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생의 봄을 그리다

‘꽃춤’을 추는 이범헌 작가의 봄 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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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이 지나 봄이 왔다. 추운 계절이 지나가고 봄꽃이 피는 계절이 온 것이다. 혹독한 추위를 이겨내고 봄을 제일 먼저 맞이하는 매화, 우리 강산 곳곳을 수놓는 진달래와 철쭉을 소재로 ‘매화인’과 ‘꽃춤’ 같은 작품을 탄생시킨 이범헌 작가. 상생의 진정한 의미를 작품으로 표현하는 이범헌 작가를 만나 그가 그리는 상생의 군무를 감상해보았다.

동서양 융합의 꽃, 상생의 봄을 깨우다
그는 매화인 시리즈에 이어서 꽃춤을 연작하고 있다. 소재가 바뀌고 재료와 기법도 조금씩 바뀌지만 근본적인 것은 상생이다. 그는 오랫동안 장지로 작업하다가 캔버스로 바꾸었다. 한지는 흡수해서 안에 머금는 방식이고 캔버스는 밀어내서 덧발라가는 방식으로 미학 자체가 근본적으로 다르다. 하지만 그는 캔버스 자체를 그만의 방식으로 주문하고 작업해서 흡수하는 듯 유연한 효과를 낸다. 채색은 아크릴을 주로 사용하고 먹을 활용한다. 아크릴의 수성이 동양화 물감의 수성과 동질성이 있기 때문이다. 기법과 방법론은 한국화의 전통을 따르고 있다. 동양화 붓으로 긴 붓을 써서 명도나 채도 그리고 강약의 차이가 한 붓에서 나오도록 한다. 이러한 동서양의 융합은 홍익대학교에서 한국화를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조형예술을 공부한 개인적인 환경은 물론이고, 동양 사상과 서양 사상의 미학적 융합을 고려해본 결과이다.

“자연관만 보더라도 동양은 자연에 귀의하는 대상으로 보는 합일적인 관계라면 서양은 자연을 극복하는 대상으로 보는 변증법적 관계를 가져요. 재료와 재료, 물성 대 물성의 만남 그리고 기법적인 시도로 융합이 되어 조형언어로서 새로운 모색을 하는 관계, 즉 결과적으로 상생이 제 작업의 관계라고 볼 수 있어요. 그러다 보니까 재료는 서양화 재료를 쓰면서 방법론은 동양화 기법을 쓰는 거죠.”
소재로는 봄을 알리는 꽃들이 눈에 띈다. 겨울에 대비되어 봄이 갖는 희망적인 관계의 메신저로서 꽃이다. 동양화 속 사군자의 매화는 혹독한 겨울을 이겨내고 가장 먼저 봄을 알리는 인내와 희망의 상징이다. 그는 이러한 매화의 연륜을 인간 군상화 하여 매화인을 탄생시켰다. 단번에 순간적인 일필로 표현한 관계는 결국에는 군무가 되고 현대 도시인의 희노애락과 상생을 보여준다. 그리고 우리 전 국토에 흐드러지게 펼쳐지는 봄의 상징은 진달래와 철쭉이다. 우리 강산 어느 곳에서나 자연스럽게 볼 수 있는 이 꽃들이 우리 한국인의 군상이다. 봄에 우리 산야에서 꽃을 피우며 현대인의 군상 관계와 맞물린다는 점이 매화와 정신적 맥락을 같이 한다. 그래서 진달래와 철쭉 그리고 동백이 자연스럽게 소재로 채택되었다. 제목은 ‘꽃춤’으로 연작이다. 매화에서 진달래와 철쭉으로 소재를 바꾸었지만, 작품이 담아내는 지향점은 모두 상생이다. 그는 이렇게 상생의 봄을 깨우고 있다.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의 미술인, 상생의 봄을 기다리다
그는 충청북도 옥천 출신으로 예고의 존재조차 인지하지 못하던 때가 있었다. 중학교 때 미술 담당이셨던 담임 선생님과의 인연으로 재능을 살려 예고에 진학하게 되었다. 홀로 서울에 상경하여 친구들과 관계를 맺고 다독 하면서 사회적•문화적 경험을 형성하였다. 그리고 홍익대학교와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는 총학생회장을 역임하였다. 시대적 상황과 맞물려 학생운동에 참여하면서 미술가로서의 삶에 대해서도 좀 더 깊이 있게 생각하게 되었다고 한다. 미술가가 평균적인 권리와 복지에서 소외되었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리고 미술협회에서 20대에 기획실장으로, 30대에 역대 최연소 사무처장으로 일을 도맡아 했다. 전임 사무처장이 60대였고 순수기초예술 분야 각 협회의 사무처장이 모두 중장년 원로들이었다고 하니, 가히 미술협회의 젊은 피라고 할 수 있었다. 이에 대해 그는 자신을 이끌어준 멘토 분들에게 공을 돌리며 감사함을 느낀다고 했다. 또한 그는 미술협회 상임이사 임기 동안에 미술인을 위한 국가 정책에 대해 면밀히 살펴보다가 미술협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설정하게 되었다.
“이 길이 내 길이고 죽는 날까지 갈 길이라면 제대로 기반을 조성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미래 세대에 열악한 환경이 반복되지 않도록 개선할 필요가 있다.”
지난 2006년~2007년, 세계 5대 아트페어 중 하나인 스페인 아르코 아트 페어에서 한국이 주빈국으로 선정되었다. 이 때 그는 주빈국 조직위원회 사무국장으로 임명되었다. 세계적인 예술 행사에 한국이 주빈국으로 참가한 것은 그 때가 최초였다. 한국 작가들의 작품들은 완판 되었다. 그는 이 때 한국 예술의 위상 변화를 직접 체험하였고 미술계 정책의 절실함을 느꼈다. 그리고 미술협회가 단순한 친목단체를 넘어, 조직으로서 미술인을 위해 소명감을 가져야한다는 것과 미술계 리더로서 미술협회 이사장의 역할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이렇게 그는 미술인들 모두가 나란히 상생할 수 있는 봄을 그리고 있다.

그가 그리는 상생의 군무를 감상하면서, 앞으로 그가 그릴 ‘꽃춤’을 넌지시 상상해보았다. 그리고 사회제도 속 사각지대에 있는 미술인들에게 줄 희망 역시 같이 품어보았다. 미술로 상생을 그리고 함께하는 미술인들과의 상생을 그리는 이범헌 작가, 그가 말했다. “사군자 매화에 일지춘심(一枝春心)이라는 화제가 있어요. 매화 한 가지가 봄 소식을 전한다는 뜻입니다.” 그가 그리는 상생이 기쁜 봄 소식이 되었으면 한다. 또한 그가 미술인의, 미술인에 의한, 미술인을 위한, 위상을 드높일 수 있는 좋은 소식을 전해주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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