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 대결집’이 승패 갈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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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 대결집’이 승패 갈랐다

새누리 승리, 박근혜 위원장 대권가도 탄탄
‘야권연대’ 민심잡기 한계 드러내

‘152’ 대 ‘127’.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뜻밖의 결과였다. 4.11총선에서 새누리당이 전체 의석의 과반을 넘는 대승을 거두면서 제1당을 고수했다. 반면 야권 정당들과 연대하며 ‘정권심판론’을 내세워 제1당을 노렸던 민주통합당은 127석에 머물렀다.
이로써 한나라당 쇄신을 단행하고 새누리호를 이끌며 선거를 지휘한 박근혜 비대위원장은 추후 대선가도에서 탄탄한 입지를 마련했다. 이와 반대로 민주통합당의 ‘대망론’을 이끌던 문재인 상임고문은 한계를 드러내며 이후 대권가도에서 험난한 가시밭길을 예고했다. 더불어 당밖의 안철수 원장과의 경쟁에서도 힘겨운 싸움을 벌일 것으로 전망된다.

조성기 기자maarra21@epeopletoday.com  


보수 결집, 막판 변수들이 빚어낸 결과

이번 총선의 향방은 보수층의 ‘대결집’으로 판가름났다. 최종 투표율이 54.3%로 나타났지만 전통적인 보수층인 50세 이상의 투표참여율이 커 새누리당이 승리하는 데 크게 일조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18대보다 8.2%가 올랐지만 보수의 결집과 부동층의 보수 지지로 결론이 난 것.
공식적인 연령층 투표율은 한 달 이후에나 나오겠지만 20대를 비롯한 젊은 층의 투표율이 상대적으로 낮았다는 것은 여야를 막론하고 모두 인정하는 사실이다. 
이러한 현상은 민주통합당의 선거의제 설정이 잘못됐다는 사실을 반증한다. 게다가 민주당에게는 여러 가지 호재가 있었음에도 이에 적절하게 공격하지 못했다는 점이 선거의 패인으로 작용했다.
이번 선거는 예년의 선거와는 다른 특징들을 보였다. 그 가운데 하나가 ‘도농 간 양극화 현상’이다. 예년의 선거가 ‘세대 간 양극화 현상’이 두드러졌다면 이번 선거에서는 도시가 민주당, 농촌이 새누리당으로 극명하게 갈렸다. 새누리당과 민주당의 텃밭인 영남과 호남을 제외고 총선 결과를 분석해보면 서울과 인천, 대전 등 3개 대도시에서 새누리당은 총 25석, 민주당은 39석을 얻었다. 반면 농촌 지역이 대부분인 강원의 9개 의석을 새누리당이 독식했다. 충청도에서도 새누리당은 농촌 선거구에서 초강세를 보이며 9개 의석을 확보했다.
한편, 새누리당과 함께 보수로 분류되는 자유선진당은 이번 총선에서 지역구 3석과 비례대표 2석 등 모두 5석을 차지하는 데 그쳐 군소정당으로 전락했다. 자유선진당 역시 충청권에만 안주하는 선거전략으로 일관해 유권자들의 냉혹한 심판을 받아야 했다.
지난 1월 15일 전당대회를 통해 출범한 민주통합당 ‘한명숙호’에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4.11총선에서의 낙승을 예상했었다. MB정부의 잇따른 실정, 비리와 함께 당시 한나라당 전당대회 돈봉투 사건, 선관위 디도스 공격 파장 등이 이어지면서 민주통합당의 승리는 당연한 것으로 인식됐다. 더군다나 선거 열기가 조금씩 오르던 지난달에는 국무총리실의 민간인 불법사찰 문제가 불거지면서 선거는 거의 끝난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뚜껑을 연 결과 새누리당에 25석이 뒤진 ‘패배’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민주당의 ‘정권심판론’이 제대로 먹히지 않았고 새누리당의 쇄신에 대해 국민들의 신뢰가 뒤따른 결과로 진단했다.
이와 함께 민주당의 중요한 패인은 바로 ‘공천’에 있었다. 실제로 선거전 한 설문조사에서 “새누리당의 공천이 민주당의 공천보다 훨씬 참신했다”고 대부분의 국민들이 판단했다는 결과가 있었다.
특히 공천과정에서 이른 바 ‘노이사(친노, 이화여대, 486)’를 챙기면서 전통적인 지지층들이 등을 돌리게 한 점은 큰 패착이었다. 여기에 예비후보자간 경선 선거인단 모집 경쟁 과열로 광주에서 일어난 ‘투신자살 사건’은 공천 잡음과 맞물려 민주당의 발목을 붙잡았던 요인이기도 했다.
또 민간인 불법사찰문제에 있어 청와대가 이전 정부에서도 불법사찰이 있었다는 주장에 대해 효과적으로 반박하지 못하면서 전통적인 민주당 지지자들의 이탈을 막지 못했다. 게다가 ‘한미 FTA’ 폐지론과 제주 해군기지 반대 주장이 오히려 부동층에게 ‘말바꾸기’로 비쳐 신뢰감을 잃기도 했다. 선거 막판의 ‘김용민 후보 막말 논란’은 몰락하는 민주통합호의 마지막 방점을 찍었다.

새누리당, 박근혜 독주체제 가시화

민주당은 향후 총선 참패에 대한 후폭풍이 클 것으로 보인다. 한명숙 대표 등 지도부의 책임론이 대두되고 새로운 지도부가 구성될 가능성이 크다. 더불어 대선체제가 조기에 구성될 수도 있다.
부산 사상구에서 당선한 문재인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이 당의 중심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여기에 손학규 전 대표와 정동영 의원, 정세균 전 대표 등 잠재 대권주자들 간 혈투가 진행될 것이다. 이런 상황을 통해 민주당은 총선 패배를 딛고 자연스레 대선체제로 옮겨갈 것으로 전문가들은 전망하고 있다.
특히 당밖의 잠룡인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과의 연대 여부와 안 원장의 행보 등의 변수를 어떻게 유리하게 끌고 갈지에 대선 승패가 달린 만큼 안 원장 포섭에 진력할 것으로 판단된다. 
침울한 민주통합당의 분위기와는 반대로 새누리당은 뜻밖의 승리에 크게 고무돼 있다. 이런 승리의 중심에는 박근혜 비대위원장이 자리하고 있다.
사실상 이번 선거는 ‘박근혜에 의한, 박근혜를 위한, 박근혜의 승리’라고 할 만큼 박근혜 새누리당 비대위원장에게 의미 있는 결과였다. ‘선거의 여왕’이라는 별명이 허언이 아니었다는 사실을 증명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올 12월에 있을 제18대 대통령 선거까지 박근혜 위원장은 대세론을 그대로 이어가며 독주할 전망이다. 정몽준 의원, 김문수 경기도지사, 이재오 의원 등 당내 경쟁자들의 견제도 힘이 꺾일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박근혜 위원장은 총선 직후인 지난 4월 12일, 기자회견을 통해 국민들에게 감사의 뜻을 전한 뒤 비대위를 해산하고 새로운 지도부를 구성하겠다고 밝혔다. 이 자리에서 박 위원장은 “또 다시 과거의 구태로 돌아간다면 역사의 죄인이 될 것이란 각오로 새롭게 다시 시작하겠다”고 각오를 밝히기도 했다. 승자의 여유가 느껴지는 기자회견이었다.
하지만 선거에서는 승리했지만 박 위원장의 대권가도가 아직은 쉽지 많은 않다는 의견도 있다.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에서의 패배로 인해 대선가도에서 고전할 수 있다는 관측이 바로 그 것. 지난 2007년 대선에서 이명박 후보가 수도권에서 압승을 거둬 대통령에 당선됐던 만큼 제18대 대선에서 수도권 표심을 잡지 않고는 압승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더불어 젊은 층에서 상대적으로 지지율이 낮게 나온 사실은 박 위원장이 추후 대선레이스에서 20~40대 젊은 층의 표심을 어떻게 사로잡아야 할지에 대한 숙제이기도 하다.
이런 상황에 대해 박근혜 비대위원장은 총선 승리를 기반으로 좀 더 공격적인 대선레이스를 펼칠 것으로 예견된다. 12일 기자회견에서 ‘불법사찰방지법’을 제정하겠다고 약속하면서 선거공약들을 철저히 지키겠다고 공언한 것 등은 바로 박 위원장의 대선레이스 행보로 판단된다.
여당의 승리와 야권의 패배로 끝난 4.11총선 이후 정국은 어떻게 진행될까.
전문가들은 대부분 여야의 팽팽한 기싸움이 치열할 것으로 내다봤다. 새누리당이 과반 이상인 152석을 얻었지만 야권도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 의석을 합치면 140석이기 때문에 충분히 여당을 견제할 수 있다는 시각이다. 

4.11 이후 정국은 그야말로 ‘격랑’

특히 19대 국회를 열자마자 ‘한미 FTA’와 ‘제주 해군기지’ 등 두 가지 사안에서 충돌할 가능성이 크다. 민주당은 ‘한미 FTA’의 재협상에 대해 통합진보당과 함께 일관되게 재협상을 주장했고 애초 계획안 ‘민간복합항’에서 ‘군항’ 위주로 건설되는 제주 해군지지에 대해 재검토하겠다고 밝혀 왔다. 이에 대해 새누리당은 강행 의지를 굽히지 않고 있어 큰 충돌이 예견된다.
또 이명박 대통령 친인척 비리와 민간인 불법사찰에 대한 청문회, 특검 등의 문제를 놓고도 양측이 대립각을 세울 것으로 관측된다. 이와 함께 4대강 사업, 종편채널 선정 등에 대한 공방도 가열될 전망이다. 민주당은 이들 현안에 대해 청문회나 국정조사를 통해 문제점을 파헤치겠다고 벼르고 있지만, 새누리당은 난색을 표해왔다.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이 동시에 조기 대선체제로 선회하면 이러한 충돌은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새누리당의 경우 현 이명박 정부와의 차별화를 가속화 하면서 박근혜 위원장을 중심으로 대선 승리를 위해 쇄신의 강도를 더할 것으로 전망된다. 더불어 새로운 지도부를 구성해 ‘구 체제’를 완전히 갱신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의 경우도 통합진보당과 손잡고 ‘정권심판론’을 통해 4.11총선 패배 국면을 정면돌파할 것으로 판단된다. 이번 선거 패배가 공천갈등, 야권연대 내홍 등으로 지지층 결집에 실패한 것인 만큼 당의 쇄신과 선명한 정책들을 제시해 이를 만회하려는 전략을 택할 수밖에 없기 때문. 나아가 인적 쇄신을 통해 변화의 몸부림을 보여주면서 잃었던 국민들의 지지를 다시 찾으려고 혼신의 노력을 경주할 것으로 판단된다.
한편 이번 선거 결과로 가장 큰 이득을 본 이는 바로 안철수 원장이라는 데 이견을 보일 이는 없을 것이. 이번 총선 패배로 인해 민주당 내의 문재인 대망론이 일정정도 한계를 노정하면서 안 원장의 존재감이 상대적으로 커진 것. 이번 총선에서 멀찌감치 떨어져 중립을 지킨 안 원장은 민주통합당의 패배로 반새누리당 연합의 유일한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더욱이 총선 기간 두 차례의 대학강연과 선거 막판 동영상을 통해 투표 참여를 독려하며 자신의 영향력을 키워나갔다. 참신한 인물로 평가받는 민주통합당의 인재근, 송호창 후보에 대한 지지 의사도 표명하는 등 사실상 야당을 간접 지원하며 탄탄한 야권 대선주자로서의 존재감을 확인시킨 것이다.
4.11총선은 이후 대선의 ‘전초전’ 격이라는 의견이 많았다. 결국 총선에서 승리한 새누리당과 박근혜 비대위원장은 12월에 치러질 대선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한 셈이다. 야권과 야권의 대선주자들은 상대적으로 버거운 싸움을 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와는 정반대의 시간도 존재한다. 의회권력을 새누리당에 준 국민들이 행정권력인 대통령까지 쉽사리 여당에 주지는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다. 따라서 총선의 승패는 갈렸지만 이 승패가 꼭 대선과 연결될지는 미지수라는 것. 결국 올 대선의 향방은 총선 이후 승자와 패자가 보여 줄 행보에 따라 좌지우지될 가능성이 매우 커졌다는 게 일반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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