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영철 칼럼] 생체 시계에 맞는 생활습관을 길러주자

하영철 미래교육포럼 상임대표l승인2021.11.12l수정2021.11.12 1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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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세 가지 시계와 더불어 살아간다. 벽에 걸린 시계, 손목에 차고 있는 시계, 휴대폰에서 볼 수 있는 시계는 물리적 시계이고, 마음속으로 생각하는 시계는 내면 시계이며, 배가 고플 때, 피곤할 때, 잠이 올 때 우리 몸이 알리는 체온, 수면, 기분과 관계있는 시계를 생체 시계라 한다.
  
인간이 살아가면서 가장 쉽게 접하는 시계는 물리적 시계이다. 그러나 내면 시계나 생체 시계는 눈으로는 볼 수 없으나 느끼며 살아가는 삶에 중요한 영향을 주는 시계이다. 지하철을 기다릴 때, 버스를 타고 갈 때, 러닝머신을 탈 때, 공부할 때 지루하다거나 지루하지 않다고 느끼게 하는 것은 물리적 시계가 아닌 내면 시계나 생체 시계이기 때문이다.
  
인간의 몸은 60조개의 세포로 이루어져 있고 각 세포에는 생체 시계가 들어 있다. 인간은 시계가 없는 동굴 같은 곳에서 생활하게 되더라도 평소 동굴 밖에서 생활할 때와 흡사한 신체 리듬을 얼마간 유지하게 된다고 한다. 물리적 시계가 없는 곳에서도 인간의 생체 시계는 생체 리듬에 의한 시간을 알려 어느 정도 규칙적인 삶을 살게 한다.
  
청소년들은 밤 늦게까지 깨어 있고, 새벽에는 잠을 깊이 자는 생체 시계를 갖고 있다. 인간을 올빼미형과 종달새형으로 나눈다면 청소년들은 올빼미형에 해당된다.
  
"어머님, 아침에 자녀들의 머리가 맑다고 생각하십니까?"라고 물으면 대부분의 어머니들은 "그렇다"라고 답을 한다. 그렇다면 자녀들에게 "아침 시간엔 머리가 맑아 공부하기 좋은가?"라고 물으면 어떤 답을 할까? '아침 시간은 정신이 맑아 공부하기에 좋은 시간이다'라고 말하는 사람은 나이가 든 부모나 할아버지, 할머니들이다. 한참 자라는 청소년들에게는 오히려 아침 시간은 그들의 생체 시계가 자고 있기 때문에 일어나기 힘든 시간임을 생각해야 한다.

  
그러나 자녀들이 밤 늦게까지 공부하느라 수면이 부족하게 되면 성장과 두뇌 발달에 문제를 가져올 수 있음도 생각해야 한다. 인간의 뇌는 밤 10시에서 1시 사이에 뇌에 필요한 신경물질을 가장 많이 만들고 잠을 자는 동안 쉬지 않고 새로 들어온 정보를 분석, 종합, 편집한다고 한다. 그러므로 가능하면 충분한 잠을 자고 뇌에 필요한 영양소도 공급해 주어야 한다.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습관을 갖는 것은 좋은 일이다. 그러나 자녀들의 생체 시계를 바꾸기는 어려울 것이다. 습관을 바꾸기 위해서는 생각과 행동을 바꾸는 것이 먼저이나 그게 쉽지 않다. 한 번 정착된 습관을 완전히 바꾸는 데는 3년이 걸린다고 한다. 바꾸기 힘든 습관인 경우는 차라리 바꾸지 않는 게 좋다. 자녀들의 생체 시계는 쉽게 바꿀 수 없기 때문에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더라도 규칙적인 수면 시간을 갖게 하자. 인간은 누구나 다른 생체 시계를 갖고 있고 수면 시간도 각자 다르다. 자녀들이 5~6시간 잠을 자고도 생활하는 데 큰 지장이 없다면 그에 맞는 생활습관을 갖게 하자. 하루에 8시간을 자야 하고, 하루에 한 번은 대변을 봐야 하고, 하루에 세끼 밥을 먹어야 하고, 하루에 '~을 해야 한다'는 것은 인간에게 적용되는 공통된 상식이지 개인이 꼭 지켜야 할 검증된 상식은 아닌 것이다.
  
자녀들은 영유아기뿐만 아니라 초·중등학교에 다닐 때 아침에 일찍 일어나기가 어려우며 부모가 깨워 일찍 일어난다고 해도 그들의 생체 시계는 자고 있기 때문에 힘들어하는 것이다.
  
부모의 생체 시계나 내면 시계에 자녀의 공부 시간을 맞추지 말자. 부모는 나이가 들어가면서 종달새형이 되나 자녀들은 올빼미형이어서 그들의 뇌는 새벽에 깊은 잠을 자고 있음을 생각하고 자녀들에게 가능하면 밤 시간에 공부케 하고 새벽에는 늦잠을 자도록 하는 것이 공부가 힘들고 괴롭다는 생각을 덜 갖게 하는 일이 될 것이다.
  
얼마 전 아침 9시 TV 프로그램에 출연한 어떤 사람이 웃기는 연기를 하여 모든 관중이 박장대소를 하는데 그의 딸은 멍하니 앉아 있었다. 사회자가 "너는 왜 웃지 않고 그렇게 앉아 있니?"라고 물으니 "잠이 와요"라고 대답하는 장면을 본 적이 있다.
  
나는 어린 시절 시골에서 자랐다. 어머님으로부터 "공부해라"보다는 기름(석유)을 아껴야 하니 "공부 그만하고 자라"라는 말을 자주 듣고 자랐다. 그 시절에는 시골에 전기가 부족하여 일찍 전등이 꺼지면 촛불을 켜놓고 공부를 했었다. 아침에 일어나면 촛불 그을음에 콧구멍이 까맣던 시절, 그때 가장 싫었던 것은 어머니가 새벽에 방에 들어와 이불을 젖히면서 일어나라는 것이었다. 어린 시절 새벽 시간에 잠이 오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다를 바가 없는 것 같다. 인간의 생체 시계는 변함이 없기 때문일 것이다.
  
학교에서도 오전 1,2교시는 도구 교과 시간을 운영한다. 아마 부모님들도 학창시절에 아침 시간에는 주로 영, 수 공부를 했고, 오후 시간에 예체능 공부를 했음을 기억할 것이다. 그러나 아침 시간에는 학생들의 생체 시계는 잠을 자고 있기 때문에 학습 효과를 생각해 볼 때 1,2교시는 도구 교과보다는 예체능 교과나 실험, 실기 교과를 공부케 하는 것이 학습 효과를 더 높이는 방법이 될 것이다. 서구 선진국에서는 아침 시간의 학습 효과를 생각하여 등교 시간을 늦추기도 하고, 아침 시간에 즐거운 놀이나 역할 학습, 예체능, 실험실기 학습을 하는 학교가 늘어나고 있다.
  
자녀들의 뇌는 자고 있는데 '공부해라', '열심히 공부해라'라고 강요하는 것은 자녀에게 공부에 대한 싫증을 더욱 느끼게 하는 요인이 됨을 생각하자.

 

  
8~14세의 소녀는 에스트로겐의 영향으로 점점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는 수면 주기를, 9~15세의 소년은 소녀보다 1시간 더 늦어진 수면 주기를 갖는다고 한다. 고등학생이 되면 수면 시간을 어느 정도 스스로 줄여갈 수 있으나 영유아나 초·중학생의 경우는 충분한 수면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늦게 잔 자녀를 아침 일찍 깨워 공부케 하는 일은 건강을 해칠 뿐만 아니라 공부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만을 키우는 일이 될 것이다.
  
자녀들의 취침 시간은 정해주되 기상 시간은 자율에 맡기는 것이 좋다. 아침에 일어나는 시간을 부모가 규제하는 것은 가정교육의 함정임을 생각하자. 스스로 일어나 학교에 가게 하는 것은 자율과 책임을 몸소 느끼며 배우고 실천하는 바람직한 교육 방법이기 때문이다. 스스로 선택한 행동에는 즐거움이 있고 책임감을 느끼게 됨을 생각하자.
  
두 아들을 기르는 부모가 있다. 큰아들은 노트북을 갖고 싶어 하고, 작은아들은 스마트폰을 갖고 싶어 할 때, 부모는 이들에게 각자 갖고 싶어 한 것을 선물로 주는 것이 예사이다. 큰놈에게는 노트북을, 작은놈에게는 스마트폰을 주면서 부모는 만족해할 것이다. 그러나 이런 경우 선물 두 개를 놓고 두 아들에게 선택해 가지라고 할 때 그들은 부모가 지정해서 주는 것보다 훨씬 더 만족감과 즐거움을 느끼게 된다고 한다. 자녀에게 '이것이다, 저것이다'로 부모의 생각을 주입치 말고 '이것이냐, 저것이냐'를 던지고 그들이 스스로 선택하게 하는 것이 기대 만족과 성취 만족을 높이는 것임을 생각하자.
  
많은 부모는 자녀가 늦잠을 자게 되면 아침밥도 못 먹고, 학교에 지각하게 될 것이라는 생각으로 오늘 아침에도 자녀를 깨워 학교에 보냈을 것이다. 그리고 강제로 깨워도 일어나지 않는데 스스로 일어나게 하는 일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그들에게 스스로 일어나는 선택과 책임을 부여하는 일은 가능하고 그 결과는 자녀들의 삶에 엄청난 변화를 가져오게 됨을 생각하자.
  
이제부터 자녀를 깨우지 말고 스스로 일어나게 하되 담임선생님과 약속을 해두자. "우리 애가 지각을 하는 경우 선생님께서 잘 지도해 주십시오. 내일 아침부터는 깨우지 않고 스스로 일어나도록 할 계획입니다"라는 말에 반대하는 선생님은 없을 것이다. 처음엔 늦잠을 자 지각을 하기도 하겠지만 며칠이 지나면 스스로 일어나 아침밥을 먹고 학교에 가게 될 것이다. 아침에 스스로 일어나는 습관이 자녀의 인생을 성공으로 이끄는 원동력이 됨을 생각하자.
  
자녀의 생체 시계는 잠을 자는데 부모의 내면 시계나 물리적 시계에 맞춰 공부를 강요하지 말고 가능하면 자녀들이 그들의 생체 시계에 맞는 생활을 하게 하자.

 

Profile
現  미래교육포럼 상임대표
    미래로학교교육도우미 대표
    호남교육신문 논설위원
    대한민국 사진대전 초대작가
 
前  광주광역시 학생교육원 원장
    광주 KBS 남도투데이 교육패널
 
저서 <가정교육의 함정-오래>(2013):아동청소년분야 최우수상 수상(문화체육관광부)
      <생각을 바꾸면 학교가 보인다-영운출판> (2011),
      <학습력 증진을 위한 수업의 실제-형설출판사> (2010년)
      <아는 만큼 교육이 보인다.>-V.S.G Book (2009) 등 30여권


하영철 미래교육포럼 상임대표  pppig11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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