었고 그 결과로 안정애착의 비밀은 바로 엄마의 ‘성찰능력’에 있다는 사실을 제시했다.

'성찰능력'은 소위 '메타인지'라고 불리는 정신적 기능에 근거한다. 메타인지는 ‘생각에 대한 생각’으로 요약할 수 있다. 즉 자신의 생각을 제3자의 입장에서 객관적으로 바라보아 내 생각이 옳은지 아닌지 조망하는 고등 정신기능을 말한다. 그러므로 성찰적 능력이 강한 엄마는 자기 자신을 투명하게 바라볼 수 있으며 자신의 생각을 조절하여 최선의 선택을 할 수 있다. 이러한 정신기능을 활용하는 엄마가 아이를 돌본다고 생각해 보라. 이러한 엄마 밑에서 자란 아이들은 엄마의 마음상태(또는 심리상태)에 영향을 받지 않아서 아이가 가진 ‘자신만의 마음’을 형성할 수 있다. 즉 엄마의 주관성과 아이의 주관성이 충돌할 가능성이 훨씬 낮다. 아이의 감정과 행동을 성찰하여 아이의 입장에서 이해하고 공감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애착 양육의 진수는 엄마가 자신을 성찰하는 자연스러운 태도로 아이와 관계하여 타인의 마음에 담긴 감정과 행동 그리고 사고를 예측하고 이해하는 성찰적 능력이 아이 안에서 자라나게 하는 데 있다. 다시 말하면 안정애착은 자녀의 본래 마음을 살려내는 관계를 말한다.

몇 해 전 다음날 하루 종일 강의가 있어 새벽 2시가 넘어서까지 준비를 하고 취침하였는데 두 세 시간 뒤 거실에서 누군가 맞춰놓은 자명종이 울렸다. 잠이 모자란 상태에서 아무도 일어나지 않아 화가 난 채 자리에서 일어나 자명종을 끄기 위해 거실로 간 적이 있다. ‘도대체 누구야?’ 피곤한 몸과 곤한 잠에서 깨어 화가 났는데 가만히 생각해보니 딸아이가 중간고사 공부를 하려고 맞춰 놓았다는 것이 생각났다. 미안한 마음과 함께 안쓰러운 마음 그리고 사랑하는 마음이 교차했다. 만약 내가 화를 냈다면 아이는 자명종을 맞출 때마다 나의 눈치를 보거나 마음에 나의 영향을 받게 될 것이다. 하지만 아이의 입장에서 공감하는 것은 아이가 자기 본연의 마음을 살리고 아이의 있는 모습 그대로를 발전시키는 결과를 얻게 된다. 그러므로 부모이든 자녀이든 개인의 성찰적 기능이 발달한다는 것은 타인의 입장을 이해할 수 있는 공감력이 발달한다는 의미이며 인간관계를 안정화시킬 수 있는 내적 바탕이 준비되는 것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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