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 클러스터 사업’으로 주천농가의 혁신을 꿈꾸다 _ 백승호|영월군 주천농협 조합장

  • 입력 2013.09.02 11:21
  • 기자명 이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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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 클러스터 사업’으로 주천농가의 혁신을 꿈꾸다
“공개 경영으로 조합원을 위한 부패없는 주천농협으로 발전시켜 나가겠습니다.”

백승호|영월군 주천농협 조합장

강원도 영월은 신비함을 간직한 자연경관과 풍부한 고랭지 채소의 산지로 유명하다. 동강, 한반도지형의 선암마을, 청령포 등의 아름다운 관광자원은 물론 신선한 고랭지배추로 잘 알려진 이곳 영월에 요즘 뜨고 있는 사업이 있다. 바로 국내산 콩을 이용한 “콩 클러스터사업”이다. 2010년 농림수산식품부의 향토산업육성사업의 일환으로 시작된 이 사업으로 지금 영월은 국내산 ‘콩’산업의 중심지로 떠오르고 있다. 그 중심엔 개혁과 도전정신을 바탕으로 주천농협의 새로운 혁신을 꿈꾸는 주천농협 백승호 조합장과 조합원들의 열정과 노력이 담겨있다.

대체농업으로 시작, 최상의 품질로 승부
주천농협의 역사는 1970년 서삼 농업협동조합으로 시작해 1989년 현재 명칭인 주천농업현동조합으로 변경되어 지금까지 이어져 온 긴 역사와 전통을 자랑한다. 2009년 제 15대 조합장으로 취임한 백승호 조합장은 이 곳 주천에서 태어나 유년시절과 학창시절을 보낸 주천 토박이로써 누구보다 주천에 대해 잘 알며 젊은 시절부터 14년간 농권운동을 해온 농업분야의 베테랑이기도 하다. 주천 농가의 발전을 위해 여러 사업을 진행 중이며 그 중 주목할 것이 바로 “콩 클러스터사업”이다. 현재 시행중인 이 사업은 사실 고랭지 배추의 대체농업에서 시작되었다.
 원래 영월군은 평창이나 태백과 같이 고랭지 배추가 전문적이었다. 그러나 무사마귀병(배추 뿌리에 발생, 양분과 수분흡수가 더뎌지면서 왜소해지고, 시드는 증상이 나타남)의 피해가 심각해지자 대체농업의 필요성을 느껴 2011년부터 국비 15억원과 군비 12억원, 주천농협 자부담 3억원 등 모두 30억원의 사업비를 들여 ‘영월 콩 산업클러스터’ 추진에 들어갔다. 그 전까지 원래 영월에선 연간 3000톤의 콩이 생산되고 있지만 대부분의 콩 관련 식품은 농가 또는 마을단위 청국장과 메주 등의 가내수공업 형태로 추진돼 식품산업화가 미흡한 실정이었다. 이 사업을 계기로 영월이 국내산 콩 산업의 새로운 중심지가 됨으로써 이 지역 경제에 활기를 불어넣기를 기대하고 있다.

순수 국내산 먹거리 사업으로 지역경제 활성화 기대
이 사업이 순항하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장애물이 있다. 현재 가장 우려되는 부분은 국산 콩의 단가이다. 이 사업의 주요핵심 제품인 ‘백두강원 전두부’의 경우 순수 국내산 콩으로 만들기 때문에 값싼 수입산 콩을 사용하는 다른 제품들에 비해 일단 원가에서부터 밀리는 실정이다. 요즘 같은 불경기 속에 소비자들이 주머니 사정이 여의치 않자 값이 싼 수입산 콩으로 만든 두부를 선호하고 있고 더 큰 문제는 소비자들이 수입산 콩으로 만들었는지 국내산 콩으로 만들었는지 확인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식약청에서 원산지 표시제를 시행하고 있지만 글씨가 작고 판매 시 가격만 크게 표기하다 보니 소비자들이 가격이 저렴한 제품을 선택하는 현상이 발생하는 것이다. 이에 백 조합장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농림수산식품부와 식약청에 현재 시행하고 있는 원산지 표시 글씨를 지금보다 큼직하게 해서 소비자들이 원산지를 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건의를 했지만 아직 채택되지 못하고 있다.
실제로 백 조합장은 식약청과 조합장들과의 회의에서 “이곳에 모인 조합장 분들은 순수한 국산 먹거리를 만드는 중소기업 사장들이기도 하다. 원산지 표시를 소비자들이 잘 알아볼 수 있게 해야 이분들이 긍지를 가지고 일을 할 것인데, 왜 그러지 못해서 수입 농산물을 쓰는 사장들은 살고 우리 국산으로 먹거리를 만드는 사장들을 죽게 놔두느냐”라고 발언을 해 많은 조합장들로부터 박수를 받은 일이 있다.
 비록 이러한 건의는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지만, 백 조합장은 이 사업에 대한 확신을 가지고 있다. 국내산 콩으로 만들어 수입산에 비해 값은 비싸지만 맛과 영양이 일반 다른 두부들보다 훨씬 뛰어나다. 일반 두부는 비지를 제거하는 반면 이곳 두부는 콩 껍질만 탈피하고 비지가 들어가게 만든다. 때문에 섬유질과 단백질이 훨씬 풍부해 남녀노소 특히, 어린이들에게 상당히 좋은 제품이다.

“주천농협하면 콩!, 콩하면 주천농협!”
 콩의 원가를 낮추려는 계획 역시 구상 중에 있다. 현재 국내산 콩의 kg당 수매가는 5천원이다. 때문에 두부 가격이 비싸 질수 밖에 없다. 백 조합장은 이러한 콩의 가격을 kg당 3천원으로 낮출 수 있다고 한다. 농약, 비료와 같은 영농자재 값이 콩 가격의 4~50%를 차지한다고 하는데 이러한 영농자제를 조합에서 지원해 주고 대신 콩을 저렴하게 수매해서 제품의 가격을 낮출 수 있다.
작년 주천농협 조합원에서 생산한 콩이 약 144톤 정도가 된다. 백 조합장은 외부 5개 농협과 800톤의 콩 수매를 추가로 계약했다. 해당 조합장들을 직접 찾아가 “800톤을 농사를 지으면 그 모두를 다 수매를 하겠다”고 설득했다. 정선 예미농협, 영월농협, 선왕농협, 제천의 봉양농협, 남제천농협 이 다섯 개 농협과 계약재배를 해서 800톤을 들여왔다. 이 중 ‘C’사에 500톤을 팔았다. 올해도 안흥농협과 120톤을 계약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거상이 되고 수많은 콩이 주천으로 모이게 되면서 “주천농협하면 콩! 콩하면 주천농협!”이라는 브랜드 가치가 확립되고 이를 바탕으로 많은 콩 식품 관련 사업가들이 이곳을 찾게 하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농협 내에 젊은 인재 더욱 많아져야...
백 조합장은 이곳 영월군 주천면에서 태어나 유년시절과 학창시절 모두 이곳에서 보냈다. 대화 중 은은하게 묻어나오는 순박한 강원도 사투리 억양은 그가 이곳에 얼마나 동화 되어 있는지 잘 나타난다. 그는 이곳 주천면에 대한 애착이 깊다. 게다가 젊은 시절부터 14년간 농권운동을 하는 등 농업에 대한 열정이 대단하다. 때문에 조합장으로서의 자부심과 책임감 역시 강할 수 밖에 없다. 처음 조합장으로 부임했을 당시 약 30명밖에 되지 않던 직원 수도 현재 약 50명으로 늘어났다. 마이너스 70억 농협 빛 또한 싹 갚았다. 부임했을 당시 영월, 정선, 평창, 태백에 있는 조합이 투자를 했는데 손익이 나지 않아 몇 십억의 손실을 내고 다 나간 상황이었다. 그것을 조합장이 되면서 다 인수를 했다. 우스갯소리로 원래는 흰머리가 없었는데 이 곳 농협에 와서부터 급속도로 늘어났다고 한다. 그만큼 모든 관심과 정성을 농협과 농업을 위해 쏟고 있는 것이다.
 백 조합장은 지금의 농협은 개혁이 필요하며 그 시작은 젊은 인재들의 관심이라고 한다. 현재 51세의 백 조합장은 조합장 중에서 나이가 가장 젊다. 많은 젊은 인재들이 들어와서 농협을 개혁시키는 것이 우리나라 농업이 살아날 수 있는 방법이다.
 또한 농협에서 하는 모든 사업에 대해 조합장 위주의 사업에서 벗어나 직원들과 상의하여 사업을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는 백 조합장이기에 가능한 발상이다.
“여기 직원들은 다 학교 선후배에요. 직장에서는 제가 조합장이지만 퇴근하면 저 스스로 낮춰나갑니다. 때문에 상무들과 형, 동생 하면서 지낼 수 있습니다. 직원들과 친근감이 있어야지 조합장이 뭐 대단한 겁니까? 조합장이란 조합원들 또는 농민의 대표입니다. 대표인 나부터 낮춰야지 거들먹거릴 순 없죠.”
 실제로 그는 콩을 수매할 때 직접 직원들과 팔을 걷어 부치고 가대기를 하며 땀을 흘리는 등 굿은 일에도 직접 발 벗고 나서는 활동적이고 적극적인 리더다. 이러한 진취적인 리더십을 바탕으로 그가 이끌어갈 주천농협의 미래, 더 나아가 그가 말하는 농협의 개혁이 어떻게 발전될지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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