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시브하우스 기술, 농업을 만나다-탄소중립 도시농업 ‘패시브팜’ 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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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위기의 심각성이 커지는 현 상황에서 모든 산업 분야의 생태적 전환은 필수적이다. 건축 또한 그렇다. 지속 가능한 건축의 예시로 흔히 ‘생태건축’이 주목을 받곤 한다. 생태건축이란 자연과 인공이 생태계 안에 융합하여 상생할 수 있는 건축의 개념으로, 친환경 에너지를 사용하거나 자연 본래의 소재를 건축 자재로 쓴다. 이와 관련, 건축사사무소 시인공간의 박병열 대표는 생태 건축의 본질성에 주목하며 “친환경 재료에 국한하지 않고 건축 과정에서 에너지를 덜 사용하며 오랫동안 자연과 함께 살아갈 수 있는 건축”에 관해 연구한다. 박 대표가 제안하는 답은 ‘패시브하우스’다.

한국 실정에 맞는 경제적 패시브하우스 연구

독일에서 시작된 패시브하우스는 별도의 연료 없이 태양 에너지를 주 에너지로 사용하여 햇빛의 취득량을 조절하는 방식으로 공간을 냉난방하는 친환경 건축 기법이다. 첨단 단열시스템과 열회수환기 장치 등을 활용하며 정석적으로 정밀하게 설계된 패시브하우스는 태양 에너지만으로도 실내 온도를 적정 수준으로 유지한다.

박 대표는 한국 환경에 적합한 방식으로 패시브하우스 기술 개발에 성공해 국내 최고 패시브하우스 전문가라는 평가를 받는다. 또한 시인공간은 국내에서 패시브하우스 최고 권위 연구 기관인 독일 PHI로 인증받은 실증 프로젝트를 최다 수행한 업체로, 일반 건축비로 패시브하우스의 성능은 극대화할 수 있는 노하우를 가지고 있다.

“살아가기 위해 정말 필요한 자연의 자원을 잘 활용하는 건축이 바로 생태건축입니다. 이제는 에너지가 덜 쓰이면서도 건강한 방식으로 자연과 공생하는 건축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때입니다. 또한 그러한 건축이 사람뿐만 아니라 동물, 식물을 위한 공간으로 확장되는 것이 진정으로 자연과 공존하는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건축과 융합한 친환경 농업, ‘패시브팜’

박 대표는 현재 패시브하우스 개념을 농업에 접목한 ‘패시브팜’을 연구 중이다. 농업은 환경에 크게 좌우되며 막대한 노동력이 투입되는 산업이다. 현재는 기후위기와 고령화 및 지방 소외 현상으로 농업의 지속가능성이 흔들리는 상태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박 대표가 제안한 패시브팜은 에너지손실 없이 친환경 농업이 가능하며 공간 활용성이 좋아 도시에서도 운영할 수 있다. 특히, 기온과 습도 조절이 필수적인 농업 특성상 경제적으로 온도 조절이 가능하다는 점이 큰 장점이다. 박 대표는 특히, ‘폐교를 활용한 패시브팜’을 아이디어로 내세웠다. 청년 인구가 급격히 감소하는 지방에서 유지되지 못하고 폐교가 되어버린 건물을 농업 시설로 활용하는 것이다. 학교 건물은 남쪽에 창문이 많은 구조이기 때문에 리모델링을 조금만 거쳐도 손쉽게 패시브팜을 구현 할 수 있다는 의견이다. 이러한 공간에서 고부가가치 작물을 재배하면 농촌 경쟁력 향상에도 기여하므로 곧 환경과 경제의 선순환이 이루어진다.

“학교 건물은 보통 남향을 바라보며 3층 정도의 높이입니다. 남쪽 큰 창들을 단열창으로 끼우고 벽체를 외단열로 보강하면 패시브팜이 될 수 있습니다. 또한 학교는 운동장 등 부지가 넓어 공간 활용성이 매우 높죠. 따라서 기존 건물을 리모델링하는 것뿐만 아니라 운동장에서는 농장형 모델의 패시브팜을 세워 작물을 재배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폐교에 이어 건축물형 모델을 수도권 도시에 적용한다면 고층 건물을 활용해 볼 수 있겠습니다. 패시브팜과 문화 공간을 결합해 시민들이 건물 내부를 오가며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로 식물 성장이 가능하게 하는 것입니다. 실제 제가 실험용 패시브팜을 제작하여 테스트 해 본 결과 새벽 실외 온도가 영하 5도인 상황에서도 건축물 내부는 난방장치 없이 15도 이상 유지됨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열이 들어오면 나가기 어려운 구조이기 때문에 남향 방향으로 창을 얼마나 넣느냐에 따라 보온의 양을 늘릴 수 있는데, 이러한 패시브적인 방식과 지붕에 태양광과 같은 액티브적 요소로 부족한 난방량을 보충한다면 식물 생장에 가장 적합한 온도인 25도를 유지할 수 있습니다.”

박 대표는 패시브팜의 도입과 대중화를 위해 강연, 방송, 포럼 개최 등 다방면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올해 초에는 순천 농업기술센터에서 청년 농업인과 농업직 공무원을 대상으로 강연을 진행했으며 9월에는 대한민국 지속가능 발전대회에서 패시브하우스 기술 및 지속가능한 농업을 주제로 포럼을 열었다. 포럼에서는 삶의 공간에 자연을 포함시키며 관상과 휴식의 효과를 겸하는 ‘도시농업’, 생태계와 사람과의 조화를 통해 지속성과 농업 문화를 제고하는 ‘퍼머컬쳐(permaculture)’ 등을 설명했다. 또한 기후위기는 곧 식량위기로 이어짐을 밝히며 탄소중립시대에서 농업이 탄소와 에너지 소비량을 줄일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며 ‘탄소중립농업’ 실현에 관해 토론했다.

“탄소중립시대에서는 우선적으로 에너지 전환, 즉 현재 사용 중인 화석연료 등의 에너지 소비량이 줄어들어야 합니다. 이러한 문제로 여러 가지 갈등과 논의 사항이 있겠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재생에너지 생산 자체에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근본적으로 우리가 지금 사용하는 총에너지 소비량을 줄여야 하는 것입니다. 특히나 건축은 에너지 소비량이 큰 산업에 속하는데, 그러한 산업일수록 에너지 소비를 획기적으로 줄이는 방안이 절실합니다. 제가 친환경에 관심을 가지며 패시브하우스 기술에 주목한 이유도 바로 이러한 맥락입니다. 별다른 설치 없이 건축 외피를 잘 구성하는 것만으로도 실내 온도 유지에 필요한 에너지를 90% 가까이 절약할 수 있는 기술이기 때문입니다.”

자연과 사람, 모두가 행복한 건축을 위해

한편, ‘친환경’은 개인의 불편함을 수반한다는 인식이 고착되어 있다. 편리함의 결과가 자연 파괴로 이어진다는 것을 이미 모두가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박 대표는 패시브하우스가 모든 방면에서 장점이 될 수 있는 기술임이 입증되고 ‘패시브하우스 운동’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연구에 골몰한 것이다. 특히 박 대표가 집중한 부분은 ‘경제성’이었다.

“건축 시작 단계부터 건축 부지의 환경, 단열과 열교현상 등을 잘 해석해서 처음부터 정교한 설계로 건축물을 지으면 공정이 단순화되기 때문에 다른 건축물과 비교해 경제적으로도 유리하게 패시브하우스를 지을 수 있습니다. 앞으로 각종 환경 재해로 인해 에너지 수급이 어려워지면 에너지 비용이 올라갈 수밖에 없는데, 그러한 상황에서 주거 문제는 더더욱 빈부 등의 사회적 문제와 결부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이런 부분에 있어 건축이 사회적 역할을 제대로 해서 상당부분 해결할 수 있도록 여러 연구를 진행하고 아이디어를 모색 중입니다.”

박 대표가 추구하는 이상적인 건축은 ‘모두가 더불어 잘 살아가는 세상’을 위한 건축이다. 그렇기 때문에 건축물이 그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을 이롭게 하고 좋은 결과로 이어지도록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는 일을 멈출 수 없다. 박 대표가 그리는 이상처럼 가장 본질적인 생태건축, 패시브하우스가 건축물의 표준으로 자리 잡아 모두에게 평등한 자연 속에서 함께 살아가는 세상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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