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우방의 기와이야기] 고구려 수막새는 어떤 기와일까?

  • 입력 2023.07.20 16:49
  • 수정 2023.07.20 20:46
  • 기자명 강우방 일향한국미술사연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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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물과 작품
흔히 고고학자들은 발굴을 주로 하는데, 고분이나 사찰 터에서 발굴된 것들을 유물(遺物)이라 부른다. 그 명칭은 일본 학자들이 오래전부터 쓰기 시작했으나 요즈음 일본에서는 고고학자들이라도 그 용어를 쓰지 않고, ‘작품(作品)’이란 용어를 쓰고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 고고학자들은 아직도 유물이란 용어를 쓰고 있으며, 심지어 미술사학자들도 유물이란 용어를 쓴다. ‘작품’이란 말을 쓰는 것은 ‘예술작품’이란 뜻이다. 그러므로 고고학 연구의 대상들이든 미술사학 연구의 대상이든 일체가 예술작품이라 불러야 한다. 기와는 흙으로 만들어서 깨지기 쉽고 값도 싸서 대개 유물이라 부른다. 그런 기와를 예술작품이라 부르는 사람은 거의 없다. 오래전에 일본 나라 문화재 연구소에서 기와 전공자가 마침 경주 월지에서 발견된 ‘통일신라 녹유 용면와’ 사진을 보더니, “참으로 예술작품이군요”라고 감탄한 적이 있었다. 그때는 나도 귀면으로 알고 있었던 때였다. 그런데 회흑색의 깨지기 좋고 대량생산이라 공예품이라 인식해 온 기와가 왜 예술작품인가. 그러나 기와야말로 가장 위대한 예술작품임을 증명하기 위하여 이 연재를 쓰고 있다.

기와 문양의 본질
기와 전공자들이 있지만 그들이 쓰고 있는 용어들은 100% 오류다. 아마도 기와 전공자들은 이런 말을 듣고는 화를 낼지 모른다. 기와를 연구하려면 건축도 연구하고 다른 장르도 연구해야지 기와만 연구하면 아무것도 이루지 못한다. 학문과 예술은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니다. 결국 아무도 모르고 있기 때문에 누구나 무책임하게 틀린 말을 해도 틀린 줄 모른다. 그래서 올바른 말은 배척하기에 이른다. 결국 아무 이야기를 해도 어떤 것이 옳은지 어떤 것이 그른지 모른다. 그러므로 세월이 흐를수록 오류만 쌓여 간다. 
우선 기와에서 ‘수막새와 암막새의 관계’를 모르고 있는 것이 치명적이다. 가장 중요한 것을 모르기에 이런 사단이 일어난다. 내가 가장 중요한 진리를 깨쳤기에 그 관계를 밝히며, 왜 지붕에 이런 문양의 기와를 조각하여 올렸는지도 밝혀나갈 것이다. 나의 기와에 관한 연구는 무한히 확장한다. 확장성이 없는 해석은 거짓이고 오류이며 건축 일체를 오도한다. 그러면 기와의 본질은 무엇인가. 그 본질을 밝히려면 몇 마디로 전달할 수 없다. 우선 고구려 기와를 하나하나 살펴나기로 한다. 

도 1-1. 살구씨 모양 보주문 수막새, 평양 평천리 절터
도 1-1. 살구씨 모양 보주문 수막새, 평양 평천리 절터
도1-2
도1-2

<작품 1>. 고구려 살구모양 보주문 수막새 
이 고구려 수막새를 기와 연구자들은 연화문 수막새라 부른다(도 1-1). 사람들은 작품을 자세히 살펴보지 않고, 누군가 연화문이라고 말하면 그런 줄 안다. 기와의 살구모양을 자세히 보면 연꽃이라 말할 수 없다(도 1-2). 그런 연꽃은 없다. 살구 모양이지만 살구를 보고 고구려 와공은 이런 기와를 만들지 않았을 것이다. 보주라는 것은 대우주의 기운을 압축한 것으로 원래 일정한 모양이 있는 것이 아니어서 다양한 모양으로 표현한다. 

도1-2
도1-2
도1-2
도1-2
도1-5. 보주에서 보주가 나옴
도1-5. 보주에서 보주가 나옴

밑그림을 그려서(도 1-3), 채색 분석해 보아야 알 수 있는데 우선 중심의 둥근 보주가 가장 중요하다(도 1-4). 이중으로 되어 있는 것은 보주에서 보주가 나오는 것을 나타낸다(도 1-5). 그런데 큰 보주에서 하나의 보주만이 나오는 것이 아니라 무량한 보주가 나온다. 여기에는 그런 상징을 표현하기 위하여 사방으로 살구모양 보주들이 발산한다(도 1-6, 도 1-10).  그것도 모자라 사이사이에 작은 삼면(三面)의 피라미드 모양 보주들이 발산한다(도 1-7, 도 1-11).

도1-5. 보주에서 보주가 나옴
도1-5. 보주에서 보주가 나옴
도1-5. 보주에서 보주가 나옴
도1-5. 보주에서 보주가 나옴
도1-8. 중심 보주에서 보주들이 발산하는 모양이 큰 보주 안에서 이루어짐
도1-8. 중심 보주에서 보주들이 발산하는 모양이 큰 보주 안에서 이루어짐

이 전체를 포함하는 큰 원형 테두리가 큰 보주를 나타낸다. 큰 보주 안에서 역동적으로 이루어진 ‘보주에서 무량한 보주가 발산한다’는 것을 보여준다(도 1-8).

도 1-9. 다시 넓은 테두리의 보주가 있는 큰 이중테두리는 중심에 이중 보주가 있는 것과 같음
도 1-9. 다시 넓은 테두리의 보주가 있는 큰 이중테두리는 중심에 이중 보주가 있는 것과 같음

그런데 그 밖을 두터운 테두리로 마감한다(도 1-9). 이렇게 이중으로 둥근 원을 나타낸 것은, 가장 중심의 이중의 원과 같은 뜻이다. 그러므로 비록 작은 수막새라 해도 보주의 본질을 완벽히 표현하고 있어서 놀라움을 금할 수 없다.

도 1-9. 다시 넓은 테두리의 보주가 있는 큰 이중테두리는 중심에 이중 보주가 있는 것과 같음
도 1-9. 다시 넓은 테두리의 보주가 있는 큰 이중테두리는 중심에 이중 보주가 있는 것과 같음
도1-11. 이집트의 피라미드는 사면이고, 기와의 것은 삼면이지만, 작지만 보주이므로 피라미드에 필적할 만한 괴체를 띰
도1-11. 이집트의 피라미드는 사면이고, 기와의 것은 삼면이지만, 작지만 보주이므로 피라미드에 필적할 만한 괴체를 띰

설명은 사진 밑에도 간략히 적어 놓았으므로 재독하며 자세히 살펴보기도 하지만, 깊이 생각해 보기 바란다. 이 엄청난 상징은 깊은 사고력 없이는 이해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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