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순된 사회현실 꼬집는 ‘역사장편소설’

  • 입력 2012.12.24 13:33
  • 기자명 조성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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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홍이종 시인’의 한국 근·현대를 움직인 ‘100권의 책’

‘사람은 책을 만들고 책은 사람을 만든다’는 말이 있다. 그 만큼 책을 가까이 한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더 성공할 확률이 높고 문명과 문화를 창조하는 인간으로서 더 차원 높은 품위와 교양을 쌓을 수 있다는 의미일 것이다. 그러나 책은 한 국가와 민족의 역사를 한 차원 높게 고양시키는 데 기여할 수도 있다. 한 시대를 풍미한 베스트셀러와 여러 세대를 지나며 읽히는 밀리언셀러는 한 국가와 민족의 성숙을 견인하는 요소가 되기도 한다. 본지는 한국의 근?현대를 움직인 100권의 책을 선정, 그 의미와 가치를 되짚어본다. (편집자 註)

23 모순된 사회현실 꼬집는 ‘역사장편소설’
금동 김동인의 <젊은 그들>(1930)


금동 김동인이 쓴 <젊은 그들>의 시대적 배경은 일본과의 불공정한 강화도조약(1876년)을 맺은 때부터  임오군란(1882년)과 갑신정변(1884년) 등 구한말 격변기로 집권 세력의 권력 투쟁을 작가의 상상력으로 쓴 소설이다.
금동 김동인은 최초의 문예 동인지 <창조>와 문예 동인지 <영대>, 잡지 <삼천리>를 통해 단편소설 <약한 자의 슬픔><배따라기><광염 소나타><감자><발가락이 닮았다><광화사><붉은 산> 등을 쓰고 <젊은 그들>의 전반부인 <운현궁의 봄>을 ‘조선일보’에 연재했다. 금동 김동인의 단편 소설들은 인간 본성에 포커스를 맞추고 새로운 사실주의 화법을 구사해 인간의 이중성을 섬세한 문체로 표현해 낸, 근현대 단편소설의 표본적인 작품들이다.
1930년부터 신문에 연재된 <젊은 그들>은 평양 부호의 아들로 태어난 김동인이 경제적으로 몰락해 생활을 꾸리기 위해 자신이 통속적이라 비판한 신문매체에 연재한 것이다.
<젊은 그들>은 당시 많은 사람의 입으로 전해져 널리 알려진 김동인의 대표작 중 하나이다. <젊은 그들>은 지배계층의 비리로 일어나는 사건을 중심으로 사람과 사람과의 세밀한 성격묘사를 통한 심리적인 기법을 중요시한 작품이다.
명성황후의 집권과 민 씨 일족의 정치적 비리, 정치적으로 몰락한 흥선대원군과 연결돼 일어나는 다양한 사건들의 양상을 보여주는 <젊은 그들>은 안재영과 이인화를 주인공으로 남녀 사랑의 운명과 민족적인 역사의식을 바탕으로 역사적 실존 인물인 흥선 대원군과 가공적 인물 안재영, 이인화를 등장시켜 사실과 허구의 테마를 동시대의 시간과 공간을 함께 보여준 새로운 현대문학의 문장구조를 보여주었다.
조선 후기에 나타나는 실학사상을 바탕으로 실질적 예술론을 주장한 금동 김동인의 <젊은 그들>은 낡은 구시대의 생각을 바르게 고쳐 새로운 근대 사회로 나가기를 바라는 개혁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당시 세계사의 흐름은 일본과 중국의 정치적 간섭으로 국가의 자위권은 유명무실 했으며 지식인으로 자신의 존재감을 알리려한 그의 개인적 사상성을 보여준 의미 있는 소설이기도 하다. ‘삼일천하’로 끝난 ‘갑신정변’을 통해 김옥균, 박영효, 홈영식, 서광범 등 청년 지식인들은 ‘자본주의’라는 서구사회의 새로운 지식으로 조선의 개혁에 현실적인 새로운 정치를 실현하려 했으나 일본, 중국과 외교적인 미숙함으로 실패한 개혁으로 마감하게 되었다.
금동 김동인은 당시 소설의 배경이 된 실질적인 정변의 이유를 일본의 감시 하에서 사실적으로 쓰지 못하고 <젊은 그들>을 통해 우회적인 비유로 표현한 것이다.

 

24  ‘행동주의’를 대표하는 문학의 정수
앙드레 말로의 <인간의 조건>(1933)


앙드레 말로는 프랑스에서 태어나 동양어학을 전공한 후 소설가와 비평가, 정치인으로 활동한 프랑스의 대표적 지식인이다.
“오랫동안 꿈을 향해서 가는 사람은 마침내 그 꿈을 닮아 간다”고 정의한 앙드레 말로는 소설 <인간의 조건>을 통해 철학적 행동주의를 실천하는 인간유형을 표현했다.
인간 의식의 심리적 묘사를 중요시하던 문학적 풍조를, 인간의 의지와 행동을 우선하는 새로운 문학의 모습으로 바꿔놓은 <인간의 조건>은 ‘인간의 모습을 완성하는 시간은 60년이라는 오랜 시간이지만 죽음을 맞이하는 것은 순간에 지나지 않는다’는 앙드레 말로의 개인적 허무주의 세계관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인간의 조건>의 시대적 배경은 중국의 공산당과 국민군의 대립, 일본 군국주의에 대항하는 공산당과 국민군의 협력 등의 역사로 이 소설은 독일 파시즘에 대한 격렬한 저항의식을 보여주는 앙드레 말로의 정신이 살아있는 작품이다.
<인간의 조건>은 행동주의 혁명가 ‘첸’, 일본인과 프랑스인 사이에 태어난 철학적인 이념주의자 ‘기요’, 맹신적 공산주의자 ‘카도프’, 프랑스인으로 기요와 카도프의 공산주의 전도사 ‘지조르’, 기요의 아내로 공산주의자로 전향한 여인 ‘메이’ 등 등장인물들을 통해 전쟁과 혁명 테러리즘이 인간의 정신에 나타나는 여러 가지 현상과 사람과 사람과의 신뢰, 동지애, 사랑, 사상성 등을 세밀하게 묘사한 역동적인 작품이다.
인간은 일생동안 평화로운 삶을 바라고 노력하지만 사람의 개인적 존재의 존재감은 타인과 다른 자신의 모습을 보이려는 인간 본성의 의지로 전쟁과 혁명 타자에 대한 테러리즘을 보임으로 자신의 존재감을 표현하는 경향이 있다. 이 소설은 이러한 사실을 중요한 테마로 사용해 전 세계에 주목을 받은 인간의 조건에 관한 철학적 명제의식을 표현한 작품이다.
앙드레 말로는 인도와 중국, 스페인 등에 체류하며 실질적인 행동주의적인 모습으로 자신의 삶과 소설의 내면에 바탕이 된 삶의 모습을 일치시키려 한 순례자의 정신을 보여주었다.
앙드레 말로는 이 작품을 통해 꿈을 찾아 방황하는 인간유형을 세밀한 구조로 보여주었으며 19세기의 불안한 국제적 정치현상과 인간이 살아가는 과정에 파생되는 인간의 외로움과  불안감, 새로운 세계로 나아가려는 인간 개인의 실천적 행동주의 미학을 작가의 신념으로 그려냈고, 삶의 과제에 대해 철학적인 질문을 던지며 신세계의 방향성을 묻고 있다.
<인간의 조건>은 인간이 피할 수 없는 죽음의 순간에 타인에 관한 배려, 인간정신의 부활을 인간이 잊지 않아야 될 소중한 행동으로 보여줄 것을 작가의 신념으로 보여준 명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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