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가 함께 조상들의 전통을 고수하는 도예명문가 ‘영남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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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투데이 박재찬기자] = 영남요의 대표 김정옥 사기장은 우리나라 중요무형문화재 105호 사기장으로 7대 도예가문의 수장으로 있다. 현재는 그의 아들과 손자까지 3대가 함께 작업하여 9대가 도예의 전통을 이어가는 역사와 뼈대가 있는 집안이다. 그는 우리나라에서 사기장 최초의 무형문화재로 선정되었으며, 그는 청화백자팔각병과 분청사기철화당초문계룡산호와 정호다와 등의 작품들을 통해 투박하지만 고고한 자연의 멋을 뽐내고 있다.
 
200여 년 7대가 지켜온 전통의 작업
 
김정옥 사기장은 전기 물레나 발물레 또는 가스 가마 대신 전통의 장작 가마인 망댕이 가마로 200여 년 동안 이어온 조상들의 전통의 사용방식을 고수하고 있다.
망댕이란 흙을 뭉친 덩어리를 의미한다. 김정옥 사기장은 가문대대로 지켜온 전통 가마인 망댕이 가마를 사용하며, 장작은 자신과 가장 궁합이 잘 맞는다는 적송만을 고집한다. 그가 이렇게 가마와 장작의 전통을 고수하는 이유는 언뜻 보기에는 가스가마나 전통가마나 별 다른 차이가 없어 보이지만, 현대의 가마들은 가스나 석유 때문에 대기가 나빠지는 반면 나무를 때면 독성이 없어진다고 설명했다. 다시 말해 독성 없는 불로 그릇을 구우는 것이 김정옥 사기장의 전통을 고수하는 이유였다. 그는 실제로 전통 가마의 독성 없는 불로 구운 그릇에 꽃을 꽂아두면 가스 가마에 구운 그릇에 꽂아둔 꽃보다 오래 생생함을 유지한다고 말했다.
 
김정옥 사기장은 가마와 땔감뿐만 아니라 모든 작업에서 옛 조상들의 전통을 고집한다. 그는 60여 년이 넘게 작업을 하면서, 힘들고 어려운 작업이지만 꿋꿋히 선조들이 해온 작업을 답습하며 다른 사람들의 손을 빌리지 않고 오로지 가내수공업만으로 작업하고 있다.
김정옥 사기장의 작업은 그림도 조작도 직접한다. 이렇게 손수 모든 작업을 하는 것은 과거에도 국가에서 운영하는 ‘관요’는 사람들이 분담하여 작업했지만, 민요에서는 손주 직접 모든 작업을 했는데, 김정옥 사기장은 민요의 작업방법으로 작업을 고수하는 것이다. 이미 5~7년 정도 뗄 나무를 미리 확보할 정도로 그는 하나부터 열까지 과거의 전통을 그대로 고집한다.
 
두달의 한번 불을 지피는 가마에는 100여점의 작품들이 들어가지만 남는 것은 3~4점이 채 안 된다. 80~90%의 성공확률을 보장하는 가스 가마 대신 97%의 실패가 불 보듯 뻔 한 망댕이 가마를 고집하는 이유는 가장 한국적인 그릇을 만들기 위해서 그 방법부터 전통적으로 해서 많은 작품보다 제대로 된 작품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전통의 방법으로 7대째 도예 작업을 이어오고 있는 김정옥 사기장도 이제 63년째 전통의 방법 그대로 방법을 지켜가고 있다.
 
200년을 넘어 300년으로 이어갈 3대의 전통도예작업
 
김정옥 사기장의 할아버지는 왕실의 도자기를 만들던 김비안 선생이었고, 아버지 김교수 선생은 60년대 후반 일본, 인도, 스웨덴 등 세계각지에서 가르침을 얻으러 제자들이 찾아오던 명장이었다. 김정옥 사기장 집안의 명성은 대단했지만 전통의 방법만 고수한 가풍 때문에 늘 배고프고 힘든 생활을 했다. 이렇게 힘겨운 시절을 보내며 김정옥 사기장은 돈으로 살 수 없는 도예가 정신을 배웠다.
김정옥 사기장은 18살 때부터 사기작업을 시작하여 약 60여년의 세월을 지나왔다. 그동안 전통을 지키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해왔고 이제는 전통을 이어나갈 아들 김경식 작가와 손자 김지운 작가까지 함께 작업하고 있다. 영남요는 7대를 넘어 8대와 9대까지 이어갈 준비가 이미 마쳐진 것이다.
 
김정옥 사기장은 3대가 함께 작업하는 것이 어느때 보다 기쁘고 자부심을 느낀다고 했다. 대한민국에서 3대가 함께 작업하는 집안은 영남요 밖에 없고 또 그 작업이 200년이 넘는 전통을 지켜온 작업이기에 더 자랑스럽다는 것이다.
 
김정옥 사기장의 손자 김지훈 작가는 사기작업을 시작한지 2년째이다. 현재 이천 도예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전모건대학교 도예디자인과에 입학 할 예정이다. 김정옥 사기장의 손자 자랑은 그칠지 몰랐다. 집안의 내력인지 김지훈 작가의 재능은 대단하다며 김정옥 사지장은 자랑을 시작했다. 비록 할아버지와 아버지에 비하면 아직 갈 길이 멀지만 김지훈 씨의 실력은 일취월장으로 자라고 있다.
 
김정옥 사기장은 도예를 하고 있는 후배들과 손자에게 도예가 이전에 사람이 먼저 되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흙을 대하기 위해서는 늘 마음을 다잡고 사기를 만들기 전에 사람이 되어야 좋은 작품이 탄생한다는 것을 강조했다.
시대가 변하면서 편하고 쉬운 것을 추구하는 시대에 전통의 방법을 고수한다는 것은 쉬운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7대를 전통을 방법을 고수하며 이제 7대를 넘어 8대와 9대를 이러갈 김정옥 사기장과 영남요 8대 후계자 김경식 작가와 9대 후계자 김지훈 작가에게 감사와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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