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을 닮은 사실적인 화풍으로 대중과 소통하는 동삼 하윤보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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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있는 그대로 담아낸다고 하는 건 어떤 걸까? 아무리 변하지 않는 장소에 그대로 있는 사물이라도 보는 사람의 시각에 따라 사물에 대한 왜곡이나 변형, 느낌들은 달라지기 마련이다. 하지만 자연을 있는 그대로 담아내는 고집스러운 화가가 있다. 지난 2022년 5월 27일부터 6월 2일까지 경기도 안산문화예술의전당에서 ‘숨 쉬는 자연’전을 개최했던 동삼 하윤보 화백이다. 그가 다시 2년만에 그동안 작업한 작품들로 전시회를 개최한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전시회에 앞서 하윤보 화백을 만나 그의 작품세계에 대해 들어봤다.

2022년 대한민국현대미술대전 대상작품 - 봄이 오면 [When spring coming up] 100호(162cmx130.3cm)
2022년 대한민국현대미술대전 대상작품 - 봄이 오면 [When spring coming up] 100호(162cmx130.3cm)

혼자서 화폭에 그림을 채워 나가다

사실주의 화가로 정평이 나 있는 하 화백의 그림은 어쩌면 그의 성장과정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어렸을 때부터 하고 싶은 게 있으면 어떤 방식으로든지 하고 마는 성격의 그가 학교를 다니기 시작할 무렵 연필로 그림을 그리는 데 빠져 있었다. 모두가 가난한 시절이었기에 장남의 그림 그리는 모습에 어머니는 크게 화를 내며 반대했고, 이날부터 그가 집안에서 공식적으로 그림 그리는 모습을 찾아볼 수 없었다고 한다.

그림을 포기한 듯했던 그가 가족들에게 다시 그림을 들고 나타난 것은 2005년 경기도 수원미술전시관에서 개최된 그의 첫 개인 전시회였다. 그의 아버지는 전시회를 앞두고 아들이 보내온 초청장을 보고 나서야 비로소 알게 됐고, 아들이 화가로 데뷔할 때까지 부모로서 역할을 못 해준 것이 미안했던지 전시회장에서 아들을 그림을 보고 감정에 복받쳐 눈물을 보이셨다고 전했다.

그림이 왜 좋았냐는 질문에 하 화백은 그냥 마음이 끌려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고, 집에서 편안히 그림을 그리는 친구와 그의 누나 환경을 부러워했다고 한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았다. 미대에 진학하는 것은 물론, 당장 물감을 사기 위해 닥치는 대로 일을 해야 자신이 좋아하는 그림을 그릴 수 있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그를 더욱 힘들게 했던 것은 그림에 대해 제대로 가르쳐 주는 사람 없이 온전히 혼자서 막막함을 느껴야 했던 것이다.

1980년 화가로 데뷔하기 전까지 10년간 그는 그림에 미쳐 있었다. 잠까지 줄여가면서 밤새 작업한 작품들이 마음에 들지 않아 버린 작품도 셀 수 없고, 어느 정도 마음에 든 작품이 나왔을 때도 시간이 지나면 다시 부끄러워져 찢거나 불태워 버려 그 기간 그의 작품을 본 사람이 거의 없을 정도였다. 자신의 작품 앞에서 부끄러워지고 싶지 않은 완벽주의적인 성향이 아들이 태어난 이후에는 아들에게 당당한 화가로 서기 위해 더욱 심해지기도 한다.

극복(克服)Survive 10호(53cm x 45.5)
극복(克服)Survive 10호(53cm x 45.5)
만추(晩秋) Late Autumn 20호(72.7cm x 60.6cm)
만추(晩秋) Late Autumn 20호(72.7cm x 60.6cm)

있는 그대로의 그림을 그린다는 것은

그래서 그런지 그의 작품은 실제보다 더 실제 같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젊은 시절 그가 제대로 된 작품을 그리기 위해 기나긴 고통에서 빠져나오기 위해 화가가 되기 위한 쉬운 방법을 생각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그건 지식이라는 함정에 자신을 빠뜨리는 일이었다. 그에게 필요한 것은 미대 졸업생 출신의 화가라는 간판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자연과 소통하는 지혜가 더 간절했는지도 모르겠다.

그의 작품들을 보면 마치 자연이라는 큰 그림 속에 비어있는 표구액자를 넣으면 액자의 빈 공간에 자연이 채워져 작은 작품이 됐다가 표구액자를 빼내면 다시 자연이 그대로 드러나는 것처럼 자연과 완벽한 조화를 이룬다는 착각이 든다. 이 모두가 그가 혼자서 터득한 방식을 통해 어떠한 잡념이나 지식, 자만의 덧칠 없이 있는 그대로의 소재와 소통하고 자신만의 기법으로 묘사해 작품을 탄생시킨 긴 시간의 경험과 내공이 아닐까 싶다.

화가로 데뷔한 이후 초대화가로 공동 전시회에 다수 참여하는 등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한 그에게 40년이 넘는 동안 화풍에 대한 변화가 있었는지 묻는 질문에 그는 첫 개인 전시회 이후 2년에 한 번씩 개인 전시회를 개최하고 있는데, 지금까지의 경험으로 다음 전시회까지 새로운 작품 40~50점을 출품하기 위해 지금도 매달 1~2점을 완성하기 위해 열심히 작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온기를 기다리며 Expecting the Warmth 20호(72.7cm x 60.6cm)
온기를 기다리며 Expecting the Warmth 20호(72.7cm x 60.6cm)
어울림 Harmony 20호(72.7cm x 60.6cm)
어울림 Harmony 20호(72.7cm x 60.6cm)

사실주의적 화풍이 대중들과 가장 쉽게 소통하는 방법

사실 쉰이 넘은 나이에 너무 늦게 첫 개인 전시회 개최한 것도 완벽을 추구하는 그의 성격 때문이기도 했지만, 전시회가 늦은 만큼 작품의 완성도가 높아 관객들의 호응과 만족도 역시 좋았다고 전했다. 특히, 그는 지금까지 전시회 중 수원미술전시관에서 전시회를 할 당시 특정 작품 앞에서 많은 사람이 몰입해서 작품을 바라보는 광경을 가장 기억에 남는 전시회로 기억하고 있었다.

이는 그가 서양화가이자 사실주의적 화풍의 화가로 불리고자 하는 이유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그에게 있어 그림뿐만 아니라 예술작품이란 작가의 부연설명 없이 작품 그 자체로 대중들이 그대로 쉽게 느끼고 이해할 수 있어야 서로 소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래서 그의 작품에는 당시 유행하는 화풍이나 화가의 복잡한 의도를 읽고 분석할 필요 없이 천천히 그림 속으로 빠져들면 화가의 생각을 쉽게 내다볼 수 있다.

2022년 대한민국 현대미술대전에서 ‘봄이 오면’으로 대상을 받은 그는 모든 예술가가 그렇듯이 화가는 전시회를 통해 끊임없이 새로운 작품을 많은 사람에게 선보여야 하고, 화가가 아닌 다른 사람이 작품을 소장해야 가치가 높아질 수 있고, 보다 많은 사람에게 작품이 알려질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앞으로 미술협회에서는 나이 많은 화가들에게 권위 있는 상을 주는 것보다 장래가 촉망되고 실력 있는 젊은 화가에게 힘을 실어주는 것이 미술계를 위해서도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조언했다.

따사로움으로 Filled with Warmth 50호(116.7cm x 91cm)
따사로움으로 Filled with Warmth 50호(116.7cm x 91cm)
내일도 이 길을 My Way 20호(72.7cm x 60.6cm)
내일도 이 길을 My Way 20호(72.7cm x 60.6cm)

가장 소중한 가족과 건강을 생각하며 작품활동

그는 경기도당구연맹 회장을 역임하며 청소년들의 당구 엘리트 교육에 앞장서는 등 대한민국의 당구를 변화시키는 독보적인 활동을 마감한 후 7년 전부터 경기도 화성에 버섯농원을 운영하면서 작품활동을 계속하고 있다. 실제로 화가를 만나러 간 곳은 농사를 지으며 편안한 마음으로 건강을 챙기면서 작품활동을 하기에도 너무나도 안성맞춤인 곳이기도 했다. 그는 가급적이면 스트레스를 받지 않으려고 특별한 계획을 세우지 않으려고 했는데, 최근에는 농원 근처에 폐기물매립장 문제가 발생해 반대위원장을 맡게 되면서부터 본의 아니게 평범했던 일상이 바뀌고 있다고 한다.

인터뷰 말미에 하윤보 화백은 가족들에 대한 애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특히, 결혼 후 40년 넘도록 그림에 전념하는 남편을 격려하며, 뒷바라지까지 해준 부인 심윤애 여사에 고마움과 미안함을 전달했는데, 부인의 헌신적인 노력과 이해가 없었더라면 화가로서의 활동도 어려웠으며, 그림의 완성도 또한 미진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요즘에도 아침 출근시간이 다른 부인과 퇴근 후 함께하는 저녁 식사시간에 서로의 일과를 대화하며 보내는 시간을 무척 소중하게 생각하며 이때가 가장 행복하다고 전했다.

세월과 함께 As Time Passed By 60호(130.3cm x97cm)
세월과 함께 As Time Passed By 60호(130.3cm x97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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