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ople Today 인터뷰] 신동언 화백 '백야와 극야를 오가는 어둠의 울림'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신동언 화백
신동언 화백
[피플투데이 정근태 기자] = 신동언 화백의 그림에는 새벽녘의 어둠이 깔려있다.
어둠은 빛과 대조되어 조로아스터교적인 이원론을 근거로 말해지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빛을 긍정적인 것, 어둠을 부정적인 것으로서 고정적으로 대립시켜버리는 것은 추상적이다. 오히려 빛은 무한한 확장이라는 점에서 부정적이기도 하며, 어둠은 역으로 "산출하는 모태"로서 긍정적이기도 하다.
신동언 화백의 그림은 아침이 오기 전 회복을 위한 어둠에 가깝다. 바쁜 현대의 일상에 지친 우리가 하루를 마치고 무거운 몸을 이끌어 침대 안으로 스르르 들어가 겨우 위안을 얻듯 그의 작품을 보는 이들도 차분함과 같은 영혼의 안식을 만끽할 수 있을 것이다.
그의 작품을 보고 있자면 조금씩 어둠속으로 점차 흡수되고 있는 자신을 만날 수 있다. 이는 결국 몽환의 숲이라는 곳에 도달해 자아를 찾는 여정에 흠뻑 빠지게 되는 결과를 맞는다. 그러나 이 어둠속 몽환이 덧없음과 같은 허전함의 느낌을 받는 장소가 아니라는 것에 유의해야 한다. 그의 몽환은 담담함을 내뿜는다.
백야라는 말이 있다. 태양빛이 반사하여 완전히 어두워지지 않는 현상을 말한다. 반대의 경우는 극야를 말한다. 신동언 화백의 그림으로 우린 백야와 극야를 체험할 수 있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언제까지 이 막연한 어둠이 계속 될 것이란 생각은 들지 않는다. 이는 그의 내면 안에 펼쳐져있는 낙관(樂觀)때문으로 보여진다.
그의 작품을 조금 더 깊게 들어가 보면 작품 구도의 출발점이 턱없이 큰 하늘에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하늘이 그의 품이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들만큼 하늘은 그의 낙관을 담아 이 시대를 비춘다.
하지만 그가 살아온 역사를 들어보면 한편으론 악함으로 뒤 덮인 현 시대를 온전한 침묵의 어둠으로 표현하여 현 시대를 비판하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신동언 화백 - 베네치아
신동언 화백 - 베네치아

이에 대해 보는이의 마음속에 있다는 여느 작가들의 말처럼 신동언 작가 또한 조용한 웃음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결국 해답은 작가의 색채와 터치에서 찾는 수 밖에 없다.
그의 색채는 온전하고도 깊은 침묵을 내포하고 있다. 신 화백의 색채는 습기를 가득히 머금고 축축한 색을 내뿜는다. 다크하긴 하지만 검정색의 어둠은 결코 아니다. 예를 들자면 한 여름밤 추적추적 내리는 비, 낙엽이 흩날리는 돌담 길, 눈으로 뒤덮인 한적한 마을의 새벽녘과 같이 흐릿한 빛깔의 감성이 중점적으로 나타난다.
이것을 근거로 풀이하자면 그가 낙관적이긴 하나 야수파 적인 미(美)를 어느정도 내포하고 있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신동언 화가는 무언가를 주의깊게 탐구하는 탐정의 고독한 이미지를 담아 색채만의 효과로 두드러짐도 명암도 없는 평평한 색조로 어둡고 두터운 윤곽선에 의한 형태의 단순화를 통해 이 세상을 단순하고 솔직하게 바라본다.
지금도 그의 그림을 보고 있자니 그가 내뿜은 어둠속의 일격으로 인해 많은 것을 내려놓고 싶은 마음이다. 눈 떠보면 내 옆에 지나가는 모든 욕심을 내려 놓을 수 있을 것 같다.
 

저작권자 © 피플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