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쾌하게 투표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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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쾌하게 투표합시다”

유명인들의 투표독려 공약
‘투표 이벤트’로 투표율 올리다

역시 ‘투표율’이 문제인걸까?
여야를 막론하고 투표율이 자당의 승리를 좌우한다는 전망을 하게 되면서 4.11총선의 과정에서 ‘투표율’을 제고하거나 올리기 위한 노력이 강구되는 가운데 유명 연예인이나 공인들이 투표를 독려하면서 갖가지 이색 공약을 천명해 눈길을 끌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지난 10.26 선거에서 방송인 김제동 등 유명인들이 ‘투표인증샷’을 SNS에 올리고 투표율 50%를 윗옷을 벗고 찍은 사진을 올리겠다고 공약하는 등 공인들의 투표독려 이벤트가 인기를 끌고 실제로 투표율에도 영향을 주면서 이번 선거에서도 급속도로 확대되고 있다.

조성기 기자maarra21@epeopletoday.com

꿈의 투표율 70% 넘겨보자

지난 2011년 10월 26일 ‘서울시장 재보궐 선거’ 당일 SNS에는 재미있는 내용의 글이 올라왔다. 방송인 김제동 씨가 자신의 트위터에 “투표율 50%를 넘으면 삼각산 사무바위 앞에서 윗옷을 벗고 인증샷 한번 날리겠다”고 공약을 한 것. 그러면서 “근데 이게 도움이 될까요? 고민되네”라고 덧붙인 재치 있는 글을 남겼다.
이날 최종 투표율은 48.6%로 평일에 치러진 타 보궐선거에 비해 비교적 높은 투표율을 나타냈다. 김제동을 비롯한 많은 공인들의 투표독려 이벤트가 영향을 미쳤는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이렇듯 공인들의 이벤트가 20~30대 젊은 층들의 투표에 대한 주의를 환기시키고 정치냉소주의에 빠진 이들이 다시 정치에 주목하도록 영향을 준 것 만은 확실하다.
4.11총선에서도 적지 않은 수의 연예인들과 각 분야의 전문가 등 많은 공인들이 ‘투표독려’를 위해 일정한 %의 투표율을 올리면 이벤트를 하겠다고 나섰다. 
그 가운데 가장 대표적인 이가 차기 잠재적 대권주자로 분류되고 있는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 그는 4.11총선 이틀 전인 지난 4월 9일 유튜브에 올린 동영상을 통해 이번 선거에서 투표율 70%를 넘기면 춤을 추면서 노래를 부르겠다고 ‘공약’했다. 
이에 앞서 가장 먼저 불씨를 지핀 이는 소설가 이외수 씨였다. 그는 지난 3월 24일 부산에서 열린 ‘개념찬 콘서트 바람’에 참가해 투표율 독려를 위해 파격적인 공약을 했다. 투표율 70%를 넘으면 자신의 트레이드마크와도 같은 긴 머리를 스포츠머리로 짧게 깎겠다고 선언한 것. 그 자리에 함께 하고 있던 방송인 김제동 씨의 매니저는 이외수 소설가의 말을 맞받아 “그렇다면 김제동을 한 달 내에 결혼시키겠다”고 공약해 청중들의 웃음을 유발시켰다. 
투표율 제고를 위해 ‘공약’한 것은 이들만이 아니다. 최근 불거진 사찰파문에 연루된 방송인 김미화 씨는 일주일 동안 일자눈썹을 하고 있겠다고 호언장담했고 진보 측의 대표적 인사로 손꼽히는 조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4.11총선에서 진보개혁진영이 의회 다수파가 되면 망사 스타킹을 신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노회찬 통합진보당 대변인은 “그럼 나는 망사스타킹을 얼굴에 쓰겠다”고 밝혀 누리꾼들의 폭소를 자아냈다.

‘정치’ 가볍게 접근할 수 있는 대상으로 긍정적

이 같은 공인들의 투표독려 공약은 전방위적으로 나타났다. 연극 ‘교수와 여제자2’에 출연 중인 에로배우 출신 엄다혜 씨는 총선 투표율 70%가 넘을 경우 알몸으로 기념촬영을 하겠다고 선언해 누리꾼들의 비상한 관심을 유도했다. 불교계의 지도자인 명진 스님은 투표율 70% 이상이 되면 머리를 기르고 결혼하는 것도 고려하겠다는, 조금은 위험한(?)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이러한 투표독려 공약은 정치인들도 예외가 없었다. 투표율이 높으면 유리할 것으로 보이는 민주통합당의 한명숙 대표 겸 상임선거대책위원장은 70% 이상의 투표율을 거두게 되면 광화문광장에서 후드티를 입고 가수 티아라의 ‘롤리폴리’ 춤을 추겠다고 이색공약을 내걸었다. 이에 질세라 강남을 지역에 출마한 같은 당의 정동영 후보는 “강남의 유권자들이 투표율 70%를 넘기면 꽁지머리에 빨간 염색을 하겠다”고 약속하기도 했다. 
이러한 공인들의 이벤트 공약은 일반인에게까지 확대돼 많은 누리꾼들이 SNS에 각자 재미있고 유쾌한 공약들을 올리기도 했다.
하지만 4.11총선 투표 결과 투표율 70%는 넘지 못해 이들이 공약(?)은 이뤄질 수 없었다. 이른 바 ‘꿈의 투표율’이라 불리는 70%는 당초부터 무리한 투표율이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지난 4월 6일 실시한 유권자 의식조사에서 4.11총선에 ‘반드시 투표하겠다’는 응답층은 58.1%였다. 지난 2010년 지방선거 당시 같은 조사에서 같은 응답한 이들은 59.5%였고, 실제 투표율은 54.5%를 기록했다. 지난 2008년 18대 총선의 전국 투표율은 46.1%에 그쳤다. 실제로 4.11총선의 투표율은 55.5%로 예전 선거의 전형을 그대로 보여줬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연예인들이나 사회저명인사 등 공인들의 투표독려 이벤트가 투표율을 실제로 높이고 정치적 냉소주의를 어느 정도 깨뜨리고 있다는 입장이다. 더불어 무겁게만 느껴지던 ‘정치’를 ‘유쾌’하고 ‘즐겁게’ 접근할 수 있는 대상으로 인식할 수 있도록 돕는 매개체 역할을 하고 있어 긍정적이라고 강조한다. 특히 이 같은 투표독려 이벤트는, 우리 정치발전을 위해 앞으로 계속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전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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