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려진 소재에 움직임으로 생명을 불어넣다

조병철 조각가

  • 입력 2024.03.27 22:39
  • 수정 2024.04.03 15:03
  • 기자명 김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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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병철 조각가
▲ 조병철 조각가

흔히 4차 산업혁명의 특징 중 하나로 ‘융합’을 꼽는다. 예술계에서도 다양한 분야와의 융합이 시도되고 있는데, 그중 대표적인 예가 바로 ‘키네틱 아트(Kinetic Art)’다. 예술 작품에 과학적 원리를 더해 역동적인 움직임을 표현한 것으로, 빛, 소리, 색채, 비디오 등 다양한 분야와 결합해 예술의 새로운 지평을 열고 있다.

조병철 작가는 한국의 키네틱 아티스트(Kinetic Artist) 중 한 명으로, 폐기물과 같이 버려진 소재를 활용해 운동성을 표현함으로써 환경파괴에 대한 경고와 생명력의 강화와 같은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독창적인 작업 방식과 소재 활용 능력을 보여주는 조병철 작가를 만나 그만의 예술 철학을 들어봤다.

‘생명’과 ‘환경’에 대한 관심

조병철 작가는 움직임을 표현한 예술작품을 만드는 키네틱 아티스트다. 동시에 버려진 오브제를 이용해 파괴된 자연과 생태환경에 대한 메시지를 전달한다는 점에서 업사이클링 아티스트(Up-cycling Artist)의 성격도 갖고 있다. 키네틱 아트는 작품 하나를 만들기 위해 과학적 지식이 필요하고, 특성상 작품 판매 수익을 기대하기 어렵다. 그럼에도 조 작가가 이 길을 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아버지께서 자동차 연구개발을 하셔서 어릴 때부터 공구를 만지거나 용접 같은 걸 할 기회가 많았습니다. 또 기계를 분해하고 다시 재조립하는 것도 좋아했구요. 세상에 수많은 조각 작품들이 있는데, 멈춰있는 것보다는 동적인 형태에 관객들이 좀 더 재미를 느낄 것 같아서 대학 때부터 움직이는 작품을 많이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졸업 후 인테리어 분야에 종사하면서 다양한 소재를 많이 다룰 기회가 있었고, 환경을 주제로 삼으면서 자연스럽게 키네틱 아트와 접목하게 된 거죠.”

그간의 작업들 가운데 가장 애착을 느끼는 작품으로 조 작가는 'ROOT OF HUMAN'을 꼽았다. 이 작품은 광명업사이클아트센터의 ‘2016 업사이클 전시기획 공모전’ 당선작으로 ‘국제조각페스타2016’에 출품되었으며, 현재 중국 호베이성 국립미술관에 소장 중이다. 이 작품에는 조 작가의 특별한 사연이 담겨 있다.

“국제조각페스타를 몇 달 앞두고 작업실에 불이 나서 전소되는 사고가 있었어요. 절망한 나머지 조각을 계속 할지 말지의 기로에 놓여 있었죠. 그러던 중 200년 넘은 살구나무가 고사되어 버려진 걸 발견했습니다. 제 상황과 비슷하다고 느꼈어요. 나무 조각을 매달아 모터로 움직임을 표현하고 'ROOT OF HUMAN'이라는 이름을 붙였습니다. 당시 실내에서 육중하게 움직이는 작품이 국내에 별로 없어서 이슈가 됐고, 이후 중국 장춘 현대조각 전시를 거쳐 허베이성 제1회 우한 생태비엔날레에 작품을 출품했습니다. 운이 좋게 1등상을 수상하기도 했으니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이죠.”

2022년 선보인 ‘INFINITY TWIN TOWER’도 기억에 남는 작품으로 꼽았다. 물의 낙하하는 힘을 이용해 특수한 컵이 움직이도록 만든 키네틱 분수 조형물로, 전시 당시 물이 새서 난감한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지만 고생한 만큼 관람객들로부터 호응을 이끌어냈다. 다양한 색상과 모양을 지닌 와인병으로 지구상의 수많은 인종을 표현한 ‘WAVE WINE BOTTLES’도 평론가들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았다. 모두 ‘생명’과 ‘환경’을 주제로 했다는 게 공통점이다.

“제가 천주교인이다 보니 생명이나 환경에 관심이 많은데, 폐기물로 작품을 만들더라도 또 하나의 폐기물을 만드는 건 지양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죠. 그러다 새로운 소재나 물질에 대해 더 공부해야겠더라고요. 저는 움직이는 작품을 만드니까 앞으로도 환경에 대한 관심을 유도하는 방향으로, 특히 어린이들에게 그런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습니다.” 

 

끊임없이 새로움을 추구하는 예술혼

조 작가는 첫 개인전에서 폐철 소재로 만든 고슴도치를 선보였다. 관객이 다가오면 센서로 감지해 붉은 빛을 내뿜는 작품으로, 환경을 파괴하는 인간의 이기심을 경고한 작품이다. 시간이 흐르면서 조 작가가 사용하는 소재는 더 다양해졌지만, 작업 방식은 더욱 아날로그적으로 바뀌었다. 디지털 신호 대신 물의 낙하하는 힘을 이용하는 등 단순하고 반복적인 움직임 속에서 그만의 미학을 찾아볼 수 있다. 

최근에 관심을 갖게 된 소재도 물과 기름과 같이 주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물질이다. 물과 기름의 비중이 다른 점에 착안해서 새로운 작품을 만들 계획이다. 매번 새로운 소재를 사용한다는 게 때로는 부담스럽고, 번거롭게 느껴질 법도 하지만 조 작가는 시행착오도 마다하지 않는다. 생업인 인테리어에 종사하면서도 휴일과 주말을 반납하고 작업에 몰두하는 이유는 순수하게 작품 활동을 즐기기 때문이다.

“새로운 작업을 하다 보면 생각처럼 작동이 되지 않을 때도 있지만, 처음으로 작품을 가동시킬 때 성공이냐 실패냐 판가름이 나는 상황에서 제대로 연동되어 움직이는 모습을 볼 때 굉장히 기쁘거든요. 그런 희열로 만족감을 얻고 다음에 또 새로운 형태나 어려운 구조로 도전하더라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됩니다.”

남들이 관심을 두지 않는 버려진 소재에서도 가능성을 발견하고, 새 생명을 불어넣는 조 작가의 모습에서 남다른 예술혼을 발견할 수 있다. 앞으로 그가 만들어낼 새로운 작품이 여전히 기대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Profile

서울시립대학교 환경조각학과 졸업

-개인전

2024 포스코이앤씨 더샵갤러리(NATURE&KINETIC)

2023 모나무르 복합예술공간

2022 에스티아갤러리(용인 남사읍)

2024~2016 국제조각페스타

2016 광명일사이클아트센터

2012 노암갤러리(인사동)

-그룹전

2023 양평군립미술관 10주년 기념전

2023 홍전미술관 전시

2023 안성바우덕이 야외조각전

2023 문산천야외조각전

2021 부산바다미술제(일광해수욕장)

2021 홍천동심야외조각전

2021 강원 트리엔날레(홍천)

2020 대구현대미술제(9회)

2020 춘천MBC야외조각전

2019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 야외전시

2019 독일 라이프치히 <KOREAN UPCYCLE ART&DESIGN FRONTIER> 

2019 국립내설악미술관-업사이클링아트 전

2018 제10회 한중조각가교류전 (중국 항저우)

2018 The 7th Shenzhen Sculpture Exhibition(심천)

2018 East lake International Ecological Sculpture Biennale(호북성 우한) 

2017 The 5th China Changchun World Sculpture Conference(장춘국제조각공원) 

-수상 및 소장 경력

2023 스타벅스 제주송당R 키네틱작품설치

2023 모나무르 수변공원 작품설치

2021 강원도 홍천 동심야외조각 전시공모 당선

2019 천안동남구청 작품당선 및 설치

2018 중국 호베이성 국립미술관 Root of human 작품소장(우한)

2017 중국우한 East lake 생태비엔날레 1등상 수상(우한 메모리얼파크)

2017 국제조각페스타 평론가상(비전아티스트상 수상)

2016 수상한업사이클전 최우수상(전시프로젝트 수상)

2013,2015 마을미술프로젝트 강원도 정선, 해남 우수영 작품명 뿌리.

2013 마을미술프로젝트 강원도 정선 작품명 theme 1970

2012 제7회 정크아트페스티벌 최우수상(환경부, 마포상암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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