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스한 ‘인술’ 펼치는 우리 시대의 ‘히포크라테스’

  • 입력 2012.12.27 18:22
  • 기자명 김원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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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스한 ‘인술’ 펼치는 우리 시대의 ‘히포크라테스’
한승규|고려대학교병원 성형외과 교수


최근 ‘성형미인’이 급속히 늘어나고 ‘성형’이 자신감 회복에 큰 도움이 되면서 일반인들에게 ‘성형외과’는 단지 ‘미용성형’만을 지칭하는 것처럼 인식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성형외과’의 진료 및 시술 범위는 일반인들이 잘 알지 못하는 영역이 더 많다.
잘못된 몸의 밸런스를 맞추는 재건성형, 기능적인 장애에 대한 시술이나 사고로 인한 상처, 선천적인 기형을 치료하는 성형에 이르기까지 미용을 위한 성형과는 차원이 다른 개념의 성형도 있다.
고려대학교병원의 성형외과 한승규 교수는 ‘성형외과’에 대한 일반인들의 인식을 제고할 것을 언급한다. 환자들의 마음까지 ‘케어’하는 ‘인술(仁術)’을 펼치려고 늘 노력한다는 한 교수의 삶과 인생을 들어봤다.

‘당뇨발’ 치료의 개가를 이루다
한승규 교수는 미용을 위한 성형보다는 치료를 위한 성형을 위해 의료 인생을 건 의사다. 외과가 좋아 학부 시절 성형외과를 지망했다는 한 교수의 전공은 ‘조직공학’ 분야다. 의료에서의 ‘조직공학’이란 인체조직내에 있는 세포들을 추출해 내고 이들을 배양하여 치료에 사용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궤양, 외상, 종양제거 등으로 발생한 피부결손이 있는 부분에 세포를 이식, 조직을 재건하는 의료행위다. 한 교수는 ‘조직공학’을 임상에 가장 먼저 적용해 성공적인 치료를 이끈 개척자로 알려져 있다.
특히 그는 보통 미용을 위해 많은 여성들이 시술을 받는 것으로 알려진 지방흡입술로 얻은 자가지방조직세포이식을 통해, 당뇨병으로 발생하는 족부궤양, 이른 바 ‘당뇨발’ 치료를 연구해 당뇨병 합병증 환자들에게 큰 희망을 주고 있다.
이는 지난 2007년 8월부터 2008년 5월까지 26명의 당뇨발 궤양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를 통해 이룬 개가였다. 당시 각 환자들의 복부에서 지방조직을 흡입한 후 그 곳에서 지방조직세포를 추출해 환자들의 창상 부위에 도포한 것.
그 결과 8주 만에 모든 환자의 창상 부위가 완전히 치유됐다. 당뇨병 합병증으로 족부궤양으로 고생하거나 심한 경우 발을 절단하기까지 했던 상황에서 ‘당뇨발 완치’의 전기를 마련한 것이다. 
특히 이 치료법은 회복기간도 빠르고 부작용도 없는, 최고의 치료법으로 인정받아 전 세계적으로 권위 있는 창상치유 전문 SCI 저널인 <Wound Repair and Regeneration>지에 게재되기도 했다.
이 뿐만이 아니다. 한 교수는 혈소판 농축액을 이용한 ‘혈소판세포 치료술’과 섬유아세포의 창상치유 능력을 극복한 ‘골수줄기세포 치료술’ 등의 첨단치료법들을 개발해 이 분야에서 작지 않은 성과를 남기기도 했다.
더불어 지금까지 쌓은 임상경험과 연구결과를 토대로 <당뇨성 창상의 이해와 치료>, <Advances in Wound Repair> 등의 전문서적을 발간해 관련분야 의료인과 후학, 환자 등을 포함한 독자들에게 당뇨성 창상이나 새로운 피부재건기법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치료 토대를 제공하는 등 그가 이뤄놓은 업적이 결코 적지 않다.
자가세포이식술은 재건 뿐만 아니라 미용성형분야에도 효과적으로 응용되고 있는 혁신적인 치료술로 알려져 있다. 즉 세포를 피부에 주입함으로써 피부주름개선이나 코를 높이는데도 사용되는 등 그 치료영역이 점차 확대되고 있다. 

환자의 마음까지도 케어하는 ‘인술’
그는 단 한 명의 환자일지라도 효과적이고 최적화된 치료를 제공하기 위해 모든 의료진들이 주기적인 소통을 함으로써 효과적인 치료를 시행한다. 더욱이 환자들이 안심하고 진료와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최대한 환자의 입장에 설 수 있도록 노력한다. 
“의사는 환자와의 소통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진료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환자가 안심할 수 있도록 질병에 대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하고 그의 마음까지도 보듬는 것입니다. 더불어 의사로서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신뢰감을 심어주는 일이 필요합니다.”
이와 관련해 한 교수는 학생들은 물론 동료와 후배 의사, 특히 젊은 의대 교수들에게 강조하는 분야가 세 가지 있다. 바로 진료와 연구, 교육이 바로 그것. 진료와 연구는 의료전문가인 의사로서는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 의대 교수에게 진료와 연구만큼 중요한 것이 바로 교육이라고 그는 강조한다.

“저는 의사가 되려는 의과대학 학생들과 후배 의사들에게 반드시 강조하는 게 있습니다. 의학공부를 즐겁게 하라는 것과 환자의 마음을 먼저 생각하는 연습을 하라는 거죠. 늘 환자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눈높이를 맞춰야 합니다. 또 환자들과의 커뮤니케이션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한 교수는 지금까지 진료한 환자가 셀 수도 없이 많지만 한 번 진료한 환자의 얼굴은 잊어버리지 않고 기억하려고 노력한단다. 또 이에 그치지 않고 그에게 치료를 받은 환자들 중 개인적인 고민이나 상의할 문제가 있는 경우 한 교수의 조언을 듣는 환자들도 꽤 많다. 의술을 단순히 경직된 의사와 환자의 관계로서가 아니라 한 인간과 또 한 인간의 만남으로 생각하는 한 교수이기에 어쩌면 당연한 일일는지 모른다.
매주 수요일은 한 교수가 재충전하는 요일이다. 진료와 수술 등 일체의 일정을 비워 놓고 개인적인 공부와 연구, 학사업무, 그리고 회의 등을 소화한다. 그야말로 재충전을 위한 시간인 셈.
한 교수는 “환자가 있기에 내가 있다”고 늘 생각할 만큼 그가 돌봐야 할 환자들의 존재가 스스로의 성실함과 정력적인 진료활동의 동인이 된다는 사실에 동의한다. 권위주의적이고 딱딱한 이미지가 아니라 친절하고 자상한 ‘아버지’같은 인상으로 그는, 진료 이전에 질병으로 인해 고통을 당하는 환자들의 마음을 먼저 따스하게 어루만진다.
너무 피곤해 지칠 때나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무기력증이나 스트레스가 찾아와도 환자들만 보면 알 수 없는 힘이 생긴다는 한 교수는 말 한마디에도 환자의 마음과 고통을 생각하고 배려하려고 항상 노력하는 ‘인술’의 의료인이기도 하다.

의대교수는 자신에게 천직이며 어렸을 때부터 ‘의사’라는 직업을 동경했고 의대 재학 시절부터 연구하는 의대교수를 롤모델로 삼았다는 한승규 교수. 그는 늘 가까이에 치료해야 할 환자들이 존재하고 그 때문에 조금이라도 쉴 틈이 없지만 그 또한 자신에게 맡겨진 소임이기에 매순간 최선을 다한다고 고백한다.
인술을 펼치는 의사로서의 삶과 그럼으로 해서 남들에게 봉사할 수 있다는 사실 자체가 한없는 행복이라는 그에게서 참 의료인으로서의 면모가 어렵지 않게 발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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