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석기의 미술여행] 중국 남경(南京) “한국의 김석기와 중국의 주도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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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자산비경_김석기 작가 작품
▲ 천자산비경_김석기 작가 작품

1996년 봄 강소성의 남경시에 있는 남경 미술관에서 전시회를 갖기 위하여 두 번째 중국 여행에 나섰다. 상해 공항을 빠져나오면서 마치 세계 중고 자동차 박물관에 초대를 받은 기분이다. 세계 각지에서 온 각양각색의 중고차들이 거리를 질주하고 있다. 4년 전에 방문했을 때보다 차량도 많아지고 복잡해진 거리의 풍경이 발전하고 있는 역동적인 중국을 느끼게 한다. 

상해에서 남경으로 달리는 2층 고속 기차는 이국적 분위기를 더욱 느끼게 한다. 차내에는 테이블도 있고 의자도 편안하여 스케치를 하면서 여행하기에 아주 좋은 시설이다. 차창에 전개되는 중국의 시골풍경을 하나하나 스케치북에 옮긴다. 차내의 중국인들이 호기심을 가지고 옹기종기 모여들어 스케치북을 들여다본다. 중국인들이 그림에 대한 관심도가 높은 것은 예나 지금이나 한결같다. 

광활한 들판에는 노란 원색의 유채 꽃밭이 전개된다. 한 시간 두 시간 계속 달려도 온통 노란색의 유채꽃밭이 끝이 보이지 않는다. 아름다운 황색의 벌판을 달리며 열차 안에서 스케치를 즐기는 낭만은 자연주의 작가의 행복이며 최대의 특권이다. 

양주서호에서_김석기 작가 작품
▲ 양주서호에서_김석기 작가 작품

상해에서 남경까지 다섯 시간 동안 달리는 특급열차의 차창에 비치는 유채꽃의 변화 없는 풍경이 아름답기보다 오히려 지루할 정도다.  

일본인들에 의하여 대학살이 이루어져 슬픔의 도시로 기억되는 남경에 도착한다. 중국 강소성의 남경은 손문선생이 죽어서 묻히기를 원했던 향수의 도시이다. 남경에 도착하자마자 한 푼의 돈을 요구하며 어린이들이 떼로 몰려든다. 아직은 어렵게 사는 중국인들의 생활환경을 알 것만 같다. 

남경 시가지를 달리는 차창으로 다가서는 가로수의 색다른 모양들이 이국적이다. 중국은 동양회화의 종주국으로 그동안 동양 산수화의 역사를 주도했다. 또한 그림의 화풍도 엄격히 우리와는 다르다. 그들은 분명 폐쇄된 과거의 역사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그들의 예술세계는 새로움과 창의성을 강조한 개성 있는 화풍으로 발전하였다. 그것은 그들이 폐쇄 속에서도 세계를 관조하는 예술적인 시각만은 유지하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화가가 되기를 희망하는 사람들의 수가 강소성만 치더라도 십만 명 정도다. 그중 서화원에 들어가 정식 화가가 되는 사람들은 아주 소수이다. 남경의 경우 서화원에 들어갈 수 있는 국가 공인 미술사는 약 80명 정도이며, 그중 20명 정도가 국가의 유급화가이고, 그 외는 무급화가라고 한다. 화원 화가들은 1급, 2급, 3급, 4급 등의 계급으로 작가 수준의 정도를 철저히 구분하고 있다. 어떻게 화가들의 전문성을 등급으로 구분할 수 있을까? 그리고 그 등급을 결정하는 평가의 기준은 무엇일까?라고 묻는 말에 그들은 '수준'이라고 말한다. 오로지 수준 있는 실력자만이 화원에 들어올 수 있는 기준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젊은 화가들은 하루에 열 시간에서 열네 시간까지 공부를 한다는 것이다. 참다운 예술을 위해서라기보다는 자신들이 화원의 화가로 살아남기 위해서라는 것이다. 화원에 들어간 후에도 변화 있는 작품을 계속해서 연구하지 않으면 인정을 받지 못한다. 그들이 그렇게 많은 시간을 공부에 힘쓰고 있는 점에 대해서는 우리가 주의 깊게 다시 한번 생각해야 할 부분이다.

손문 묘소에서_김석기 작가 작품
▲ 손문 묘소에서_김석기 작가 작품

남경 전시회를 통하여 남경서화원장이며 국가 1급 미술사인 주도평을 만났다. 중국의 천년 산수화 역사를 공부하면서 많은 대화와 교류를 할 수 있는 중국인 친구가 아쉬웠다. 주도평과의 만남은 나에게는 행운이었고, 내가 산수화에 대한 연구와 작품을 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 나보다 두 살이 아래인 주도평과 나는 의형제가 되었다. 주도평의 그림이 매우 개성적이고 우수하다는 것을 나는 잘 알고 있다. 우리는 형제가 된 기념으로 손문묘소를 참배하면서 한국에서 전시회를 함께 갖기로 약속도 하였다.  

중국 청나라 말기에 주창되어 1905년에 혁명동맹회 강령으로 채택되었던 민족, 민권, 민생의 삼민주의로 중국인들의 추앙을 받으며 중국인이면 누구나 일생에 한번 참배하기를 소망한다는 손문 선생의 묘소 앞에서 나는 주도평과 함께 우리가 형제로서 앞으로 동양회화를 함께 연구하고 새로운 예술세계 개척을 위해 노력할 것을 다짐했다.

주도평과 함께 ‘양주8궤’로 유명한 양주 작가들의 작품을 돌아보기 위해 양주를 찾았다. 양주 중심으로 활약했던 김농, 정섭, 이선, 나빙, 황신, 이방응, 왕사신, 고상의 등 여덟 화가의 역사와 흔적을 그들의 기념관에서 찾아볼 수가 있었다. 이석팔대(二石八大)의 화풍으로 자유로운 감흥의 표현을 추구하여 파격적인 화풍을 이룩했던 양주8궤의 새로운 예술세계를 돌아보며 주도평과 나는 동양회화의 정통성과 전통을 발전시켜 동양회화의 깊이 있고 새로운 가능성을 세계에 보여주자고 다짐을 했다. 

우리들의 만남은 1997년 5월 대전 대림갤러리에서 개막된 한국의 김석기와 중국의 주도평이 만든 ‘한중동양산수 2인전’으로 연결되었고, 이 이후 4차례의 2인 전에 이어 이제 우리의 목표는 유럽을 통해서 동양미술의 진수를 보여주는 일이다. 

우리의 그림에 대한 노력과 형제의 우애가 아름답게 결실을 맺어 꽃을 피우는 날 많은 사람들에 의해 아름다운 이야기로 남을 것이라 생각을 하며 끝도 없는 예술의 세계에서 만난 우리를 통해서 동양예술이 조금이라도 발전되기를 간절히 바랄 뿐이다. 

남경 서화원에서_김석기 작가 작품
▲ 남경 서화원에서_김석기 작가 작품

雨松 김석기(W.S KIM)

경희대학교 미술대학 및 대학원 졸업

경희대, 충남대, 한남대 강사 및 겸임교수 역임

프랑스 몽테송아트살롱전 초대작가

프랑스 몽테송아트살롱전 A.P.A.M 정회원 및 심사위원

개인전 42회 국제전 50회, 한국전 450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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