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성형의 ‘대부’, 마음으로 치료하다
민경원 서울대 의과대학 성형외과 교수
흔히 ‘성형외과’ 하면 명동거리에 즐비한, ‘미용’을 목적으로 한 ‘성형외과’를 떠올리게 마련. 하지만 민 교수에게 ‘성형외과’는 ‘마음의 상처를 치료하는 따뜻한 의료’의 대명사다.
김여진 기자 evalasting56@epeopletoday.com
성형외과’는 나의 운명
일반인들에게 ‘성형외과’는 ‘미용성형’을 의미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일반인들이 잘 알지 못하는 지점에 ‘재건성형’이 있다. 미용을 위한 성형과는 차원이 다른 개념인 재건성형은 잘못된 몸의 밸런스를 맞추는 성형이라고 할 수 있다.
민경원 교수는 국내 재건성형의 ‘대부’와도 같은 존재다. ‘성형외과’에 대해 “모든 진료과들 가운데 유일하게 생산적인 일을 하는 과”라고 스스럼없이 말하는 민 교수는 현재 서울대병원 유방센터를 이끌며 수많은 유방암 환자들의 재건수술을 했고 그들의 아픔과 애환을 동시에 치유해왔다.
‘성형외과’에 대해 그가 갖는 자부심은 대단하다. 내과나 외과 등 타 과들처럼 병에 대한 근본적인 진단과 환자의 치료를 담당하지는 않지만 ‘미세수술’을 통해 성공적인 수술을 지원하고 치료과정에서 잃었거나 선천적으로 기형인 환자의 신체를 재건(再建)한다는 의미가 크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로 민 교수는 ‘성형외과’ 수술을 ‘수술의 꽃’으로 추켜세운다. 그만큼 스스로의 의료행위에 대한 자긍심이 큰 것.
재건성형 대상 환자들의 경우 신체의 외양상 결함 때문에 일반 환자들보다 마음의 상처가 크다. 이 때문에 언제나 환자들을 대할 때 사랑과 애정으로 다가선다는 민 교수는 친 가족 이상으로 환자를 생각하고 최선을 다해 진료에 임한다. ‘환자의 입장에서 혹시라도 상처를 받지 않을까’하는 생각에 환자에게 건네는 말 한마디도 조심해 건넨다.
신체부위에 있어 모든 부분을 다뤄야 할 정도로 제한이 없기 때문에 해부학적으로도 많은 공부를 지속적으로 해야 하는 성형외과 의사이자 교수로서 환자의 마음까지 ‘케어’해야 한다는 모습에서 그의 ‘프로패셔널’한 자세가 느껴진다.
민경원 교수는, 의사라는 직업은 냉철한 이성을 소유해야 하며 늘 냉정함을 잃지 않아야 하지만 인간을 사랑하는 ‘따스한 마음’도 가져야 한다고 늘 강조한다.
'겸손'을 무기로 평생 봉사하고파
“생산적이고 미적인 부분까지 신경을 써야 하는 만큼 다른 과에서는 생각 못하는 부분을 다루고 있어 재미있는 과목이라 생각했고 지금도 마찬가지 생각입니다. 성형외과 공부가 재미있다보니 지금의 제 위치에 올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성형외과 의사의 첫 번째 덕목으로 ‘겸손’을 꼽은 민 교수는 매년 9~10월이면 일주일 정도의 일정으로 우즈베키스탄을 비롯한 베트남 등 의료의 손길이 필요한 국가들에 의료봉사활동을 다닌다. 올해에는 성형외과 수술팀장으로 우즈베키스탄을 방문해 26명의 환자에게 화상상처수술, 구순구개수술을 시행했다.
또한 서울대 의대와 자매결연을 맺은 중국의 하얼빈 의대에 매년 봄과 가을 등 두 차례 방문해 그간의 연구성과를 공유하고 하얼빈 지역의 환자들을 돌보고 있다.
‘구순구개열’의 아동환자들을 치료해줬을 때 기뻐하는 부모들을 볼 때나 화상으로 구부러진 손을 수술을 통해 다시 펴도록 해줬을 때 말할 수 없는 기쁨과 보람을 느낀다는 민 교수는 앞으로도 힘닿는 때까지 의료낙후 지역을 다니며 봉사하고 싶다고 고백한다.
현재 정년퇴임을 4년 남겨 둔 민 교수는 선배 의사로서 후배 의사들이 최고의 인술을 펼칠 수 있는 의료인으로 성장하고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토대를 마련해 주는 것에 여생을 바칠 것이라고 강조한다. 특히 아직까지 여성암에 대한 관심과 지원이 부족한 사회적 현실 속에서 진료와 치료기술의 발전은 물론 사회적 관심 형성을 위해 투신할 것을 약속했다.
돌봐야 할 환자가 늘 가까이 있고 그래서 의사로서 행복할 수밖에 없다는 민경원 교수. 그런 환자들의 존재가 스스로의 성실함과 정력적인 진료활동의 동인이 된다는 그에게서 진정한 참 의료인으로서의 면모를 발견하기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