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ople Today 인터뷰] 김태영 부산과학기술대학교 예비군 대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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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투데이 서성원 기자] = 부산과학기술대학교 예비군대대는 평범한 대학건물의 한 편에 사무실이 있었다. 입구에 들어서자 마치 작전을 수행하는 사령부 지하벙커와 같이 정신없었다. 한쪽 벽에는 3개월의 임무수행 계획이 빼곡히 기록되어 있었고, 당장 전쟁이 날 것처럼 준비된 작전소였다. 안중근 의사의 유묵에 적힌 국가안위노심초사(國家安危勞心焦思), 위국헌신 군인본분(爲國獻身軍人本分) 두 글귀를 좋아한다는 김태영 대대장을 만나 그가 지내온 세월과 행정심판 청구 이유 를 물어봤다. 


낭중지추(囊中之錐)와 같은 인물 

사기에 낭중지추라는 사자성어가 있다. 주머니 낭, 가운데 중, 갈지, 송곳 추이다. 주머니에 넣은 송곳은 가만히 있어도 그 끝이 뚫고 삐져나온다는 뜻으로 능력과 재주가 뛰어난 인재는 스스로 빛을 발한다는 의미이다.
부산과학기술대학교 예비군대대 김태영 대대장이 그런 인물이 아닐까 한다. 그는 훈련이 있으면 3개월 전부터 점검한다. 벽면에 붙은 11월, 12월, 1월 계획표가 그 내용을 증명해줬다. 9시부터 시작해 16시에 조기퇴소하고, 17~18시까지 이뤄지는 예비군훈련은 크게 신경 쓸 겨를이 없어 보이기도 하지만 그는 마음을 다해 업무에 충실하는 철저한 사람이다. 
 

“제가 직접 하는 안보교육 외에 동대장님들이 교육할 때 음료수라도 챙겨드리는 게 일이죠. 훈련은 합격 제로 하여 조기퇴소 합격자에게 대학기념품을 하나씩 드리고 있습니다.”
대답은 겸손하지만, 김태영 대대장이 이룬 성과는 하나둘이 아니다. 그중 하나가 향방작전 지침서와 충무계획을 반영해 만든 ‘임무수행철’이다. 임무수행철에는 전시에 대학 및 직장 예비군에서 움직여야 하는 내용을 상세히 기록해 두자는 내용이다. 
 

이에 부산지역 예비군부대장님을 모시고 김태영 대대장은 대학직장 방호계획과 임무수행철 작성사단안 을 직접 시범을 보이기도 했다. 빨리 작성 가능하도록 표본 예문을 작성해 CD로 배포했으며, 작성요령 을 시범팸플릿으로 만들어 배포하여 누구나 쉽게 작성토록 함으로써 향토방위에 도움이 되도록 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매년 2천 명 이상이 순환되는 대학생 예비군 편성신고 방법을 연구했다. 전에는 예 비군 편성신고서를 받고 전입요청을 했으나 신고서를 제출하지 않은 예비군은 누락이 되고, 별도로 확인 해야 하는 이중업무가 발생하는 문제를 해결하고자 했다.

복학생이나 신입생이 교학처 학사행정 컴퓨터 에 등록되면 예비군대대에서 등록된 학생의 군번을 확인하고 전입요청을 하는 방법이다. 이로써 별도의 편성신고서 제출 없이 예비군대대로 전입도록 할 수 있으며 절차의 간소화로 편성신고의 불편함과 불필요한 행정소요를 줄여 지난 <제45주년 예비군의 날 기념공모 예비전력발전제언>에 제시하여 <육본동원 전력실장 표창>을 수여했으며, 기본에 충실한 업무의 결과로 <부산지방병무청 14년 상반기 우수기관> 에 선정되어 표창을 받기도 했다. 
 

“예비군 업무는 바쁘게 돌아가지만, 그 속에 빈틈이 없어야 합니다. 그중에 주기적으로 계속 되풀이하는 업무가 많습니다. 그런 업무를 연간, 월간, 일간으로 나눠요.”
매일 해야하는 업무를 1번부터 15번까지 우선순위를 정하고 차례로 업무를 수행한다. 업무누락 방지 및 시간절약이 도움되며, 남는 시간에 집중할 수 있어 효율적인 업무에 도움된다. 그리고 온라인에 올라온 예비군 질문에 대한 답변도 달아주고 전출자에게는 보류해소 안내 메일도 발송해야 한다. 

이런 잡무들까지 직접 챙기는 이유는 “기본에 충실하라”는 정신으로 살기 때문이다. 


예비군 대대장 정년이 49세, 합당한가? 명예진급 중령이 받는 부당함 

정부는 현재 고령화 사회를 대비하여 60세 정년을 권고하고 있으며 2016년부터 60세 정년을 강제시행 하려 하고 있으나 국방부에서는 대학직장 예비군대대장이 ‘49세’에 정년퇴직해야 한다는 훈령을 바꾸지 않고 있다. 문제는 여기에서 끝나지 않는다.
군에서 전역한 소령 출신의 대학직장 예비군대대장은 정년이 60세로 연장되었고, 중령으로 명예진급한 예비군대대장은 정년이 49세로 된 웃지 못할 문제가 발생했다.

첫 모순은 사각지대로 불리는 ‘명예진급’ 부분에서 발생했다. 군에서 45세에 전역하는 소령보다 이른 43세에 전역한 명예진급 중령과 10년이라 는 정년차이가 발생하고 있다. 국방부 훈령에 의하면 “직장예비군 지휘관은 해당 직장의 직원으로 민간인 신분이다”라고 밝히고 있다. 고시라 불리는 예비군대대장 지휘관 시험이다. 하지만 그 처우는 엉망이다. 
 

일반적으로 대학의 정년은 현재 58세이며, 5급 이상은 60세로 한다. 문제는 대학에서 예비군대대장을 ‘일 반직원’처럼 대하지 않으며 ‘급수에 대한 개념’조차 없는 현실이다. 대학교수는 어떤 코스를 밟고 어떤 학위를 가졌는지 따져도, 예비군대대장이 대위 출신이든 중령 출신이든 그냥 ‘예비군 대대장’으로 일괄 처우하는 형편이다. 대학직장 예비군지휘관은 국방부장관이 임명하지만, 전적으로 보수지급은 대학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모순은 여기저기에 나뒹굴지만 관심 갖는 이가 없다. 
 

국방부 장관이 임명하는 대학직장 예비군 대대장의 보수와 직급이 열악하므로 처우개선을 위해 국방부 가 노력해야 하나 미흡하고, 훈령으로 만들어 놓아 대학에 규제조차 할 수 없는 상황인데도, 민간인 신분 의 대학직장 예비군대대장의 정년만큼은 규제하고 있다. 이로써 군에서 20년간 근무하고 전역한 제대군 인인 대학직장 예비군대대장에게 도움을 주지는 못할지언정 정년에 불이익을 가중시키는 것이다. 국방부는 대학으로, 대학은 국방부에 책임을 전가하면서 그 피해는 평생 몸 바쳐 군에서 국가를 위해 수 십 년간 일해온 지휘관에게 간다. 이들이 ‘국가가 무엇을 해 줄 것인가?’ 묻지도 않겠지만, 애국충성한 사람들을 위한 최소한의 도리는 있어야 하지 않을까? 


김유신 장군의 후손으로서, 그 명예 지키고자 

김태영 대대장은 문경 태생이다. 운송사업을 하셨던 사업가 아버지 슬하에서 2남 5녀 중 여섯째로 유복하게 자랐다. 하지만 행복은 오래가지 못했다. 아버지 사업이 힘들어지면서 유년 시절 가족 모두 대구로 내려왔다. 월남전에 참전했던 17살 차이의 형이 아버지 역할을 하며 가족들을 먹여 살리는 생활이 시작되었다. 
 

김태영 대대장은 중학교 때부터 미술 특활활동에서 큰 재능을 보였다. 무엇보다 구성에 소질이 탁월했 다. 우수한 성적으로 중학교를 마쳤지만, 고등학교에서 가입한 미술부는 공부에 큰 방해가 되었다. 의무 적으로 매일 1점씩 내야 하는 그림이 부담이었고 성적은 자꾸 내려갔다. 결국, 미술로 진학계획을 하며 산업디자인이 촉망된다는 다큐멘터리를 보고 산업미술학과를 현명하게 선택했다. 그렇게 입학한 계명 대학교 산업미술학과에서는 굉장한 학생으로 소문이 났다. 4년 내내 장학금을 받으며 ROTC생활을 한 우등생이었으며 임관 시 국방부 장관상을 받았다. 
 

김태영 대대장은 현재 행정심판의 결과가 어떻게 될지 모르지만 만일 정년연장이 안 된다면 또 다른 계획을 세운다. 21년간 군 생활 중 12년 이상 특전사와 특공부대 경력을 바탕으로 인재 양성에 최선을 다 해 보겠다는 의지이다.
“특전 부사관학과가 있는 대학이 전국에 10개 정도 됩니다. 이런 곳에서 특전부사관을 하고 싶어하는 학 생들을 책임지고 가르치고 싶습니다. 특수전에 관한 교육은 큰 도움이 되리라 믿어요. 책을 보고 가르치 는 것이 아니라, 살아 있는 산 경험을 전수할 수 있는 것입니다! ” 
 

헤어지며 자신감 있게 악수하는 그의 손아귀로부터 ‘하면 된다!’라는 특전사의 굳건한 기운이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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