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 시대에서 '시(詩)의 의미' 일상을 아름답게 만드는 시집 한 권

하영란 시인 서성원 기자l승인2021.07.28l수정2021.07.28 1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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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를 살아가는 이들에게 ‘시의 의미’란 무엇일까? 최근 영국의 한 시인은 ‘거짓된 역사는 하루 종일 생산되고, 새로운 진실은 더 이상 뉴스에서 들을 수 없다’라며 현대사회를 비판했다. 이미 현대인에게 텍스트가 주는 의미는 반세기 전처럼 ‘존경심을 표할만한’ 인쇄물, 활자가 아니다. 4차 산업혁명, 디지털시대에 들어서며 여기저기 쓰고 버려지는 문자폐기물이 디지털기기, SNS상에서 넘쳐난다. 영상을 가깝게 하는 대중은 텍스트를 진부하게 느낀다. 이런 시대에서 시는 더욱 압축적이며 열정적인 언어로 변화해 간다. 서정을 담아내는 시란 언어는 문화유산처럼 높은 가치로 변모하며 독자들을 찾고 있다.


일상에 찾아내는 시적 대상
김해의 한 카페에서 하영란 시인과 마주했다. 친근한 모습으로 인사하는 시인은 황색봉투 든 연분홍빛 시집을 준비했다. 작가는 진주 수곡면 덕곡에서 태어났다. 진양호 상수도 보호구역일 정도로 산천이 깨끗한 지역이며, 사천시, 하동군, 산청군과 맞닿은 지역이다. 하영란 시인의 첫 시집, 『다시 또 너에게로 가는 저녁』은 일상에서 쉽게 접하는 사물을 대상으로 쓴 시가 주로 많다. 

"서로 상관없는 삶의 길을 가는 것 같지만 사실은 사물, 타인과 나 사이 어떤 ‘끈’ 같은 걸로 이어져 있다고 여겨요."

하영란 시인에게 시를 시작한 계기를 묻자 다음과 같이 답했다.

"일제강점기 시절 광복에 대한 희망을 노래하는 시인들을 ‘왜 옥에 왜 가뒀을까?’ 궁금했죠. 고민에 내린 결론은 ‘시인은 심장을 흔들고 심장을 뜨겁게 만들고 나와 주변을 살아있게 만들기 때문이다. 응축된 시적 감성이 우리를 흔들고 뜨거운 정의로 나아가게 하고 사랑하게 만든다. 시는 그만큼 정신을 지배하고 힘이 강하다’라고 생각했죠."

하 시인은 시를 쓰고 읽으면 먼저 가슴이 생동한다고 말한다. "시를 읽으면 누군가를 향한 사랑이 막 피어오르는 것 같아요. 이 짧고 리듬 있는 글이 나를 불러 세웠습니다"며 시 사랑을 전했다. 

<다시 또 너에게로 가는 저녁>
하영란 시인의 첫 시집 <다시 또 너에게로 가는 저녁>은 10년 정도 쓴 시를 모아서 낸 시집이다. 동인 활동을 시작할 때부터 등단 후까지 여러 문학잡지에 쓴 것을 묶어서 냈다. 
하 시인은 삶에 대한 사랑, 꿈꾸는 이상을 시를 통해서 표현했다. 낮은 것에 대한 사랑, 찬란한 삶은 어떤 것일까에 대한 고민과 진실한 삶을 살아가는 이와 함께 살아가고 싶은 마음, 우주와 나는 하나라는 생각, 뒤집어서 생각해보기, 고향과 유년에 대한 그리움 등 그만의 인생관과 철학이 녹아들었다.

"'어떻게 살 것인가' 고민 많이 했습니다. 살아있다면 뜨겁게 사랑하고 뜨겁게 그리워하고 온몸으로도 아파해보고자 했어요. 오늘 하루를 살더라도 ‘그냥 한 사물처럼 서 있을 것인가, 아니면 살아있는 사람으로 살아갈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했습니다. 어울리고 화합하며 다른 사람을 위해 함성 한 번 질러줄 수 있는 사람들과 살고 싶은 마음도 담겨 있습니다."

인터뷰 말미에서 하영란 시인은 시를 사랑하기 위해 독서가 기본이라 했다. 

"작은 시집 하나를 만들어도 엄청난 노력과 시간이 투자되는데, 고전은 말할 것도 없습니다. 수고 없이 값진 보물인 책을 눈으로 바로 만날 수 있는 시대에 사는 게 행복합니다."

그는 책을 통해서 작가와 '대화'를 이어나갈 수 있다면 최고의 만족이며 나의 생각과 다른 타인의 생각을 엿보고 사유를 확장해 나간다면 그것은 또 다른 깨달음이라 전했다.

 

달개비꽃이 되어 / 하영란

산자락에 핀 달개비꽃 한 무리를 만났습니다
한참을 들여다보고 섰습니다
그대가 그 속에서 손을 내밉니다
나비가 되어
달개비 위에 앉아서 기다립니다
그대를 떠올리자 시간이 멈추고
굴참나무의 흔들림을 뒤로하고 바람처럼 달려왔습니다
사랑은 우주로 통하고
우주의 별 하나가 꽃이 되어
달개비꽃이 되어
그대는 내가 이 길을 지나갈 것을 알고
달개비꽃 되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연화봉이 보이는 산자락에서
만나고 싶었던 것입니다
그대는 이미
내가 달개비에 넋을 놓을 줄 알고
달개비꽃 되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내 눈 속으로 살며시 들어와서
눈동자를 쪽빛으로 가만히 물들입니다
하늘도 쪽빛입니다
어둠이 내리자
달개비 꽃무리들이 하늘로 올라
나를 내려다봅니다 


서성원 기자  tmaxxx@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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