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봉사왕 “봉사의 참 뜻, 직접 체험하면 알게 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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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 김주덕 인천여객서비스지점 탑승 수속팀 매니저는 사내에서 ‘봉사왕’으로 불린다. 공식적인 사내 봉사활동 행사 때마다 빠짐없이 얼굴을 내비치고, 주말이나 근무가 일찍 끝나는 날이면 어김없이 인근 요양원을 찾는 게 그의 일과이다.
김 매니저는 매달 둘째 주 목요일 영종도에 있는 해송노인요양원을 찾는다. 오전 6시부터 이어지는 근무가 피곤할 법도 한데 그의 얼굴에는 미소가 떠나지 않는다. 봉사활동을 하면서 매일을 감사하며 산다는 것이 그의 얼굴에 드러난다.
김주덕 매니저는 “봉사활동을 통해 누구에게 준다는 것보다 상대방으로부터 얻는 게 더 많다. 봉사의 즐거움을 알게 돼 너무 행복하다”고 말했다. 봉사활동은 하면 할수록 빠져들게 된다는 김 매니저가 말하는 봉사의 기쁨과 비결은 무엇일까?


소속회사 대한항공의 경영 모토 ‘동행’과 일맥상통
 
김 매니저의 주말은 모두 봉사활동으로 채워져 있다. 교대근무로 금요일 오후에 일찍 퇴근하면 어김없이 인근 요양원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그는 “거의 매주 주말마다 봉사활동에 나서니 가족들이 서운해 할 때도 있지만 가족들의 이해와 격려가 아니었으면 어려웠을 일이라”며 “아내와 아이들의 적극적인 도움이 없었다면 봉사활동을 하는 것도 쉽지 않았을 것”이라는 말로 ‘가족’이 봉사의 진정한 참여자라고 감사의 의미를 대신했다,
평소 사회봉사활동에 대해 지대한 관심이 많았던 그는 2004년 연세대학교 행정대학원에서 사회복지를 전공하면서 본격적인 봉사자의 길로 들어섰다. 단순히 사회복지가 책상에 앉아서 공부만 하는 것이 아니라 직접 실천하는 것이 의미 있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
그가 직장에서 맡은 업무가 특수고객을 담당하는 업무인 ‘한 가족 서비스’(장애인, 임산부 등)를 하면서 단순히 업무가 아닌 이런 특수한 입장에 있는 사람들을 위해 봉사해보자는 마음을 먹게 된 것도 계기가 됐고 “소외된 곳을 찾아 함께하는 것이 더불어 사는 길”이라는 신념을 갖게 됐다.
그의 이 같은 신념은 대한항공의 경영 모토인 ‘동행’과도 상통한다. 소외된 이웃들과 함께하는 삶은 모든 허물을 덮는 자리라는 것. 그는 “회사 회장님(조양호 한진그룹)의 경영철학 또한 우리사회를 건강하게 만드는 밑거름인 나눔의 정신”이라고 강조했다.
봉사활동을 하면서 오히려 힐링을 받는다는 김 매니저는 회사 동료들과 함께하는 ‘하늘사랑회’ 봉사단의 회장을 맡고 있다. 그는 봉사단원들과 함께 하기도 하지만 혼자만의 봉사도 즐겨한다. 봉사활동은 시간이 남아서 하는 게 아니라 쪼개서 하는 것이라는 생각에서 한다.
 

 
하늘사랑 봉사단은 치매환자들을 위해 그들과 함께 달력 만들기, 크리스마스 트리 만들기, 떡 만들기, 연 만들기 등을 통해 작으나마 어르신들에게 삶의 활력소를 제공하고 있다. 그 분들은 자신들이 무언가 할 수 있다는 기쁨에 감격한다는 것.
황금 같은 주말을 봉사활동에 참여한다는 것, 그것도 거의 매주 주말을 보낸다는 건 직장인이라면 모두가 선뜻 나서기 힘든 일이다. 그러나 김 매니저는 그 일을 묵묵히 소임을 다하고 있다.
그는 일사일촌도 가고 쪽방 사람들을 위한 연탄 봉사도 한다. 봉사하다보면 다 주고 오게 된다. 뿐만 아니라 생명의 전화 봉사활동을 통해 자살예방캠페인도 참가한다. 그는 특이한 경험도 했다. 관에 들어가 보는 행사다. 관에 들어갔다 나오면 인생을 뒤돌아보게 된다고 한다. 그 때 여러 가지 생각이 교차한다고. 삶의 중요성을 느끼게 된다는 것이다. “생명의 존엄성을 알게 되고 부모나 주위 사라들에게 못해준 것 대해 회개하고 반성한다. 내 주위를 보고 더불어 살아야겠구나 느끼고, 느끼니까 봉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의 봉사 활동을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매월 4째주 토요일에는 행주산성 근처에 있는 샘터마을을 찾는다. 치매요양원인 이곳에서 봉사활동을 하며 그 외에도 해피타트 연 2회, 연탄봉사 김치 봉사, 중국에서 열렸던 장애인 올림픽 3일간 봉사활동 등을 하면서 봉사시간이 무려 800시간에 이르고 있다. 

 
 

“쓰러지기 전까지 봉사활동은 계속 될 것”
 
그의 봉사활동은 거창한 게 아니다. 모두가 알고 있지만, 모두가 실천하지 못하는 그런 일들이다. 요양원에 가서 노인의 말벗이 돼 주고, 목욕을 시켜주며 빨래를 대신한다.
김 매니저는 “한 사람이 태어나고 돌아가는 과정이 이 곳(요양원)에 있지 않나 생각된다”며 “직장인으로, 가장으로, 자원봉사자로 산다는 게 얼마나 의미 있고 감사한 일인지 매순간 깨닫고 있다”고 말했다. 이 모든 것이 삶의 활력이자 원동력이 되고 있다는 얘기다.
마스크 팩을 하고 ‘20대 못지않은 미모가 됐다’며 기뻐하시는 할머님, 거친 세상을 뒤로 한 채 눈을 감으신 할머님들을 생각하며 만감이 교차하던 김 매니저는 “많은 사람들이 봉사활동을 하면서 삶의 참 기쁨과 행복을 누리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그는 봉사활동을 하면서 안타까움을 느끼는 것은 매번(한 달에 한번) 갈 때 마다 그곳에 있는 어르신들이 조금씩 쇠약해지는 모습을 보게 되는 것이다. “어느 날 복지관을 들어서는 순간 한 주 사이에 어르신이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을 들었다. 눈물이 쏟아지면서 지난주에 좀 더 따뜻하게 해드리지 못한 아쉬움이 밀려왔다”
김 매니저는 봉사활동 역시 사람과 사람 간의 인연을 만들어 가는 과정으로 생각한다. 생사의 기로가 매 순간 자리 잡고 있다는 생각에 김 매니저는 그 뒤로 한 마디라도 더 어르신들과 이야기를 나누고자 노력하고 있다.
특히 누워계시는 어르신들은 와주는 것 자체를 고마워한다. 이는 후원금을 내주는 물질적 봉사보다 말벗이 돼 주는 행동하는 봉사가 더 가치가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최근 봉사활동이 늘어나는 사회 분위기를 반기면서도 그는 따끔한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김 매니저는 “봉사활동을 하면서 ‘다시 오겠다’는 말은 신중하게 해야 한다”며 “다시 오겠다는 봉사단원을 믿고 기다리는 이들이 많다. 그러나 실제 약속을 안 지키고 안 오는 경우가 나타나는데 그러면 그 분들은 그 만큼 상처를 크게 입곤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 매니저는 봉사 활동을 처음 시작할 때는 쉬운 것부터 하라는 조언을 했다. 처음부터 육체적으로 어려운 일로 봉사활동을 시작하면 금방 지치게 된다는 말도 덧붙였다. 그는 “이불 빨래나 연탄 배달 등이 결코 쉬운 게 아니다. 다 같이 할 때는 힘든 줄 모르다가 다음날 지쳐서 봉사활동에 거부감을 드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첫 시작부터 힘들고 어려운 봉사활동을 선택하면 봉사활동의 보람을 깨닫기 전에 몸이 먼저 지쳐버릴 수 있다는 의미다.
그는 “현재 우리사회는 초고령화 사회로 접어들면서 점 점 더 몸이 쇠약해지는 분들이 늘어나고 이분들은 도움이 필요하다. 봉사는 시간이 남아서 하는 것이 아니라 쪼개서 하는 것이다. 서로 함께 더불어 사는 것으로 봉사를 통해 자신도 건강해진다. 사회에서 이러한 것을 알려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우리사회의 문제점 가운데 하나인 남을 배려하지 않는 풍조, 높은 자살률 등의 문제는 직접 사회와 부딪치면서 해소가 되는 데 그 중에 하나는 봉사활동으로 사회를 알아가는 것이라 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상대방 입장에 서서 생각한다면 봉사의 의미는 달라지는 것이라고 정의한다. 노인복지(요양)관에 가면 어르신들 공경하게 된다. 요즘과 같이 효사상이 부족한 세상에서 봉사함으로써 효로 다시 돌아온다는 것이다. 가서 직접 느끼는 것, 그것이 효를 배우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의 봉사에 대한 열정을 보상이라도 하듯 2004년과 2012년에는 국무총리 표창을 받기도 했다. 그는 몸이 허락하는 한 봉사활동을 이어가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 매니저는 이 말을 꼭 남겨 달라고 당부했다. 그의 신조와도 같은 문구다. “여러분 모두 봉사에 참여하셔서 삶의 참 기쁨과 행복을 느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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