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깝고도 먼 현시대 `가족`의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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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깝고도 먼 현시대 `가족`의 의미
어거스트 : 가족의 초상

명품연기 배우 메릴 스트립, 언제나 잔잔하면서도 강인한 연기를 보여주는 줄리아 로버츠, 최근 영국 드라마 셜록홈즈의 주인공으로 대중의 인기를 한 몸에 받고 있는 베네딕트 컴버비치까지. 화려한 주연배우들이 등장하는 그러나 내용은 결코 화려하지만은 않은 4월의 개봉영화는 바로 <어거스트: 가족의 초상>이다.

어머니와 세 딸의 갈등

영화는 아버지의 자살로 미국 전역에 흩어져 있던 세 딸들이 고향인 메사추세츠에 오면서 사건이 벌어진다. 8월의 메사추세스는 섭씨 42도를 웃돌며 주인공들의 짜증을 이끌어내 싸우기 좋은 배경을 만든다. 독설가이자 약물 중독인 어머니 메릴 스트립과 이혼 위기를 맞은 큰 딸 줄리아 로버츠, 둘 사이의 관계는 살벌하기 그지없다. 첫 딸은 엄마를 많이 닮는다고 하던데 그래서 그런지 영화 속 어머니와 큰 딸은 서로 너무 닮아 자신과 비슷한 강한 성격의 상대방을 못 견딘다.

이모의 아들, 그러니까 외사촌과 사랑에 빠진 둘째 딸(줄리안 니콜슨)은 고향에서 부모님을 모시며 사는 자신에 대해 불만이 많다. 집안의 대들보였던 큰 언니는 뉴욕의 바쁜 생활에 고향으로 잘 내려오지 않고, 막내도 고향을 떠나 여기저기 떠돈 지 오래이지만 자신은 시골인 메사추세츠에서 조용히 부모님 곁을 지키고 있다. 하지만 불행히도 부모는 곁에 있는 둘째보다 언제나 얼굴 보기 힘든 첫째를 그리워한다. 지겨운 전원생활에서 둘째는 자기보다 무능하고 바보같은 사촌인 베네딕트 컴버비치에게 연민을 느끼며, 사랑하는 연인으로 발전한다.

중년의 약혼자를 고향에 데리고 온 막내 딸(줄리엣 루이스)은 고향에 내려올 때 마다 데리고 오는 남자친구가 바뀐다. 막내는 시골인 고향이 싫어 어린 나이에 집을 나섰지만, 지금은 그 어느 곳에서도 정착하기 힘들다. 타향에서 의지할 곳은 자신의 남자친구 밖에 없어, 그 남자가 어떤 사람인지 제대로 판단도 하지 않고 무작정 연애에 뛰어든다. 적지 않은 나이에 아무런 계획도 없이 정처 없이 떠도는 철부지 막내이다.
 

가깝고도 먼 가족의 의미


이 영화는 현대사회에서 ‘가족’이란 도대체 무슨 의미인가를 관객에게 묻는다. 동·서양을 불문하고 가장 중요시되었던 가족이라는 집단이 이 영화에서는 ‘단지 동일한 세포를 나눈 사람들’ 로 표현된다. 오랫동안 가족을 제일 중요시하는 교육을 받아온 현대인들은 가족이란 명칭자체에 기대를 많이 하였으나, 기대에 부응하지 않는 배려심이라곤 없는 구성원에 대해 실망과 증오가 더 커져버린 것이다.

현대사회의 피폐화된 가족을 잘 보여주는 사례로는 오랫동안 방치된 독거노인의 고독사(孤獨死), 게임하느라 신생아를 방치해 숨지게 한 젊은 부모들, 유산 배분문제로 형제지간의 의를 끊는 일과 같은 사건이 있다. 피를 나누고, 오랜 기간 같이 살을 부딪치며 오랜기간을 함께 살아온 사람들이지만 현대사회에서 이런 것들이 더 이상 많은 의미를 갖지 않는가 보다. 아이러니 한 점은 이렇게 가까운 사람들에게 냉대와 무관심을 가지는 현대인들도 사이버 가상공간이나 스마트 폰을 통해서는 자신의 관심을 마음껏 드러낸다는 것. 가족이 아닌 얼굴을 모르는 제3자에게 더욱 애정을 쏟는 것이 현 상황이다.

‘어거스트: 가족의 초상’의 장르는 코미디이자 드라마지만, 영화를 보고 있으면 가족의 의미에 대한 날카로운 대사 한마디 한마디에 결코 마음 편하게 웃을 수만은 없다. 엄마와 딸의 격렬한 몸싸움, 인격 모독적인 대화, 아버지의 죽음에 대해 서로의 탓으로 돌리는 그들의 난투극은 비현실적이면서도 정말 현실적인 현대사회 가족의 초상을 보여준다. 마지막 장면에 세 딸들이 참혹한 현실을 해결하지 못한 채 고향에 어머니를 남겨두고 뿔뿔이 흩어지는 모습은 관객들로 하여금 현대 사회에서 ‘가족’이라는 의미가 도대체 무엇일까를 고민하게 만든다. ‘가족’이라는 개념에 대해 막연한 중요성을 강조하기 보다는, 왜 가족이 중요한지 곰곰이 생각해보게 하는 영화이다.

/ 피플투데이 이민지 기자(boom965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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