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의 교육인] 북내초등학교 김경순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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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투데이 이가영 기자] = ‘옛날엔 많은 아이들이 과학자를 꿈꿨었죠. 그런데 언제부터 아이들이 같은 꿈만 꾸게 된 걸까요?’ ‘아이들에게 과학을 돌려주자!’

모 기업의 광고문구이다.

이제는 광고 카피까지 다양성 없는 우리 아이들의 꿈에 관한 이야기를 한다. 그렇다. 수많은 이들이 아이들의 미래를 아니 대한민국의 앞날을 걱정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적절한 대안은 나오고 있지 않다.

현재 우리 아이들이 원하는 꿈은 대부분 연예인이나 공무원으로 채워져 있다.

왜 일까?

아이들이 생각하기에 연예인이 화려함과 신비스러움으로 무장하고 많은 사람들의 관심과 애정을 한 몸에 받기 때문인가? 아니면, 안정적인 직업군에서 종사하길 원하는 부모의 지원 때문일까?

물론 이러한 이유들이 근접한 이유가 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정답이 될 순 없다.

보다 근본적인 차원에서 생각해보면 우리 시대가 아이들에게 다양한 선택지를 제공하지는 않고 많은 걸 요구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우리나라 아이들은 아주 어린시기부터 과도한 경쟁에 노출되고 어른들의 생각에 따라 의무적인 교육을 받게 된다. 그리고 이러한 교육경험은 정체성이 확립되지 않은 우리 아이들에게 스스로 선택과 결정에 관한 힘을 막아버려 자기 생각과 혼이 없는 배움을 하게 된다. 그래서 어려서부터 배움은 즐거운 것이 아니라 ‘재미없는 것’으로 인식하게 되고 교육에 대한 거부감을 갖게 한다.

 

이런 와중에 아이들의 교육을 ‘설렘’에서 찾는 교육가가 있어 찾아가 보았다.

바로 경기도 여주에 북내초등학교의 김경순 교장이다.

 

김경순 교장은 2012년도 9월에 북내 초등학교의 공모교장으로 부임한 후로 지금까지 2년간 학교를 운영 중에 있다.

인터뷰에 앞서 그는 명함을 내밀었다. 그가 내민 명함에는 ‘北두칠성이 內품안에 있습니다.’ 라는 문구가 쓰여 있었고, 곧이어 이어진 인터뷰에서 그 문구가 바로 그의 교육관을 상징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북내초등학교의 ‘북내’를 ‘北두칠성이 內품안에 있습니다’로 표현해봤습니다. 북두칠성이란 아이들이 훌륭한 사람이 되기 위한 목표 의식 7개를 상징합니다. 그것은 아이들 개개인마다 공부가 될 수도 있고, 봉사가 될 수도 있고, 운동이 될 수도 있겠지요.”

그는 아이들이 각자 개발해야 하는 능력을 인지한 후, 왜 그것을 발전시켜야하는지 납득할만한 이유를 스스로 이해해야 도전할 의지가 생기는 것이라고 피력했다.

즉, 아이들이 공부를 하기 이전에 무엇을 좋아하는지 찾는 것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주입식 공부 방법은 물론 좋은 교육 방법입니다. 하지만 그것은 암기에 좋은 교육법이지 자신의 비전을 기르기 위함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시대가 변했습니다. 공부 방법에도 변화를 줘야 합니다. 대한민국의 아이들은 공부를 통해 자신의 생각을 만드는 힘을 길러야 합니다.”

 

김경순 교장은 대한민국의 현재 교육시스템이 아이들이 가지고 있는 호기심과 관련된 창의성 교육으로 빨리 바뀌어져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우리나라는 1970년대 Turnpike체제로 돌입하며 교육과, 정치, 문화 모든 면에서 Catch up 프로세스를 타게 된다. 당시 대한민국은 수출주도형국가로 바뀌는 형국이었다. 이 때문에 수출주도형기업에 맞는 이들이 많이 필요하게 되었고, 자연스레 교육도 현재의 주입식교육이나 암기식교육과 같은 틀에 최적화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지금의 대한민국 앞에는 모방할 대상이 없다. 스스로의 체제와 프로세스를 만들어야 할 때가 온 것이다. 하지만 교육방침이나 시스템면에서 여전히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그렇다면 반짝이는 북두칠성이 아이들의 마음에 자리잡게 하기 위해서 우리는 어떤 노력을 해야 할까?

김경순 교장은 ‘혼(魂,) 창(創,) 통(通)’ 이라는 세 가지 실천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우선 첫 번째로 ‘혼(魂)’이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가슴 벅찬 비전을 말한다. 김경순 교장이 말하길, 아이들의 비전은 아이들의 자존감에서 나오는 것이며, 공부를 즐길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주었을 때 비로소 생기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북내 초등학교에 재학 중인 아이들의 자존감 신장을 위해 ‘나의 날’을 운영하고 있다고 했다. 개개인 아이들마다 의미가 있는 날을 ‘나의 날’로 정해서 ‘나의 날’ 코너에 프로필을 만들어 붙여 놓는 것이다. 그러면 ‘나의 날’을 맞은 친구의 프로필에 다른 친구들이 메모지를 붙여 함께 축하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나의 날’을 맞는 아이들은 자기 자신이 모든 이에게 존중받는 존재라는 인식을 가지게 되고, 또한 자신도 다른 친구들에게 베풂으로써 자연스럽게 자존감도 높아지게 된다. 이러한 정서함양 프로그램 개발로 인해 북내초등학교는 ‘2013 경기도교육청 바른인성 실천연구대회’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하는 쾌거를 이루었다. 이러한 수상은 김경순 교장이 시행하고 있는 자존감 높이기 프로젝트가 상당부분 효과적이었다는 결과를 반증하는 것이기도 하다.

또한 북내 초등학교는 학교 자체로 마을 공부방을 운영하고 있다. “학교버스가 운행되지 않는 주말, 멀리 떨어져 있는 친구와 놀기도 어려워 TV와 컴퓨터 게임에 의존하는 농촌아이들이다 보니 주말은 기다려지지 않는 날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이장님의 협조를 얻어 마을 회관을 빌려 공부방을 만들고, 강사를 파견하여 학습지도와 함께 진로와 직결되는 하모니카를 비롯한 악기 연주와 운동 프로그램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또한 마을에 있는 도움이 필요한 시설 아이들을 위해서도 찾아가는 공부방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현재 북내 초등학교는 농촌 마을회관, 한 부모 가족이 모여 사는 공동주택, 탈북 학생들이 다니는 물망초 학교 3곳에 시범적으로 마을 공부방을 운영하고 있다. 공부방 운영은 단순히 학습지 선생님처럼 문제풀이에 그치는 교육이 아니라 공부에 흥미를 느끼게 만들고, 농촌 아이들의 주말 시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며 소통과 어울림의 환경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큰 사업이다.

 

두 번째 전략은 ‘창(創)’으로 아이들이 가지고 있는 호기심을 활용하여 남과 다른 생각을 갖도록 하는 경험을 제공하는 것을 말한다. 호기심과 창을 통해 경험을 자신의 것으로 습득하게끔 만드는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경험들은 아이들의 마음속에 축적되어 진로를 결정하는 비전과도 연결된다. 김경순 교장은 이러한 과정을 통하여 아이들 스스로가 자기 스토리를 만들어가는 교육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여주에는 문화재가 참 많은 데 그것을 효과적으로 활용할 줄을 모르는 것 같다.” 면서 문화재를 교육에 접목시키고자 하는 포부를 밝혔다. 실제로 그는 아이들에게 이러한 교육 방법을 활용하여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은 경험이 있다. 우선 아이들 과제제시를 통해 세종대왕에 대하여 자기 생각을 만들고, 그것을 바탕으로 여주 문화원 사무국장의 세종대왕에 대한 강연을 듣게 하였다. 그리고 영릉에 직접 찾아가 문화해설사의 설명과 함께 직접 세종대왕의 숨결을 느껴보도록 하였다. 그리고 아이들에게 자신 안의 세종대왕의 모습을 발견해낼 수 있도록 발표하는 시간을 갖게 하였다.

그는 “문화재를 보는 것으로 그치면 그것은 추억이지 교육이 아닙니다. 문화재를 방문하여 무언가를 느끼고, 그것을 자신에게 흡수시키며, 자신의 이야기로 만들어 발표하는 과정이 더욱 중요합니다.”고 역설한다.

 

마지막 전략은 ‘통(通)’이다. 이것은 어쩌면 교육자에게 가장 필요한 실천 전략이다. 바로 ‘소통’에 관한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통’은 바로 어울림을 말한다. 북내 초등학교에는 어울림 반이 있다. 즉, 같이 어울림을 배우는 반, 특수학급 학생들이 모여 있는 반이다. 김경순 교장은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 식으로 나중에 사회적인 이슈가 되어 문제를 처리하려고 하지 말고 지금부터 소외 계층과 적응이 어려운 아이들을 잘 챙기고 지원해주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래서 북내 초등학교의 교사들은 앞서 말했다시피 한 부모 가정 아이들이 사는 시설의 집, 탈북 시설학교인 물망초 학교 등 소외 계층들이 모여 있는 단체에 교육 봉사를 하며 소통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런 활동을 통하여 김경순 교장이 소외계층에게 전달하고 있는 것은 교육에 관한 지원을 초월한 정서적인 안정이다.

마지막으로 김경순 교장은 ‘통’의 실천 전략의 일환으로 영어 교재를 만들어 아이들이 스스로 즐겁게 영어로 소통하는 연습을 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영어 다이어리와 영어 말하기 교재은 모두 김경순 교장이 직접 제작한 것으로, 친구들이나 부모님, 선생님과 함께 좋아하는 음식, 혹은 관찰한 곤충 등을 이용하여 공부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거기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고 그것을 친구들이나 선생님에게 매일 영어 한마디를 실천하여 정서적인 교류와 함께 학교 구성원들 모두가 소통이 원활한 환경을 만들도록 일조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김경순 교장은 교육의 올바른 방향성에 대해 이렇게 주장했다.

“교육이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해서 필요한 방법은 각각의 위치마다 상당히 다릅니다. 학교에서, 지역 교육청에서, 교육부에서 할 일이 모두 다르다는 것이죠. 저는 학교에 있습니다. 이 때문에 제가 해야 하는 일은 학교가 아이들에게 올바른 학습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고민하고, 아이들이 가지고 있는 능력에 맞는 진로를 찾도록 도와주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면서 그는 교육자들부터 제대로 된 교육비전을 갖고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지금 아이들 교육의 끝에는 오로지 대학 입시만이 있을 뿐입니다. 하지만 아이들이 갖고 있는 재능은 모두 하나같이 다릅니다. 우리 교육자들은 아이들의 이러한 능력을 발견하려고 노력해고 그것을 이끌어낼 수 있는 교육 전략을 갖고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 교육전문가로서의 올바른 인정을 받을 수 있습니다. 제가 교육 이야기를 할 때 가장 예를 많이 드는 책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그릿’과 ‘혼창통’입니다. 그 책은 교육에 있어서 마음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마음의 근력이 강한 아이들이 행복한 자기 삶을 살고, 대한민국을 선진국으로 바꿉니다. 그래서 저는 대한민국의 희망인 아이들의 마음의 근력을 기르기 위해 ‘혼, 창, 통’의 실천 전략을 내놓았습니다.”

 

그렇게 북내초등학교의 어린아이들은 자기 생각을 만드는 다양한 교육활동으로 자신의 진로를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힘을 차곡차곡 쌓고 있었고, 북두칠성과 같이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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