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고한 신념과 열정의 교육자

  • 입력 2012.11.01 17:54
  • 기자명 이광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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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고한 신념과 열정의 교육자
장천 | 교장

그는 사실 은퇴할 법한 나이임에도 그것도 모교의 교장을 하는 것이 참 보람차고 즐겁다고 말한다. 선생님들의 꿈은 교장을 하는 것인데, 자신은 선택받은 사람이라 생각하며 감사하고 행복한 마음으로 아이들하고 열심히 생활하는 것이다. 또 특목고, 자율형 사립고가 있는 시대에서 일반고로써 궁극적인 목표인 상급학교 진학에도 뒤처지지 않으려고 노력중이다. 유서 깊은 서울고등학교의 교장으로서 어떤 교육관으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는지 그의 교육철학을 들어보았다

이광순 기자 kwangsoon80@epeopletoday.com


유서 깊은 호국충정의 학교
서울고등학교는 1946년에 개교를 했는데, 짧은 시간 안에 최고의 명문고로 거듭났다. 그 근저에는 서울고가 공부만 잘한 것이 아니라 호국충정의 학교였다는 것에 있다. 예를 들어 고등학교 내에 국가보훈처가 관리하는 현충시설이 네 개나 있다는 사실에 알 수 있듯, 한국전쟁 때 학도병으로 참전한 학생이 가장 많은 고등학교 중 하나이다. 그중 35명의 학생들은 전사해 가장 많은 전사자를 기록했다는 가슴 아픈 역사를 가지고 있기도 하다.
그는 단순히 서울대나 연고대를 많이 진학한다고 해서 명문고가 아니고, 국가가 위기에 처했을 때 거침없이 뛰쳐나갈 수 있는 호국충정의 정신이 배어 있는 서울고등학교야말로 진정한 명문고라고 자부심에 가득 차 말했다.

서울고등학교의 다양한 교육사업들
서울고등학교는 동문들의 재능기부, 해외 교류 등 다양한 사업을 통해 학생들의 진로설정과 학교의 발전에 열정을 다하고 있다. 그러한 사업 중에서 교육 대 토론회는 선생님이 좌장을 맡고, 학부모 1명, 학생 7명, 동문 대표들이 자리 한 뒤, 객석에 한 학년이 다모여 교육대토론회를 가지는 사업이다. 아이들이 낸 토론 주제로 토론하는데 굉장히 오랫동안 진행한 사업이다.
또 서울고등학교는 선배와 후배들 간의 멘토링 결연을 맺어주는데, 2012년이 7차 결연이었다. 이 사업은 지방 고등학교에서도 배우러 오는 사업인데, 학생들에게 큰 도움을 주고 있다.
동문 선배를 초청해서 가지는 선배 초청 감동 강연회도 있다. 1년에 15회 가지는데, 특히 학생들의 진로 결정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 신각수 주일대사, 서울대 송호근교수, 생명과학 분야의 김선영, 박태연 교수 등 우리나라의 중심인재들을 비롯해, 학생시절의 성적과 관계없이 자기 분야에서 성공한 선배들의 강연도 이어지고 있다. 그동안 강연회를 가졌던 사람들의 이름들에서 정치계, 학계, 연예계 등 사회의 유명인사들을 배출해낸 명문고의 위상을 다시 한번 엿볼 수 있었다.

학생들에게 제공되는 다양한 기회의 장
서울고등학교는 스포츠와 문화예술로도 명성이 있는 학교다. 특히 그는 전통적인 강호였던 야구부에 애착이 있어 보였는데, 내년 시즌부터 이름을 알리게 될 2학년 투수 배재완에게 큰 기대를 하고 있다. 메이저리그급 투수로 키워보고 싶다고도 했다
이런 엘리트 체육 말고도 일반 학생들을 위해서 매주 토요일을 스포츠데이로 명명하고 인공암벽, 유도, 탁구, 테니스, 농구, 축구, 야구, 헬스 등 10여개의 스포츠클럽을 운영하고 있으며, 1,2학년 희망자를 대상으로 아침마다 운동장을 도는 건강 달리기를 기획해 학생들의 체력증진에도 힘쓰고 있다. 이 모든 과정은 철저한 학생들의 자유의사로 진행되며, 470여명의등록학생에 하루 평균 250여명의 학생이 참여하고 있다.
서울고등학교는 이밖에도 상설 동아리 38개, CA클럽까지 포함하면 92개의 서클을 운영하는데, 학생들이 원하는 다양한 취미활동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그 결과로 입시에 찌들지 않고 해맑은 표정의 학생들을 볼 때마다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는 이러한 일련의 과정들은 학생들의 창의력과 상상력, 인성 등에 많은 영향을 주어 성장잠재력을 높여주는데, 그것은 단순한 성적 향상이 아닌 미래 사회가 요구하는 인재상에 가장 부합하는 교육활동이라고 힘주어 강조했다.

사교육을 이길 수 있는 공교육의 힘
그는 1학년 때 보았던 아이가 2년이 지나 3학년 되었을 때 성장한 모습을 봤을 때 큰 감동을 느낀다고 했다. 그때 교육의 중요성을 실감한다는 그는, 학교와 학원이 차이점이 여기에 있다고 말했다. 공교육은 단순한 성적을 위해서가 아니라 학생들의 잠재력을 키우고 환경적 변화를 통해 행동양식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문제가 있는 학생들에 대한 고민의식도 투철하다.
그는 학교에서 체벌을 금지하고 철저한 상벌점 제도를 운영하는데, 벌점이 많아지면 토요일에도 등교해야 하고, 책을 읽고 독후감을 써야한다. 또 부모님도 함께 참여하는 데, 부모님은 학생들에게 편지를 써야한다. 이런 제도들은 큰 효과를 거둬 많은 문제 학생들이 교화되었다고 말했다. 이러한 변화의 과정들을 지켜본 그는 공교육이 사교육을 이길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지게 되었다.


교육과정의 양극화와 현실 극복을 위한 노력

요즈음 교육의 힘든 점은 학생성취가 다양하다 보니, 교육과정 운영과 평가에서 양극화가 심해 효율성이 떨어지는 점을 꼽았다. 선생님이 어디다 중심을 두고 가르쳐야 하는지 혼란스러운 상황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특히 학원교육이 넘쳐나는 현실을 안타깝다고 말했는데, 공교육에 종사하는 선생님들의 가치가 과소평가된다는 말이었다. 또 그는 임용고시를 통과하고 가르치는 즐거움을 아는 선생님들이 대우받는 교육현실이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고등학교는 이런 불합리한 교육구조 속에서도 인성교육을 바탕으로 한 창의적 체험 중심의 교육을 주축으로 10%의 우등생을 위한 심화 학습과 80%의 대다수 학생들을 위한 비전 아카데미 운영, 10%의 학습이 다소 부진한 학생들을 위한 맞춤형 교육을 시행하고 있다. 그가 말하는 이런 정책들에서 모든 학생들을 돌볼 줄 아는 진정한 교육자의 자세를 엿볼 수 있었다.


학생들의 애환을 달래주는 밀도 있는 고민들과 실천
중 고등학생들이 자살하는 뉴스가 유난히 많이 보도되는 시대에서 서울고는 그런 이미지에서 자유롭다. 그는 그 비결로 다양한 활동들을 꼽았는데, 학생들이 할 수 있는 다양한 활동들을 제시해주고 행복감을 일깨워주는 것이 그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철저한 관리로 불상사를 방지하려고 노력중이고, 계속적인 상담과 치열한 행정고민으로 불상사를 미연에 방지하고 있다.
그는 학생들이 내몰리는 우리나라 교육의 현실을 너무도 개탄스러워했다. 그는 그 원인으로 우리나라의 입시제도를 꼽았는데, 학생들이 입시에서 자유로워진다면 현실도 개선될 것이라 힘주어 말했다. 그는 학교 내신의 획일적 평가와 성적관리가 수업개선의 발목을 잡는 직접적 문제라고 했는데, 매년 책 한권씩의 분량으로 하달되는 성적처리지침서에서 볼 수 있듯, 제도적으로 선생님들의 자유로운 가르침을 가로막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만약 선생님들이 나름대로의 기준으로 마음대로 가르치고 평가할 수 있다면, 보다 나은 결과가 만들어 질 것이라는 얘기였다. 그는 계속해서 시대가 요구하는 인재상은 창의적 인재인데 반해 아직 우리나라의 고등학교 교육은 대학입학제도의 큰 틀 안에서 창의력 향상 교육에 약할 수 밖에 없는 현실이라고 말했다. 이제 교육도 변화해야 한다고 강조하는 그에게서 시대를 선도하고 참된 교육자의 모습이 엿보였다. 또 우리나라는 교육의 열정이 뛰어난 나라이며 여지껏 우리나라 발전의 원동력이 교육이었듯 우리나라 교육의 무궁무진한 잠재력에 대한 희망을 잃지 않고 있었다.

헌신과 희생의 교육
그는 교육의 본질은 가리치는 것이라고 했다. 또 교사는 열정과 헌신이 바탕이 되어야 하는데 요즘 임용되는 젊은 선생님들은 그런 점이 다소 부족하다고 했다. 높은 컴퓨터 활용능력과 치열한 경쟁을 바탕으로 한 학업실력은 출중하지만, 교육에 대한 열정과 헌신이 다소 부족하다는 것이다. 교육은 대가성이 부족하고 결과가 바로 나오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아이들을 위해서라면 참고 인내해나갈 수 있는 열정과 헌신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자세만 있다면 선생님은 얼마든지 행복하고 어느 직업보다도 보람을 느끼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공교육의 롤모델을 제시하는 서울고등학교
그는 공교육의 롤모델이 되고 있는 서울고등학교의 모습에 만족하지 않는다. 구체적으로 동문들의 재능 기부와 학부모들의 참여를 확대하고 다양한 계층의 학생들이 행복한 학교를 목표로 열정을 다해 학교를 운영하고 있다. 또 나아가 가능한 것은 다른 학교에 나누고 배려할 생각이다. 서울고등학교가 우리나라 공교육의 대안에 큰 획을 그을 날이 멀지 않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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