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쿨존 신호 위반으로 11살 여학생 사망… 굴착기 자동차로 인정되지 않아 ‘가중처벌’ 피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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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평택시 청북읍 한 초등학교 앞 횡단보도에서 보행신호를 무시하고 지나던 굴착기에 치여 여학생 A(11)양이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지난 7일 오후 4시쯤 사고를 낸 굴착기 운전기사 B(50)씨는 학교 앞 어린이보호구역 내에서 신호를 위반해 지나가던 A양을 치어 숨지게 했다. B씨는 삼거리에서 좌회전 신호가 들어왔지만 이를 무시하고 직진으로 주행하다 사고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사고 후 별다른 조치 없이 현장을 벗어난 B씨는 약 3km 떨어진 곳에서 경찰에 의해 붙잡혔다. 

A양은 사고 직후 머리를 크게 다치며 병원으로 이송되지도 못한 채 현장에서 숨졌다. A양과 함께 있던 동급생 C양은 크게 다치지 않았으나 병원에서 치료 중으로 밝혀졌다. 

지난 8일 구속된 B씨는 경찰에서 "아이들을 친 줄 전혀 알지 못했다"라고 진술했다고 알려지며, 경찰은 B씨가 음주운전은 아니었음을 설명했다. 

어린이보호구역 내 사고는 가중처벌이 가능한 '민식이법' 적용될 수 있지만, 굴착기는 이 법이 규정한 자동차나 덤프트럭 등 건설기계 11종에 포함되지 않기에 B씨는 교통사고처리 특례법과 도로교통법 위반 혐의만 적용받을 것으로 보인다. 

즉, 굴착기는 법상 자동차로 인정되지 않아 가해자를 가중 처벌 할 수 있는 이른바 '민식이법'과 '도주치사'가 모두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위반은 5년 이하 금고 또는 2000만 원 이하 벌금형에, 도로교통법 위반은 5년 이하 징역 또는 15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한다. 반면 민식이법의 경우 어린이 사망 시 무기 또는 3년 이상 징역형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어린이보호구역에서 인명 사고를 낸 후 아무런 조치 없이 현장을 벗어났음에도 가중 처벌되지 않은 이번 사건을 두고 '입법 공백'을 지적하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굴착기 등 현행법에서 자동차로 분류되지 않을 때도 부주의 등으로 사고를 내면 엄하게 처벌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경찰 관계자는 "정확한 사고 경위를 파악하기 위해 추가 조사를 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한편, 사고 현장에서 불과 3~4m 떨어진 학교 정문 인근 횡단보도 바로 옆에 A양을 추모하는 천막이 설치됐다. 

일부 학부모는 "처음엔 아이들이 무단 횡단한 줄 알았는데 굴착기가 신호를 위반했다는 소식을 접하고 너무 화가 났다"라며 "도대체 어떻게 해야 아이들이 학교 앞에서 안전하게 등하교할 수 있는 것이냐"고 이번 사건에 분노하기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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