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석기의 미술여행] 오스트리아 오베른도르프(Oberndorf), "고요한 밤 거룩한 밤의 탄생지"

김석기 작가l승인2022.0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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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프스의 마을_김석기 작가

오스트리아의 잘츠부르크에서 '잘자흐 강'을 따라 달리는 차창 너머로 독일 땅이 보인다. 독일과 오스트리아의 국경을 이루고 있는 잘자흐 강물은 아마도 아름다운 알프스의 설화가 녹아내리는 물줄기인가 보다. 맑고 아름다운 호수 같은 강줄기를 따라 굽이굽이 산길을 돌 때마다 신비스러운 알프스의 설경이 나타났다가 사라진다. 잘츠부르크를 떠나 30분쯤 되었을까 3000명 정도가 산다는 조그마한 마을 '오베른도르프'로 들어선다. 평화롭고 안정된 마을의 길을 따라 조금 오르니 '고요한 밤 성당(Stille Nacht Kapelle)'이 있다. 본래 이 교회의 이름은 '성 니콜라우스 교회'였는데 1937년에 크리스마스 캐럴 '고요한 밤 거룩한 밤' 이곳에서 탄생한 것을 기념하기 위하여 '고요한 밤 성당'으로 명명했다고 한다.

▲ 알프스의 설산_김석기 작가

  
1818년 크리스마스이브를 맞이하면서 성 니콜라우스 교회의 성도들은 들떠있는 마음과 즐거움으로 크리스마스이브 축제와 자정 미사를 준비하고 있었다. 교회를 깨끗하게 단장하고, 커다란 크리스마스트리를 만들면서, 어린이와 어른들이 어우러져 연극 연습을 하고, 성가대원들은 성탄음악회를 위하여 많은 연습을 하는 등 분주한 나날이 계속되었다. 더욱 아름답게 성탄절을 축하라도 하려는 듯 많은 눈이 내려 온 세상은 성스러운 화이트 크리스마스가 되고 있었다. 
  
축제 준비는 잘츠부르크 출생으로 1817년부터 1819년까지 이 교회에서 부목사로 근무하던 요셉모어(Joseph Mohr) 사제와, 인근 마을 아른스도르프에서 1807년부터 1829년까지 학교 선생님을 하면서 이 교회에서 성가대 지휘와 오르간 반주를 하고 있는 프란츠 그뤼버(Frantz Grueber)에 의해서 이루어지고 있었다. 

▲ 알프스 비경_김석기 작가

  
크리스마스이브를 앞두고 성가대 연습을 위해 그뤼버 선생이 연주하고 있던 오르간에 문제가 생겼다. 오르간이 고장난 것이다. 시골에서 당장 오르간을 수선할 수도 없고, 시간이 없어 성가대의 공연 내용을 어떻게 수정 보완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는 그뤼버에게 모어 신부가 찾아왔다. 신부는 그동안 자신이 써놓았던 2중창과 합창을 위한 노래 가사를 내어 놓으며 그 가사에 곡을 붙여 크리스마스이브 행사를 오르간 없이 진행해 보자고 제안하였다. 시간이 없으니 곡을 단조롭게 하여 기타 반주로 하자는 것이다.   
  
그뤼버는 창밖에서 하염없이 내리는 하얀 눈을 바라보면서 가사를 읽고 또 읽으며 콧노래로 흥얼거렸다. 크리스마스이브에 꼭 알맞은 가사라고 생각한 그뤼버는 벌써 그의 콧노래 속에서 완성된 멜로디를 만들고 있었다. 가사가 반복해서 그뤼버 선생의 가슴속으로 스며들면서 '고요한 밤 거룩한 밤'은 형용할 수 없는 감동으로 바뀌었다.   
  
모어 신부의 노랫말에 그뤼버의 곡이 붙여진 '고요한 밤 거룩한 밤(Stille Nacht Heilige Nacht)'이 크리스마스이브의 축제미사에서 정식캐럴로 불려졌다. 테너는 모어 신부, 베이스는 그뤼버가 담당했으며, 아름다운 2중창의 후렴 부분은 교회 합창단이 맡았다. 

▲ 알프스에서_김석기 작가

고요한 밤 거룩한 밤 어둠에 묻힌 밤  
주의 부모 앉아서 감사기도드릴 때
아기 잘도 잔다. 아기 잘도 잔다. 
고요한 밤 거룩한 밤 영광이 둘린 밤
천군천사 나타나 기뻐 노래 불렀네
왕이 나셨도다 왕이 나셨도다.

성 니콜라우스 교회에서 울려 퍼진 크리스마스 캐럴 '고요한 밤 거룩한 밤'은 화이트 크리스마스의 성스러운 이브 축제의 하이라이트로 성도들의 뜨거운 갈채 속에 강한 인상으로 남게 되었다. 
오르간을 고치기 위해 뒤늦게 찾아온 오르간 제조업자가 고요한밤 거룩한 밤의 이야기를 듣고 악보를 얻어 가지고 돌아간 것이 인연이 되어 '고요한밤 거룩한밤'은 오스트리아의 티롤 지방을 중심으로 퍼져 나가기 시작하였다. 독일 일대에서 불려지기 시작한 '고요한 밤 거룩한 밤'은 만들어진 지 13년이 지난, 1831년 음악가 멘델스존의 고향이며 바흐가 일을 했던 독일의 라이프치히 성당에서 정식 성가로 채택되어 불려졌다. 1893년에는 미국에 소개되면서 '고요한 밤 거룩한 밤'은 전 세계로 보급되었고, 우리 나라에서도 크리스마스 때가 되면 많은 이들이 즐겨 부르는 크리스마스 캐럴이 되었다. 

▲ 알프스의 기암_김석기 작가

'고요한 밤 거룩한 밤'을 아는 사람은 늘어만 갔지만 곡을 만든 사람이 누구인지 아는 사람은 없었고, 그 곡이 하이든이 작곡한 티롤 지방의 민요라고 잘못 알고 있는 사람들도 많았다.  

1854년 베를린의 궁정 합창단은 찰스부르크 성 베드로 수도원 원장에게 '고요한 밤 거룩한 밤'의 원본을 찾아 달라고 요청했다. 수도원장은 마침 그때까지 생존해 있던 그뤼버 선생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그를 통하여 원본 악보와 함께 '고요한 밤 거룩한 밤'이 만들어진 유래를 기록하여 베르린 궁정 합창단으로 보냈다.   
 
세계적인 애창곡이 된 '고요한 밤 거룩한 밤'은 고장 난 한 대의 오르간 때문에 만들어졌다. 유명하지도 않았던 한 교사에 의해서 만들어진 아름다운 곡을 되새기면서 아름다운 생각은 아름다운 창작으로 이어지고 아름다운 것은 누가 보아도 아름답다는 평범한 진리를 다시 한번 생각해 본다.  

 

雨松 김석기(W.S KIM) 

경희대학교 미술대학 및 대학원 졸업
경희대, 충남대, 한남대 강사 및 겸임교수 역임
프랑스 몽테송아트살롱전 초대작가
프랑스 몽테송아트살롱전 A.P.A.M 정회원 및 심사위원
개인전 42회 국제전 50회, 한국전 450회


김석기 작가  ksk0004@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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