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영화)]
충격적인 사랑의 비극
<데미지>
감독|루이 말
주연|줄리엣 비노쉬, 제레미 아이언스, 루퍼트 그레이브즈
11월 1일 개봉
사회적 성공과 명성 등 모든 것을 가진 완벽한 남자 스티븐 플레밍(제레미 아이언스)은 어느 날 한 파티에서 아들의 연인 안나 바튼(줄리엣 비노쉬)을 만난다. 잠깐의 만남에서 서로에 대한 묘한 감정을 느낀 두 사람은 이후 재회하게 되고 되돌릴 수 없는 열정적인 사랑에 빠지게 된다.
스티븐은 안나를 만나면 만날수록 마틴에 대한 죄책감을 느끼지만, 안나는 스티븐과 마틴과의 관계를 자신만의 방법으로 각각 지속시켜 나간다. 그러던 중 마틴과 안나가 결혼 발표를 하게 되면서 스티븐과 안나의 금기된 사랑은 파국을 맞게 된다.
모든 것을 소유한 완벽한 이들일수록 치명적인 일탈에 더 쉽게 빠져드는 것일까. <데미지>는 아들의 연인과 사랑에 빠진 중년의 남자와 그의 아들, 그리고 그들의 연인에 관한 이야기다. 영화사상 가장 충격적인 러브스토리로 알려진 故 루이 말 감독의 <데미지>가 20년 만에 무삭제 버전으로 재개봉된다.
지난 1992년 개봉돼 전 세계를 충격의 격랑 속으로 몰아넣은 바 있는 <데미지>는 자신의 영화들을 통해 ‘금기’를 건드리기를 즐긴 루이 말 감독의 대표작이라 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2년 후인 1994년 개봉됐지만 국내 영화팬들에게도 엄청난 반향을 일으켰다. 특히 이번 감독판에는 당시 공개되지 않았던 충격적인 베드신들이 포함됐다.
<데미지>가 흥미로운 지점은 스티븐과 안나가 이어가는 사랑의 방식이다. 그들에게 감미로운 밀어나 달콤한 속삭임은 없다. 서로의 오감을 통해 느끼는 강렬한 육체의 조우와 그로 인한 충격적인 정사만 있을 뿐이다. 대외적으로는 시아버지와 며느리라는 관계로 나아갈 사이지만 한 남자와 한 여자로서의 두 사람은 뜨거운 육욕을 나누는 특별난 연인이다.
충격적인 금기에서 비롯된 이 감정은, 인류 역사상 ‘성’과 ‘가족’에 관련된 금기들이 갖는 사회적 질서와 그에 기인하는 윤리적 정체성을 단박에 깨부순다. 폭발하듯 터져 나오는 욕망에의 집착과 사회적 금기에서 오는 죄의식의 충돌이 가져다주는 불편함, 혹은 고통은 <데미지>를 통해 루이 말이 관객들에게 제시하는 ‘인간조건’의 한 단면이기도 하다.
개봉한지 20년이 됐지만 감독이 전하는 메시지의 둔중함은 시공을 초월해 2012년의 관객들에게도 울림을 갖는다. 동시에 영화 음악의 거장 즈비그뉴 프라이즈너의 OST는 다시 우리 시대를 도도히 관통하고 있다.
조성기 기자 maarra21@epeopletoday.com
<브레이킹 던>
<나쁜피>
<MB의 추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