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두운 공교육현실 속 한줄기 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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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두운 공교육현실 속 한줄기 빛

동국대학교 사범대학 부속여자중학교 김화실 교장

학교폭력, 왕따, 성적비관 자살, 교사권위 추락 등 우리 사회는 끊임없이 발생하는 학교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교육당국에서는 여러 가지 해결책을 내놓지만 근본적인 문제해결은 되지 않은 채 아이들은 여전히 큰 상처를 받고 있다. 공교육이 위협받는 상황에서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참된교육을 실현하는 동국대학교 사범대학 부속여자중학교는 희망의 메시지를 전해주고 있다.
불교종립학교인 동대부여중은 건학이념인 불교정신에 따라 인재를 양성하고 있다. 동대부여중은 불심에 바탕을 둔 창의, 인성을 지닌 미래 지향적인 인재 육성하고 학생들의 꿈과 희망을 찾아주는 맞춤형 진로교육을 교육목표로 삼고 있다. 공교육 살리기에 앞장서는 김화실 동국대학교 사범대학 부속여자중학교 교장으로부터 참된 교육의 의미와 그 방안을 들어봤다

이인구 기자 leelingue@epeopletoday.com


소외된 학생을 생각하는 따뜻한 마음

김화실 교장은 1978년 동국대학교 수학과를 졸업 후 동대부여중 교사로 취임했다. 그는 30년 넘게 교사로 재직하는 동안 일관된 교육철학으로 학생들 입장에서 바라보고 학생들의 재능을 찾기 위해  힘썼다. “교사로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느낀 점은 교육은 학생들 눈높이에서 시작해야합니다. 학생들에게 마음의 문을 열고 신뢰를 형성한 뒤 옆에서 도와주는 것이죠.”
김 교장은 교직생활을 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두 학생을 떠올렸다.
어느 때와 마찬가지로 수학 그는 수업시간에 학생들의 문제풀이를 유심히 지켜봤다. 그 중 한 학생이 문제를 독특한 방법으로 풀려고 시도했다. 그 역시 여느 교사처럼 아이에게  풀이방법을 고쳐줄 수 있었다. 답은 틀렸지만 창의적인 풀이과정에서 수학적 재능을 보인 아이를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그는 수업 후 학생에게 수학적 재능이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고 재능을 키워주기 위해 면담시간을 가졌다. 면담을 통해 학생의 집안형편이 어려운 것을 알게 된 그는 자신이 담임하는 학생은 아니었지만 방과 후 시간을 내어 아이를 직접 2년 동안 매일 지도하였다. 그는 일본 자매학교로 출장을 갔을 때도 일본백화점 서점까지 뒤져가며 일본 경시대회문제를 구해줬다. 그의 열성적인 지도덕분에 학생은 수학경시대회에서도 여러 차례 수상을 하고 졸업 후에는 서울과학고에 진학하여 하버드대 박사학위를 받았다. 
“다른 한 학생은 우리 반은 아니었는데 매우 형편이 어려운 학생이 있었습니다. 예전부터 어려운 가정형편에 그당시 상고로 진학했는데 고등학교 졸업이후에는 더욱 상황이 나빠졌어요. 아버지는 감옥에 어머니는 집을 나간 상황에 처한 학생은 어린나이에 실질적인 가장이 되었죠.” 평소 졸업 후에도 사제 간의 끈끈한 정을 놓친 않는 그였기에  어려운 상황에 처한 학생의 소식을 듣고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고 한다. “저는 이 학생이 제발 무사히 대학졸업을 하고 남들처럼 행복한 가정생활을 하길 빌었습니다.” 그는 시간이 될 때마다 같이 만나서 밥도 먹고 용돈을 주며 격려와 도움의 손길을 내밀었다.
김 교장은 자신이 가르친 학생들에 대한 무한한 애정과 가르침에 대한 열성으로 학생들이 바르게 자랄 수 있도록 아낌없이 뒷받침해줬다. 이처럼 학생들에게 관심과 지도를 아끼지 않았던 그는 96년 지도교사상, 99년 교육부장관상, 00년 우수교사상, 05년 공로상, 교육공로상을 수상하며 모범이 되는 교육자로서 인정을 받았다.
이후 2011년에는 동부대부여중 교장으로 취임하면서 자신의 교육철학을 조금씩 실현해 가고 있다.. “저는 교장으로서 권위적인 리더가 아닌 학생과 교사들에게 먼저 다가가고 소통하며 그들의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헬퍼(Helper)가 되고 싶습니다.” 김 교장은 교장 취임 이후 아침 등교시간이면 직접 정문 앞에 나와 등교하는 모든 아이들과 인사를 나누었다. 교장이라는 직책에 연연하지 않고 학생들과 교감을 나누기 위해 먼저 다가섰다.
그는 학생들이 무엇이 고민이고 무엇에 관심 있는지 알기 위해 3개월 동안 오전, 점심, 방과 후 시간이면 학생들과 개인적으로 대화하는 시간을 가졌다. 하루에 한 번 교장선생님과 마주치기 힘든 타 학교와 달리 동대부여중에서는 학생들이 어렵지 않게 교장선생님에게 찾아와 고민을 얘기할 정도로 교장선생님과 학생사이에 벽이 없다.
한자교육의 중요성을 인식한 김 교장은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한자교육을 하게끔 여건을 마련하고 있다. “한자교육은 학습능력에 도움이 될 뿐 아니라 국제화사회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인물이 되기 위해서 꼭 필요합니다. 가까운 중국, 일본 모두 한자 문화권이기 때문에 영어만큼이나 한자교육 역시 매우 중요합니다.” 물론 그는 일방적인 주입식 한자교육을 원하지 않는다. 교재를 배부하고 학교내에 한자관련 내용물을 게시함으로써 학생들 스스로 필요성을 인식하여 공부할 수 있는 자기주도적 학습을 권장하고 있다. 또한 학생들의 건강을 위해 매일 아침 8:30분이면 어김없이 담임선생님과 함께 약10분간 선정의 시간을 갖고 눈 체조, 스트레칭을 통해 상쾌한 하루를 시작한다.


학생들 요구에 맞추는 방과 후 학교


동대부여중은 지난 3월부터 방과 후 활동으로 ‘진로 진학포트폴리오’를 운영해왔다. ‘진로 진학포트폴리오’는 학생들이 적성, 흥미 검사를 통하여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구체적으로 계획하는데 도움을 주고 있다. 먼저 학생들은 강사의 지시에 따라 성적, 봉사활동, 수상 경력 등을 정확하게 기입한 뒤 그것을 토대로 자신만의 구체적인 계획을 세워 나간다. 처음에 다소 어려워하는 학생들도 있지만 전문적인 강사의 지도를 받으며 조금씩 꿈을 구체화했다. 윤혜상양은 “그동안 나를 찾는 과정이 없었는데 방과 후 학교를 통해 나의 특성을 알게 되고 나에게 맞는 것이 무엇인지 알게 됐다”고 말했다.
다른 학교의 경우 방과 후 활동이 형식적인 경우가 많았는데 동대부여중은 학생들의 요구에 맞춰 운영하고 있다. 그동안 학생들이 원하지만 교육여건상 자체적으로 진행하기 어려웠던 진로, 진학, 적성, 예체능 활동 등을 학생들 눈높이에 맞춘 방과 후 활동으로 학생들의 수요를 충족하고 있다. 이는 사교육비 절감차원에서도 학부모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학생들은 방과 후에 차별화된 교육프로그램으로 자신에게 필요한 과목을 보충하며 학력을 신장하고 있다. 국어, 수학, 영어, 과학, 역사와 같은 주요과목들을 학년별, 수준별로 나누어 학생들에게 맞는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방과 후 학교를 담당하는 김옥경 부장교사는 “최상위권 학생 가운데서 사교육을 전혀 받지 않고 방과후학교만 듣는 학생들이 많습니다”라고 말했다. 
이외에도 학교 내에서 소홀하게 다루는 문화예술에 대한 교육 강화에도 힘썼다. “그동안 열악한 예체능 교육환경으로 학생들의 지적 호기심은 충족시키지 못했습니다. 정규수업과 연계된 방과 후 수업을 통해 체계적이고 집중화된 교육을 제공할 생각입니다.” 현재 동대부여중은 어쿠스틱 기타, 전자키보드를 확보하는 등 아이들에게 필요한 교육적 환경을 제공하는 동시에 미술, 가야금, 피아노, 창작공예 등 다양한 방과 후 프로그램을 운영하여 학생들의 인성교육에 힘쓰고 있다.
사교육기관에서도 이와 같은 과정을 운영하지만 대개 비용 부담이 커 방과 후 프로그램은 학생들의 경제적 부담감을 덜어주고 있다. 또한 방과 후 프로그램에 참가하는 교사들은 충분히 검증된 사람들로 구성되기 때문에 교육의 질 역시 매우 높다. 노서영(중3)양은 “학원을 전혀 다니지 않고 방과 후 수업만 다섯 과목을 듣는다. 학원을 다니지 않아도 충분히 필요한 학습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꿈을 찾아주는 희망의 학교


김 교장은 교장으로 취임하면서 주안을 뒀던 부분은 학생들의 진로고민이다. 그가 생각하는 교사와 학교는 학생들이 좋아하는 것을 찾아서 자립할 수 있도록 뒷받침해주는 역할이다. “대학입시위주 교육정책으로 학생들이 자신의 진로를 탐색하는 시간을 가지기 보다는 성적에만 고민하는 상황에서 아이들이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찾을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싶습니다.”
동대부여중을 둘러보면 유독 눈에 띄는 한 교실을 발견할 수 있다. 이 교실은 진로와 관련하여 체험부스를 설치하여 다양한 체험활동을 할 수 있게끔 했다. 다른 학교에 없는 진로 체험실은 평소 학생들 진로에 관심이 많은 김 교장의 교육이념을 엿볼 수 있다. 이곳에서 아이들은 수시로 진로진학상담교사에게 진로상담을 받을 수 있으며, 자기 스스로 진로와 관련된 책을 읽고 인터넷 검색을 통해 꿈을 설계하도록 도와주고 있다.
동대부여중은 전문상담교사 2명과 자원봉사상담사 1명을 둘 정도로 아이들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있다. 보통 다른 학교에서 상담교사를 1명 배치하는 것과 비교하면 김 교장이 학생들의 고민에 얼마나 많은 관심을 가지는지 짐작할 수 있다. 이와 더불어 자칫 교사에게 터놓기 힘든 고민은 학생들 스스로가 상담해줄 수 있도록 ‘솔리언 또래상담’을 운영하고 있다.
“저는 학생들에게 학교에서 좋은 추억을 만들어주고 싶습니다. 추억이 많은 사람일수록 자신의 인생을 소중히 여기고 다른 사람도 소중히 여긴다고 생각합니다.” 김 교장은 학생들이 ‘오고 싶은 학교’가 될 수 있도록 교육환경에 신경 쓰고 있다. 그는 현재 학업스트레스로 지친 학생들에게 학교가 카페처럼 아늑한  쉼터가 될 수 있도록 실내조성에도 변화를 줄 계획이다.
“그동안 입시스트레스에 지친 우리 아이들은 자신의 길은 찾지 못한 채 이곳저곳 방황했습니다. 이러다 보니 학교는 대학입시의 수단으로 변질됐습니다. 하지만 저는 학생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과 학교와 교사 스스로의 변화를 통해 학생들의 꿈을 찾아 주는 학교를 만들고 싶습니다.” 그는 사회와 학생들의 변화에 맞추어 끊임없이 교육연수를 통해 자기 계발에도 힘쓰고 있다. 교육자로서 사명감과 학생들의 눈높이를 맞추는 김화실 교장이 있기에 우울한 공교육 현실 속에서도 밝은 미래가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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