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병천, 수석(水石) 천혜의 비경을 담다

  • 입력 2014.09.30 17:36
  • 수정 2015.03.20 17:17
  • 기자명 이재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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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투데이 이재형 기자] = 수석의 아름다움은 수석 그 자체에 있다. 옛 선비들이 그러하였듯 수석을 통해 자연을 우러르는 정감과 대자연이 인간에게 교시하는 진리를 느낀다면 현대 생활의 번폐스러움을 버리고 자연의 품속에서 본인의 참 된 평화를 얻을 수 있다. ‘수석의 보고’ 강원도 영월에서 옛 선비들의 정신을 본받아 수석계를 잇고 있는 수석가 최병천씨와 함께 수석의 아름다움에 심취해보자.

 

 

 
 

▲사진 = 설산경(무늬석)

 

 

 

수석, 자연을 머금다

 

수석(水石)은 두 손으로 들 정도 이하의 작은 자연석을 말한다. 수석의 특징은 자연의 아름다움과 오묘함을 야외에 나가지 않고 실내에서 일목요연하게 감상할 수 있다. 수석은 산수미의 경치가 축소되어 있고 기묘함을 나타내며 회화적인 색채와 무늬가 조화를 이루는 형태이다. 수석의 종류로는 크게 한 개의 작은 돌에 산수 경치의 어떤 양상이 상징적으로 축소되어 나타나 있는 산수경석(山水景石), 짐승이나 곤충·새·사람 또는 탑 같은 온갖 삼라만상의 형상을 닮은 물형석(物形石), 사람·고목·새·짐승 등 자연 만상이 무늬로 뚜렷이 아로새겨진 무늬석, 우아하고 화려한 색깔이 자연스럽게 묻은 색채석(色彩石), 무엇을 닮았다 하는 개념과 사실성을 벗어나 형언 못할 강렬한 인상이나 깊은 감동을 안겨주는 추상석(抽象石), 그리고 옛 선인들이 애완하였던 돌이 현재까지 전래되어 보존된 전래석(傳來石)으로 나뉜다. 
 
 

▲사진 = 장폭포(산수경석)

 

 

조상들의 애완품

 

우리나라는 신라 때에 승전법사(勝詮法師)가 괴이한 돌의 무리들을 모아놓고 불경을 논의하고 강연했다는 기록을 비롯하여 조선 전기 강희안(姜希顔)의 저술인 《양화소록(養花小錄)》에 수석을 누리는 경지가 소상히 기록되어 있다. 또한 겨레그림이나 고서화에도 수석을 누려온 기록이 가끔 나타나고, 특히 추사(秋史)·다산(茶山)이 돌을 완상(玩賞)했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고 했다. 현재 우리나라 비원 창경궁에는 정석(庭石) 수십 점이 배열되어 있으며, 운현궁에서도 그러한 광경을 볼 수 있는데 이 정석들에 대한 내력과 연대는 밝혀지지 않았다. 또한 궁궐과 호사가들의 정석 괴석들을 살펴보면 유별나게 길쭉하게 치솟은 큰 모습을 보이는 것들이 많은데, 이것들은 음양(陰陽)의 이치를 품고 있다. 수석의 단조롭게 비쭉 치솟은 형태는 양이면서, 골이 패인 양상은 산수미를 나타낸다. 아울러 아래쪽에 깊이 패인 구멍은 음을 상징하여 전체적인 음양의 조화를 결속시키며 이러한 전래적인 애석 기풍이 한국 특유의 전통이라 볼 수 있다. 과거 정약용(丁若鏞)·김정희(金正喜)·이하응(李昰應) 등 조선시대의 수많은 문인·서화가들이 수석에 관하여 애석했던 기록과 자취가 널리 남아 있으며 진귀한 돌을 흠모하고 애완하는 가운데 그려낸 옛 선비들의 괴석도(怪石圖)가 전국에 널리 산재해 있는 것만 보아도 우리의 열성어린 애석기풍을 넉넉히 짐작할 수 있다.
 
 

▲사진 = 거북이(물형석)

 

 

수석의 보고, 강원도 영월군

 

강원도 영월은 동강과 서강이 합쳐진 남한강 줄기의 상류의 위치하여 수려한 자연경관과 하천들로 지역 전체에 많은 수석들이 산재해 있어 ‘수석의 보고’, ‘수석의 산지’라고 불린다. 더불어 영월 특유의 원시림과 깎아지른 듯 한 절벽, 힘찬 물줄기가 절묘한 조화를 이뤄 ‘한반도의 아마존’을 불리는 동강은 산수경석, 물형석, 무늬석 등 다양한 수석이 다양하게 발굴되어 수석가들 사이에서 유명 장소로 알려져 있다. 다만 지난 댐 공사로 인해 탐석효과가 미비하다는 평들로 예전과는 다르게 많은 수석 집들이 떠나고 수석가들의 활동이 줄어들었다. 하지만 그 가운데 영월의 수석 명맥을 잇기 위해 지금도 활발히 탐석작업을 펼치고 있는 수석가가 있다. 바로 현재 영월에서 40여년 가까이 수석과 함께 지낸 최병천 수석가이다.
 
 

▲사진 = 수석가 최병천씨와 그의 아내

 

 

수석과 함께한 40년

 

수석가 최병천씨는 영월과 영월의 자랑 ‘수석’에 대한 애착이 남다르다. 그는 73년 군 제대 후 가족의 집을 짓다 수석을 처음 접하게 되었다. 최 수석가는 정원을 꾸미기 위해 화단을 가지러 가던 중 발견한 산수경석에서 알 수 없고 신비로운 오묘한 감정을 느끼면서 수석을 수집하기 시작했다. 그는 같은 해에 영월, 평창, 정선을 통괄하는 통계청에서 공직생활을 지내며 주말마다 꾸준히 수석을 수집하기 위해 산 곳곳을 탐방했다. 또한 수석을 발견 할수록 수석에 담긴 자연의 아름다움에 감탄을 금치 못해 점차 수석의 매력에 빠져 들었다. 이렇게 수석과 인연이 된 수석가 최병천씨는 수석과 관련해 협회의 중책임무를 맡기도 했으며 수석 전문가들과 함께 수석에 연구에도 몰두했다. 그가 수석과 함께한 40여년. 그는 어느새 수석에 대해 전문가의 안목을 지녔지만, 수석은 전문가가 있을 수 없다고 조심스럽게 말한다.
 
 

▲사진 = 백두산 천지연(산수경석)

 

 

수석의 가치

 

최 수석가는 “수석은 자연을 머금은 신비스럽고 위대한 것이며 어떠한 개인이 가치와 평가를 내릴 수 없다. 다만 많은 사람들의 공감의 형태가 곧 그 수석의 가치를 말해준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그 가치가 탐석 후 관리에 따라 달라진다고 했다. 그는 탐석한 수석을 먼저 흙때·물때와 끼인 모래알을 말끔히 닦아내어 수석 본연이 지닌 자연미와 때깔을 살려내고 물형석·무늬석·추상석의 경우 돌의 형태에 적합하도록 좌대조각(나무받침)을 정교하게 제작하여 돌을 받쳐 놓아야 수석의 아름다움을 더해 가치가 올라갈 수 있다고 했다. 또한 산수석(山水石)의 경우 수반에 해맑은 모래를 깔고 알맞은 위치에 자리 잡아 산수경정(山水景精)이 돋보이게 하는 것이 중요하며, 수반석(水盤石)은 감상할 때마다 물을 뿌려서 생동감을 나타내며 오랜 세월 손질을 통해 저절로 그윽한 고태의 색조를 띄는 양석(養石)이 될 수 있도록 관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와 더불어 최 수석가는 “굳이 수석의 전문가를 따진다면 수석을 탐석 후 어떠한 방식으로 수석을 더욱 품위 있고 돋보이게 할 수 있느냐에 따른 개개인의 심미안과 창의력의 차이에서 나뉠 수 있다”고 했다.
 
 

▲사진 = 노을(무늬석)
수석의 매력
최병천씨는 수석이 대중들에게 심신을 다스릴 수 있는 하나의 취미생활이 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돌을 재료로 삼은 보석이나 가공한 미석과 석공예 등의 전통적인 가공적 수석과는 별개로 자연 그대로의 수석이 주는 매력은 다양하다고 했다. 그는 산수경석(山水景石)을 통해 자연의 위대함을 직접 느낄 수 있고, 하나의 미술품과 같은 자연 만상이 아로새겨진 무늬석과 우아하고 화려한 색깔의 색채석(色彩石)을 통해 하나의 미술품을 감상할 수 있다고 했다. 또한 추상화와 같은 추상석(抽象石)은 인간의 본질적 자아를 돌아볼 수 있는 계기를 가줄 수 있다고 전했다. 더불어 수석을 직접 찾기 위해 다니는 산과 강을 오가는 행위는 자연스럽게 육체적 건강까지 지켜준다고 확신했다. 이는 그의 나이(66세)에 비해 강인한 육체와 매끈한 피부가 증명해준다.
 
 

▲사진 = 수석가 최병천씨 부부
영월 수석전시박물관
영월은 현재 16개의 박물관과 미술관, 전시관이 운영되고 있어 ‘박물관고을 특구’로 지정된 국내 유일한 박물관고을이다. 박물관 종류만 해도 동강사진박물관, 곤충박물관, 화석박물관, 지리박물관 등 다양해 많은 관광객들의 방문이 끊이지 않고 있다. 하지만 ‘수석의 보고’라고 불리는 영월에 수석박물관은 없다. 수석가 최병천씨는 이 점이 가장 안타까운 실정이라고 토로했다. 최병천 수석가는 영월에 하루 빨리 ‘수석전시박물관’이 설립되어 옛 조상들의 전래품을 포함한 다양한 수석을 한데 모아 시민들에게 수석 문화를 널리 알리고 수석에 대해 더욱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수석의 역사와 자연의 아름다움을 공유하고 싶다는 마음이다. 또한 그로 인해 현재 점차 줄어들고 있는 수석에 대한 관심을 끌어올리고 젊은이들의 수석에 대한 관심을 통해 후세에도 수석의 명맥이 이어졌으면 하는 바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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