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파·기지국 분석 연구…사람을 구하기 위한 효율적 구조 시스템을 구축하다

최종찬 ㈔대한산악구조협회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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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등산객의 안전한 등반 활동을 위해 설립된 대한산악구조협회는 전국 700명 규모의 산악구조대 대원과 대장들이 산악지대 발생 사고를 해결한다. 대한산악구조협회의 최종찬 이사는 전라북도 전주에서 전문의약품 유통회사를 경영하는 한편, 어린 시절부터 산에 친숙했던 경험을 토대로 산악구조 활동에 뛰어들어 관련된 시스템 및 연구‧분석을 해오고 있다. 피플투데이는 최종찬 이사를 만나 산악구조에 관해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보는 시간을 가졌다.

전파분석으로 수색 범위를 좁히는 지능형 수색 시스템 ‘iSAR’
7년 전, 민간 구조대원으로서 산악구조에 나섰다가 어설픈 구조 실력을 반성하며 전문적인 교육을 받기 시작한 최종찬 이사. 그는 어느덧 산악구조의 전문가로서 산악지역 조난 사고 시 이동통신 기지국을 이용한 수색구조 연구, 전파분석을 통한 실종자 위치추적 아이디어로 협업을 통해 기술개발에 일조하는 등 효율적인 시스템을 발굴하기에 이르렀다. 
특히, 전파분석을 이용한 지능화 수색 지원 시스템 ‘iSAR(intelligent Search And Rescue’은 최 이사의 아이디어로 구현해낸 ㈜솔빛시스템의 앱으로 실종자의 위치를 신속하게 파악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본 프로그램은 산악지대에서 휴대전화를 사용할 수 없는 실종자의 위치를 유추해 수색 범위를 크게 좁히며, 구조대원의 동선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산악사고의 실종자 중 상당수가 극단적 선택을 하려는 사람들이거나 치매 환자들입니다. 이런 분들 같은 경우 연락이 어렵기 때문에 추적이 쉽지 않습니다. 특히 치매 환자의 경우 근육의 아픔이나 숨이 차는 등 힘듦을 잘 못 느끼기 때문에 단계별 이동 패턴 분석이 중요합니다. 이러한 연구 결과가 축적되다 보니 찾을 수 있는 확률이 더 높아진 거죠. 이를 토대로 효율적인 산악구조 시스템의 구축이 필요하다고 느껴 기존의 등산 앱을 산악 수색구조 테마에 맞게 만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게 ㈜솔빛시스템과 함께 개발해낸 iSAR은 수색 범위를 좁혀 수색대원이 의심 지역을 확실히 수색할 수 있도록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며 지시할 수 있는 프로그램입니다. 또한 산 구조를 몰라 방향감각을 잃거나 장기간 수색으로 대원이 바뀌어도 수색을 마친 지역을 인수인계하며 중복 수사를 막아 효율적인 수색이 가능합니다.”

이동통신 기지국 분석으로 실종자의 위치를 파악하다
산악지역에서 구조대상자가 스마트폰을 소지하고 있을 경우 GPS로 위치를 쉽게 파악할 수 있지만, 앞서 언급했듯이 구조대상자와 연락이 닿지 않을 경우에는 위치 파악이 어려워진다. 또한 경사가 급한 곳이 많은 대한민국 산악지대의 특징 상 전파 음영 지역 발생으로 인해 연락이 불가능해지거나 GPS 추적을 해도 구조대상자의 위치 정보가 수신기지국의 위치 정보로 전송되는 경우가 있다. 

“2016년 전북의 운장산에서 발생한 등산객 조난 사고의 경우 기상 악화로 길을 잃은 구조대상자를 구하기 위해 1400여명의 경찰, 군인, 소방관, 민간구조대원들이 10일간 수색에 나섰습니다. 당시 수색은 실패로 종료되었고 이후 9개월의 시간이 흐른 후 구조대상자는 수색 범위를 한참 벗어난 곳에서 백골로 발견되었죠. 구조대상자가 구조 요청을 하며 수신된 기지국 위치는 구조대상자의 산행지 근처 기지국 보다 멀리 떨어진 곳에 있었습니다. 당시 기지국을 활용한 수색 매뉴얼은 기지국에서 반경 500m~2km를 수색 범위로 설정하고 있었는데, 실제 구조대상자와 수신 기지국의 거리는 30km에 달했던 거죠.”

이에 큰 의문을 느끼게 된 최 이사는 연구에 돌입했다. 연구 결과 Line of sight 산악지역의 이동통신 주파수는 직진성이 강하므로 오히려 수신되지 않은 기지국의 커버리지를 분석하는 것이 위치 범위를 좁힐 수 있는 핵심 방법이었다. 구조대상자와 가까운 곳에 위치한 기지국이 있어도 사이에 고도 차이가 발생한다면 전파는 멀리 떨어져 있어도 구조대상자와 고도가 비슷한 기지국에 수신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수신되지 않은 기지국의 커버리지를 분석함으로써 구조대상자의 위치 파악이 가능해진다. 산의 정보와 구조대상자의 신체조건, 기지국의 형태 등의 정보를 모두 활용하면 수색 범위를 크게 좁힐 수 있다.

“산악구조에 관한 관심이 절실한 때”
어릴 적부터 산과 절친한 친구였던 최 이사의 오랜 꿈은 소방관이었다. ‘사람을 구하고 싶다’는 꿈을 이루기 위해 소방관 시험에 응시했지만, 낙방해버린 그가 택한 길은 산에서 사람을 구하는 ‘산악구조’였다. 

“산악구조 활동을 통해 경제적인 이득을 얻는 건 아닙니다. 오히려 막대한 시간과 재화가 투입되는 활동이기 때문에 주위 사람들에게 실속 없다는 핀잔을 받기도 하죠(웃음). 하지만 대신 저는 그보다 더 값진 보람과 만족감을 얻고 있습니다. 저의 연구로 보다 효율적인 시스템이 구축되어 구조대원들이 좀 더 불편을 덜 겪고 한 사람이라도 더 살릴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행복합니다. 앞으로도 골든타임 안에 산악지역 실종자를 구조할 수 있도록 신속한 정보 공유와 빠른 수색이 가능한 효율적인 시스템을 더 연구하고자 합니다.”

인터뷰 말미에 최종찬 이사는 강원도소방학교의 장남중 교수를 언급했다. 최 이사를 발굴해 소방학교 강연을 추진할 정도로 산악구조 및 전반적인 구조 활동에 관한 열정이 뛰어난 장남중 교수는 산악구조에 관련한 다양한 서적을 집필하며 다양한 활동을 해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그는 산 속의 절벽 지대나 암벽, 수상에서 로프를 활용한 구조 전문가다. 

“강원소방학교의 장남중 교수님께서 산악 구조에 대해 강연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 주셔서 좋은 기회로 세 번 정도 정식 교육을 시행했었고, 높은 만족도를 기록하며 강연을 마무리 했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관련 교육이 확대되기에는 산악구조에 관한 관심이 현저히 낮은 편입니다. 등산은 전 국민들이 사랑하는 여가활동이기 때문에 산악사고는 날로 갈수록 빈번해지고 있습니다. 한 지역에서 일어나는 산악사고는 적은 수로 보일 수 있을지라도, 전국에서는 매년 비일비재하게 산악사고가 일어납니다. 이에 많은 분들이 산악구조 활동에 관심을 가져 주시고 관련 연구 활동 및 체계적 시스템 도입이 이루어졌으면 좋겠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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