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여진 칼럼] 섬진강 따라 광양 매화마을

  • 입력 2023.03.24 10:50
  • 수정 2023.03.24 13:36
  • 기자명 김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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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양 매화마을이다. 1시가 막 넘은 시간에 도착하여 밥부터 해결해야지 싶었다. 상당히 긴 섬진강을 달리고 달리면서 주변에 핀 매화를 감상할 수 있었다. 날씨가 좋아 화창하기 그지없었다. 이름도 특이한 홍쌍리 여사의 매화마을 근처에 오니 눈에 띄는 음식점 하나가 있었다. 

음식이 제일 싼 것은 재첩국 12000원이라 적혀 있었고, 이어 재첩비빔밥에 재첩 국이 딸린 밥상이 18000원이었다. 동행한 언니와 똑같은 18000원짜리 백반을 시켰다. 반찬과 비빔밥 그리고 재첩국은 먹을 만했다. 밥때가 되어서 사람들이 많이 몰리는 것을 보며 드는 생각은 "이 집은 손님이 많아 장사 걱정은 없겠다."

밥을 먹고 난 후 홍쌍리 여사의 매실농원으로 서둘러 올라갔다. 여긴 아래서 그냥 봐도 만만한 곳은 결코 아니다. 가파른 길이 상당히 많아서다. 산에 들어서면 매화가 지천으로 뒤덮고 있으니 장관이 따로 없기에 일단은 첫걸음이 중요하다. 전체적으로는 매화축제기간이 2023년 3월 10일~19일이라서 그때라야 꽃이 절정일 테다. 하지만 우리처럼 조금 일찍 왔다 하더라도 설마 꽃을 못 보고 가진 않을 거다.

그랬다. 꽃이야 조금 일찍 핀 곳이 있으면 응달진 쪽의 꽃은 조금 늦게 개화하는 식으로 매실농원도 여러 모습 여러 얼굴을 보이고 있다. 피고지고며 깔린 매화가 여기저기서 손짓해대는 통에 그들을 보는 얼굴 근육은 저절로 풀려 미소가 번지고 있었다. 매화마을엔 세 번째다. 이번 일정에는 ‘추노’ 촬영지처럼 경사가 심한 쪽까지는 가지 않고 조기에 만개한 쪽이 어딘가 찾아서 열심히 관상했다. 탐매의 즐거움에 여한 없는 만족감이 뒤따랐다. 

이어 섬진강 강가를 또 달렸다. 정말 길고 멋진 강이었다. 차를 돌려 광양시 다압면 도사리에 있는 한 여사의 청평농원이다. 여사의 농원은 난전에서 좌판을 놓고 파는 여느 아줌마들하고는 차원이 달랐다. '구경하고 가세요' 라는 노란색 배너 하나를 길 변에 세워 놓고 농원 안에서 파라솔을 펼치고 앉아 감식초, 매실액, 매실장아찌 등을 판매하고 있었다. ‘구경값으로라도 팔아줘야지 싶었다.’ 매실액과 장아찌를 2만 5천 원에 사서 여행길에 같이 나선 언니에게 건넸다. 

매화꽃은 볼만했다. 입구에 보이는 매화는 '능수매화'라 했다. 수양버들처럼 축축 늘어진 상태를 보인다. 꽃은 빨강과 백 매화를 접붙여 한 나무에서 두 가지 색의 꽃을 피운 나무도 있었다. 특기할 사항은 이 집에서 청매화를 확실히 알게 된 점이다. 청매화는 언뜻 보면 백매처럼 하얀 꽃을 피우지만 가지가 초록색인 걸로 구분했다. 보통 백매의 나뭇가지는 연갈색이다.

홍매는 완연히 붉은 을 띠고 있으니 확실하게 구분을 할 수 있다. 사실 내 기준으로 보면 연분홍색 꽃을 가진 매화가 제일 예쁘다. 그런데 연분홍색 매화를 뭐라 부르는지 모르겠다. 그냥 홍매라 부르고 더 짙고 붉은색 꽃이 피는 매화를 진홍매라 불러야 옳지 않을까 싶긴 하다. "78세 할머니가 혼자 산다." 소개받은 한 씨 할머니의 농원에는 매화 분재도 하고 묘목도 많이 기르고 있었다. 
이 농원에서는 특이한 매화를 많이 본 것이 큰 소득인 것 같다. 백매, 청매, 홍매, 진홍매에  분재용 매를 접한 것이다. 아! 그리고 멋진 능수매에 대한 인식을 비로소 하게 된 계기가 됐다. 이들을 내년에 또 볼 수 있을까. 내 마음 내 의지에 달린 일이랄 수 있는 일인 것을, 공연한 질문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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