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화 속에서 영원불변의 이상세계를 추구하다

동국대학교 불교문화대학원 김민서 교수 / 민화·불화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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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화는 한 사회의 생활 양식이나 환경에 따라 전통적으로 제작되는 대중적인 실용화를 말한다. 따라서 민족의 신앙, 정치, 사회적인 모습을 담고 있으며, 민중의 심미의식과 직결된다고 할 수 있다. 대중의 일상생활 속에서 실용화로 쓰이는 동시에 주류를 이루는 정통 회화사에 포함되는 작품이기도 하다. 민화는 고대사회로부터 계승된 민족의 신앙과 사상을 상징하고 있으며, 벽사진경이나 수복강녕과 같이 염원을 나타내는 등 과거의 생활상을 엿볼 수 있는 중요한 자료로도 쓰인다. 그럼에도 주변에서 민화를 그린다는 사람을 찾기란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동국대학교 불교문화대학원 김민서 교수는 서양화를 전공했지만 전통미술에 매료되면서 불화 연구에 빠져들었다. 지금은 전통미술과 불화, 민화 등 장르 구분 없이 넘나들며 자신만의 독특한 작품세계를 구현해가고 있다. 김민서 교수가 작품을 통해 말하고자 하는 것, 추구하는 세계는 과연 무엇일까.

작가의 행복한 작품세계가 대중에게 감동 전달

김민서 교수의 작품세계를 표현하는 하나의 키워드를 찾자면 ‘봉황’이라고 할 수 있다. 봉황은 수컷인 봉鳳과 암컷인 황凰을 합성한 단어로 상서롭고 고귀한 뜻을 지닌 상상 속의 새를 가리킨다. 용과 마찬가지로 존재하지 않는 동물이지만, 한자문화권 내 문학·역사·미술 속에 빈번하게 등장한다. 봉황은 흔히 성군의 상징으로 태평성대의 시작을 알리는 길조로 묘사되며, 민중예술 속 인기 높은 길상의 소재인 동시에 민간에서는 봉황도의 화조는 수복강녕, 부귀, 화목의 상징이었다. 또한 사찰 내 실내 장식에서도 봉황을 찾아볼 수 있을 정도로 불교미술과도 관련이 깊다.

지난해 전시에서 김 교수는 ‘연향을 품은 봉황’을 주제로 개인전을 개최, 현대인의 삶을 위로하고 희망이 넘치는 세상을 기원하는 마음을 전했다. 조선시대 민화에서는 불교의 이상인 극락세계를 장엄하는 극락조 봉황을 자주 찾아볼 수 있으며, 연꽃 또한 생명의 근원과 자비로움을 담은 식물로서 불교미술에 자주 등장하는 소재다. 

“맑고 밝은 부처님의 마음과 정신을 작품에 담아내려고 부단히 노력하고 있는데요, 쉽지만은 않은 작업입니다. 하지만 영원불변의 이상세계를 추구하는 것이야말로 나 자신을 만나는 길이며, 인간의 내면세계에서 감동을 이끌어내는 방법이라고 믿기 때문에 그것을 표현할 소재를 계속 연구하고 있죠. 봉황과 연꽃도 그중 하나입니다.”

김 교수는 깨달음을 얻으면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이 바뀌고,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이 바뀌며, 작가의 내면세계도 바뀌고 달라진다고 생각한다. 자신을 잘 아는 것이 진정한 깨달음이며 이를 통해 얻은 편안한 마음과 행복한 작품세계가 대중에게 감동을 전달해준다고 믿는다. 자신의 작품을 본 대중들이 깨달음에 한발 다가서며 아름다운 감동을 받는 것이 김 교수가 지향하는 목표다.

꾸준한 작품연구 펼처

김 교수는 작가인 동시에 교육자이기도 하다. 동국대학교 불교문화대학원 민화교수로 자신만의 사상과 철학을 화두로 후배양성과 대중들에게 행복을 줄 수 있는 작품을 꾸준히 연구하면서 자유롭고 다양한 창작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저의 경우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며 작품연구에 매진하고 있으며 다양한 요소를 통합하는 과정을 즐기고 있습니다. 또 그림은 시대정신을 담아야 하기에 자신의 틀이나 가치관에서 벗어남으로써 진정한 작품세계를 찾고자 끊임없이 노력해야 하죠. 앞으로도 전통미술, 불화, 민화 등 장르 구분 없이 창작 정신으로 통합되는 세계를 펼쳐보고 싶어요.”

작가에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자신만의 독자적인 주제의식을 통해 독창적인 작품세계를 구축하는 것이다. 김 교수의 작품에서 엿볼 수 있는 주제의식은 원효 스님의 ‘화쟁사상’과 깊은 관련을 맺고 있다. 화쟁사상이란 모든 논쟁을 화합으로 바꾸려는 불교교리로서, 사회통합을 추구한다는 면에서 오늘날 시사하는 바가 크다. 

“연꽃이 흙탕물에 물들지 않는 것처럼, 우리도 혼탁함에 물들지 않고 부처님 가르침처럼 맑고 깨끗한 마음을 유지하며 살아갈 수 있다면 그것이야말로 부처 세상이 될 것”이라는 김 교수의 말에서 평화와 행복을 기원하는 마음을 읽을 수 있다. 작년 개인전에서 봉황의 마음과 연꽃의 향기를 가득 전해준 그가 앞으로 어떤 작품세계를 보여줄지 기대를 금치 않을 수 없다.

Profile

개인전 10회

한국미술협회/울산미술협회 회원

지원민화연구원 원장

지원불교미술연구소 소장

동국대학교 미술학과 겸임교수

동국대학교 불교문화대학원 외래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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