맑은 수채화로 구현하는 마음속의 고향

이경이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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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감을 물에 풀어 작업하는 수채화는 특유의 투명함으로 보는 이에게 맑은 기운을 선사한다. 농도에 따라 번짐과 깊이감이 달라지기 때문에 매우 다양하고 까다로운 기법을 요하지만 그만큼 풍부한 표현으로 다채로운 감성을 담아낼 수 있는 것이 바로 수채화다. 이경이 작가는 이러한 수채화의 매력을 살려 관념적인 고향의 이미지를 재현해 보는 이에게 향수를 전달하고 있다.

수채화, 투명함과 포용성의 매력

어려서부터 또래 친구들이 줄을 서 그림을 받아갈 정도로 그림에 뛰어난 소질을 보였던 이경이 작가는 학창시절 동안 꾸준히 그림을 그리며 자연스럽게 미술대학에 진학하게 되었다고 한다. 미대 입시 준비를 뒤늦게 시작한 탓에 수채화에 도전하지 못하고 디자인 계열로 진로를 잡게 되었으나, 가슴 한 구석에는 늘 수채화에 대한 열망을 품고 있었다. 이윽고 세월이 흘러 스스로의 시간을 갖게 되자 “묵은 숙제를 하듯” 수채화를 처음부터 다시 연마하며 작가 생활을 시작한 이 작가는 현재 출중한 재능을 인정받으며 활발한 활동을 이어나가는 모습이다.

“수채화는 다른 재료와 달리 무게감은 덜한 반면 특유의 맑은 물맛으로 형태에 상관없이 모든 것을 담아낼 수 있는 그림이라고 생각합니다. 물에 의해 물감과 물감이 자연스럽게 섞이면서 오묘한 색감을 만들어내는 포용성에 매료되어 처음에 수채화를 접하며 느꼈던 어려움이 도전 정신으로 바뀌게 되었습니다.”

 

 

공간의 재구성으로 고향의 심상을 생생하게 표현하다

모든 예술가에게는 자기만의 고유한 테마를 하나씩 품고 있다. 이경이 작가에게는 ‘고향’이 그렇다. 이 작가의 그림은 노스탤지아를 불러일으키는 한편 그러한 감정으로부터 비롯된 긍정적인 정서를 담아 보는 이에게 안겨준다. 이 작가는 “포근함과 아늑한 느낌을 주는 실제 공간을 소재로 그림 작업을 하고 있다”라며, “사진기가 발달한 현대사회에서 소재를 실물처럼, 혹은 사진처럼 그리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실물에 비구상 요소를 섞는 방향으로 작업한다”고 말했다. 때문에 이 작가의 작품은 현실을 바탕으로 한 허구이며 무언가가 생략되거나 덧붙여지는 방식으로 작가만의 ‘고향’이 만들어진다. 이러한 재구성을 통해 고향은 구체적인 장소가 아닌 돌아가고 싶은 그리움과 미래를 바라볼 힘을 주는 매개적인 공간으로 표현되는 것이다.

“모든 사람에게는 고향이 있습니다. 그곳이 시골이든 도시이든 각자에게는 모두 태어나서 자란 공간이 있고 그곳을 떠올려보면 마음이 푸근해지기도, 힘든 순간에 위안이 되기도 합니다. 그래서 고향이란 많은 사람들에게 그리움의 대상으로 자리 잡은 공간입니다. 제 작품은 저의 고향이면서 여러분의 고향이기도 합니다. 여러분들이 어떠한 공간의 한 장면을 통해 각자의 고향을 되새기며 마음을 푸근하게 하고 힘든 삶을 위로 받게 된다면 좋겠습니다.”

이 작가의 실제 고향은 지방의 한 시내로 시골임에도 불구하고 주변에서 논이나 밭을 구경하기는 힘든 곳이었다. 즉, 이 작가의 그림에서 나타나는 시골 고향 풍경과는 거리가 멀다. 그러나 그 시절 이 작가의 마음을 행복하고 풍성하게 만드는 공간은 집에서 5리 정도 떨어진 외할머니 댁으로 가는 길이었다.

“먼지가 나는 신작로를 언니들과 함께 걷다보면 보이는 키 큰 나무들, 초록에서 시작해 누렇게 변해가는 들녘을 눈에 담을 수 있었습니다. 또, 샛길로 가면 자잘한 밭들, 갓 깨어난 작은 청개구리 새끼들, 한낮의 햇살이 덥다고 투덜대다가도 어느새 석양으로 붉게 물든 하늘이 보여주는 아름다움에 넋을 잃곤 했죠. 외할머니 댁으로 가는 길은 언제나 외할머니를 뵈러 가는 즐거움과 기대감뿐만 아니라 길에서 만날 수 있는 신기한 경험이 함께하는 공간이었습니다. 이 때의 추억이 제 작품의 원천이 되어 돌아가신 부모님과 외할머니에 대한 그리움으로 작업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모두에게 감동과 치유의 힘을 안겨주기 위한 그림

한편 이경이 작가는 올해 8월 개인전을 진행했다.

이번 전시회에서 이 작가는 ‘그리기’보다는 ‘지우기’에 집중하여 새로운 시도를 곁들인 작업을 선보였다. 관련하여 이 작가는 “꼭 채워 나가는 것만 그림이 아니고 채워진 것을 닦아냄으로써 지운 흔적을 남기는 것 또한 그림임을 체감하고 있다”라며, “앞으로도 다양한 시도를 통해 그림의 밀도와 풍성함으로 깊이를 더하는 작업을 하고 싶다”라고 말했다.

“그림은 보기에 익숙하지 않고 손에 쥐어지지 않아 ‘이게 도대체 뭘까?’하는 의문을 불러일으켜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림속의 어떠한 대상이 명확한 의미를 담지 않아 상상력을 통해 자기만의 경험으로 각자의 이야기를 담아낼 수 있는 그림을 지향하고 있습니다.”

앞으로의 계획을 묻자 이 작가는 “더욱 깊이 있는 수채화를 하되, 다양한 표현을 위해 재료의 한정 없이 다방면의 소재로 작업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있다”라며, “사회에서 소외된 취약계층과 더불어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줄 수 있는, 그래서 그림으로 마음을 치유하고 채워줄 수 있는 작가가 되는 것이 최종 목표다”라고 전했다. 실제로 이 작가는 소외된 이들에게 힘이 되어주고 싶다는 마음으로 장애인 교육 기관에서 수채화, 도자기 등 미술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 작가는 “수업을 하며 스스로 많은 자극과 작업의 원동력을 얻곤 한다”라며 “어려운 사람들이 그림을 배우거나 감상함으로써 삶에 긍정적인 마음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안내자가 되고 싶다”라고 소망을 말했다.

 

 

“수채화에 한 획을 그었다고 스스로 자부할 만큼의 수준에 도달할 수 있도록 더욱 심도 있는 수채화 작업을 지속하고 싶습니다. 수채화의 특성을 살려 저의 감성을 잘 전달해 감상자들에게 마음의 평안과 기쁨을 줄 수 있도록 색채와 구성미를 중심으로 차별화된 수채화의 진가를 나타내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와 더불어 단순히 기술적 측면의 그림 실력이 아닌 시적·음악적·미적 감정을 잘 살려내기 위한 연구를 멈추지 않을 것입니다.”

 

 

Profile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졸업

개인전 6회

2023 이경이 개인전

2023 한국미술 과거 현재 미래 부스개인전

2022 이경이 개인전

제10회 대한민국 미르인 예술대전 선정작가 전시회 부스 개인전

제27회 통일문화제 한국대표작가 초대전

한국 캐나다 현대미술작가 초대전 외 그룹전 다수

제10회 대한민국 미르인예술대전 선정작가

글로벌베스트인물대상 서양화부문 대상

제15회 보석문화상품공모전 금상

미의식표상전 우수작가상

서울미술대상전 특선 외 공모전 다수 입상

한국미술협회 회원

용인미술협회 회원

한국자연재난협회 기후재난환경 미술공모전 운영이사

평화예술재단 이사

경기도평생교육진흥원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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