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 맛 살린 높은 기량과 당찬 내공, 체화된 실력으로 담대하게 성공한 춘향가 완창무대

김문희 소리꾼 박정례 기자·유새별 기자l승인2023.0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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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문희 소리꾼은 3월 초 서울 돈화문 국악당에서 판소리 완창발표회를 열었다. 김문희 소리꾼이 이번에 선보인 소리는 춘향가다. 춘향가는 완창을 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무려 6시간이나 되어 소리꾼들에게는 마의 장벽이라고도 불리는 작품이다. 김문희 소리꾼은 이번 무대에서 담대하면서도 체화된 노련미와 예인으로서의 기량을 손색없이 보여줬다. 예컨대 그녀의 성공과 예술적인 성취는 30여 년 넘게 구전심수(口傳心授) 하며 공력을 쌓아온 결과에서 비롯된다. 수많은 동료 소리꾼과 선후배 그리고 먼 길 마다하지 않고 달려온 소리 애호가들이 쏟아낸 격려와 환호가 김 소리꾼에게만은 결코 인색하지 않았던 이유다. 이쯤에서 김문희 소리꾼이 걸어온 길이 궁금하다. 어떤 과정을 거치며 오늘에 이르렀는지 그녀의 소리 여정을 탐문해본다. 

무대가 말해주는 것들
김 소리꾼은 30대 중반을 넘어설 무렵 이미 완창의 첫 관문을 넘게 된다. 속초문화재단의 초청으로 3시간 반 동안 수궁가를 힘차게 내질렀던 것. 김문희 소리꾼의 이번 ‘춘향’ 공연이 안정되고 옹골찼던 이유는 이 같은 경험을 밑자락에 깔고 있었던 때문이다. 그렇더라도 6시간을 혼자서 감당하는 1인 완창 공연은 수영, 사이클, 마라톤을 한꺼번에 혼자서 해내야 하는 철인3종경기 선수처럼 고독하고도 지난한 싸움이 아닐 수 없다.

공연 중 “언제가 제일 큰 고비였나?”라는 물음에 김 소리꾼이 대답한다. “고비는 공연이 끝날 때까지가 다 고비라고 생각해요. 시작할 때는 시작이라 고비, 소리 도중에는 가사를 틀릴까 봐 고비이고요. 또 목소리가 안나올까봐 걱정하는 식의 어려움이 뒤따릅니다. 어려운 고비를 넘겼으니 이제 됐다 싶다가도 ‘마무리를 잘해야 한다’라는 생각에 고비는 또 찾아옵니다. 또한 소리 초반부는 완창을 위해 밑자락을 깔아나가는 작업이라서 춘향가 제1부야말로 초반부의 강력한 고비입니다(웃음).”

완창 소감, 그리고 어릴 때의 모습
“완창했다고 해서 크게 달라진 것은 없습니다. 저의 소리 인생은 계속될 거니까요. 소리는 ‘독공’이잖아요. 혼자만의 싸움인 거지요. 이번 공연을 끝마쳤을 당시 크게 한 번 ‘홀가분하다’는 느낌이 시원하게 밀려왔어요. 밀린 숙제를 끝낸 기분이요.” 의외로 담담한 모습이다. 

한편으로 어릴 적 학원과 얽힌 경험을 풀어놓는 부분은 예쁜 딸자식이 괜찮은 특기 하나 지녔으면 하는 어머니의 뜻에 따라서 여러 학원엘 드나든 오래 전의 얘기 한 토막이었다. 
어렸을 적 그녀는 학원이라면 질색하는 아이였다고 한다. 그러니 제대로 다닌 학원 하나가 없었는데 어쩌다 간 곳이 ‘성우향 판소리 전수소’였다. 신림동, 그야말로 김문희 소리꾼이 살고 있는 동네 학원이었다. 그런데 신통방통한 일이 벌어졌다. 소리 배우는 일만은 큰 불평 없이 잘 따라줬던 모양이었다. 이뿐만이 아니다. 집안 어른들 중에 진담 반 농담 반으로 “문희야, 소리 배운 것 좀 해보거라!” 하면 목청을 가다듬어 곧잘 응하곤 했다. 평소 얌전하기만 하던 소녀가 소리를 할 때만은 앙증맞고 귀여운 꼬마 예술가로 변신하는 모습을 본 어른들은 무척 예뻐하며 용돈을 주는가 하면 ‘잘한다’, ‘대단하다’며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소리의 세계는 그녀에게 멋진 신세계였다. 어렵기만 한 판소리 사설을 외우고 익혀나가는 과정은 모험과 도전의 연속이었다. 그 작업이 어렵고 힘든 벽으로 다가올 때마다 내 것으로 만들어 익히고 나면 차원 높은 지적 활동으로 치환되었다. 김문희 소리꾼은 초등 6학년 때 춘향가 사설을 다 뗐다. 총기가 왕성하고 무엇이든지 잘 받아들이는 시기였다. 하지만 뛰어난 암기력은 후속 작업이 뒤따라야 했다. 단순하게 외운 대목을 새롭게 맞닥뜨리며 뜻을 새기고 멋과 정한(情恨)을 입혀나가야 했던 것, 그런가 하면 문학성과 시대정신을 헤아리면서 소리의 완성도를 높여나가는 작업이 계속됐다.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 입을 열면 소리가 술술 나올 정도로 창 연습은 필수적인 일과였다. 이번 춘향가 완창 공연이 안정감 있고 유연한 성공으로 이어진 데는 그만큼 창에 대한 기초가 남달랐기 때문이다. 

 

판소리, 공연예술의 끝판왕
그러고 보니 판소리야말로 종합예술의 끝판왕이랴 싶다. 소리꾼을 중심으로 고수 두 명에 무대를 비춰주는 조명 기사를 더하고 사회자까지 등장한다. 여기에 관객의 몫도 빼놓을 수 없다. 공연이 6부 능선을 넘을 때가 되자 관객들의 응원은 더욱 거세지기 시작했다. 고음으로 올라가는 대목에서는 약속이라도 한 듯이 추임새를 내지르며 분위기를 상승시키는 식이다. 소리꾼과 고수와 관객이 합을 이루고 조화를 이루는 국악당은 그야말로 영혼이 고양되고 예술적인 향취가 발현되는 문화의 현장이요, 국악의 위대함을 몸소 느끼게 해주는 숙연한 장소였다. 
총 3부로 진행된 김문희 소리꾼의 공연은 1부에서는 박명언 고수가, 2, 3부는 장보영 고수가 장단을 잡아 줬다. 게다가 몸 전체가 악기인 소리꾼의 차림새는 예인의 존재감을 격상시키며 문학적 서사까지를 일깨워 주는 완성도를 보여줬다. 예컨대 1부의 연분홍, 2부의 연소라 마지막 3부의 노랑 저고리에 보라색 한복 정장은 기승전결을 치밀하게 계산하여 내놓은 무대장치랴 싶었다. 이에 더해 음악적 짜임새에 부응하는 소리꾼이자 가장 확실한 악기로서의 ‘김문희’가 보여준 시각적인 멋과 격은 무대 공간을 총체적으로 장악하는 막바지 결정력이었다.

장래의 계획과 학위 과정
소리꾼에게는 크게 두 가지 길이 있다. 첫째가 공연예술가의 길이고 다른 하나는 교육자의 길이다. 김문희 소리꾼은 “우리 소리계가 기악 부분에서는 악보 작업 등 상당히 진전을 이뤘으나 소리 길로 나서는 이들을 위해서는 교습과 전수 방법의 현대화가 절실하다”라는 심정을 내비쳤다. 이어서 “‘나는 이만큼이나 이룬 사람이야’라며 후배들의 고충을 모르는 채 할 것이 아니라 실제적인 도움의 길을 밝혀주고 싶다”라는 거다. 김문희 소리꾼은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한양대학교 음대 석사를 거쳐 박사과정 중에 있으면서도 교육대학원에 적을 두고 ‘초등학교 4학년’을 대상으로 하는 국악 가창의 실제를 고민하는 논문 작업에 매진하고 있다. 
전통공연예술문화학교에서 후진양성에 힘을 쏟고 있는 김문희 소리꾼의 희망은 그래서 소박하지만, 절대 가볍지 않다. 자신을 위해서는 ‘소리를 즐기는 사람’으로 후배들에게는 ‘새로운 지평을 열어준 선구자적인 선생님’으로 자리매김하길 바라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어릴 적부터 갈고 닦은 탄탄한 실력이 수준 높은 춘향가 완창에 큰 자산이 됐듯이 김문희, 그녀의 모든 노력이 합을 이뤄 창대한 선을 이루길 빈다.

 

Profile
국가무형문화재 제 5호 판소리 춘향가 이수자 

2018. 제 23회 전국판소리경연대회 명창부 최우수상 수상.
2019. National University of Costa Rica 초청 Lecture concert 개최.
2021. 속초문화재단 초청 속초문화가 있는 날 수궁가 완창 발표회.
2023. 춘향가 완창판소리 발표회.


한양대학교 출강
전통공연예술문화학교 출강


박정례 기자·유새별 기자  8434pjr@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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