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와 섬이 빚어낸 고흥의 정취를 담다

김동민 화백 설지수 기자l승인2021.07.28l수정2021.07.28 1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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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남도 동남쪽, 보성만과 순천만 사이 230개 섬을 거느린 도시 고흥. 우리에게 이곳은 최첨단 기술의 집합체인 나로우주센터, 한센병 환자들의 애환이 깃든 소록도 등으로 익숙한 도시이다. 역사적인 명소에 비해 고흥의 비경은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측면이 있다. 
에메랄드 바다 빛과 그 위를 수놓은 섬, 완만한 산과 들판들이 어우러져 다도해의 절경을 잘 간직하고 있다. 고흥의 풍경을 보고 있으면 시나브로 마음이 편해진다. 김동민 화백은 천혜의 자연환경이 조성된 고흥의 진면목을 알아보고 이곳의 다채로운 풍경을 캔버스에 담고 있다.

 

고흥의 매력에 흠뻑 빠지다 
그의 어린 시절은 남모를 아픔과 방황이 있었지만 삶의 활력이 되어준 건 그림이었다. 성인이 되어서도 현실의 무거운 짓눌림에 작품활동을 이어나가기란 결코 쉽지 않았다. 붓을 놓는 일도 수차례 있었지만 내면에 꿈틀대는 그림에 대한 열망은 사그라지지 않았다. 근근이 작품활동을 이어간 김 화백과 고흥과의 인연은 뜻하지 않게 시작됐다. 
2014년 그는 살고 있던 경기도 양평에서 벗어나 새로운 인생설계를 위해 경남 하동으로 옮길 채비를 했다. 어느 정도 준비를 마친 그해 7월경 남도지방으로 여행을 떠났다. 벌교를 걸쳐 고흥반도에 들어선 순간 왠지 모를 평온함이 그의 마음속을 채웠다. 김 화백은 고흥 땅에 발을 디디는 순간 직감적으로 자신의 안식처이자 작품세계를 이어나갈 터전으로 이곳을 낙점했다. 
지난날 동해안의 해안도로를 돌며 느꼈던 바닷가 풍경은 그에게 차가웠다. 이와 달리 고흥의 호수같이 잔잔한 바다와 때묻지 않은 순박한 마을 풍경은 그를 더더욱 이곳으로 끌어당겼다. 그는 며칠씩 고흥과 양평집을 번갈아 오가기를 반복한 끝에 거주할 집과 작업실을 어렵사리 마련했다. 
고흥에 내려온 김 화백은 손수 집을 수리하고 작업실을 만들며, 자신의 새 터전에 애정을 담았다. 이곳에 온 이후로 그에게 지루할 틈은 없었다. 곳곳을 누비며 고스란히 고흥의 온기를 화폭에 옮기기 시작했다. 그가 그려낸 잔잔한 고흥바다 물결은 겉은 평온해 보이지만 수면 아래서는 격렬히 소용돌이치는 듯한 힘이 느껴진다. 
시시각각 변하는 총천연색의 바다빛, 변함없이 자리를 지키는 바위섬과 황금빛 들녘까지 고흥은 그에게 무궁무진한 작품의 영감을 불어 넣는다. 그는 고흥의 팔색조 같은 자연경관을 바라보며 “아마 죽기 전까지도 고흥이 선물하는 아름다운 풍경을 전부 담아내지 못할 것”이라고 단언했다.
그는 작품 소재로 풍경뿐 아니라 꽃 또한 아름답게 담아낸다. 특히 야생화에 대한 애정은 남다르다. 손수 160여 종에 이르는 야생화를 직접 기르며 야생화의 성장과정을 직접 지켜봤다. 

"삽조차 들어가지 않는 동토에서 추운 겨울을 보내고 새싹을 피우는 야생화를 보며, 신과 자연의 섭리를 느낄 수 있습니다."

직접 지켜보고 길러봐야 그 꽃을 이해할 수 있고, 그 꽃을 그릴 자격이 있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그의 작품은 꽃의 아름답고 화려하게 핀 모습에 치중하기보다는 잎과 줄기마다 가진 의미를 생각하며 꽃의 일생을 담았다.

 

미술이란 언어로 이웃들과 함께하다 
고흥에 대한 사랑은 자연 풍경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이곳에 처음 왔을 때부터 전해지는 넉넉한 인심과 그들의 순수한 모습은 그가 고흥에 더더욱 애착을 가지는 이유다. 또 한편으론 쉬는 날 없이 이른 새벽부터 부지런히 나와 해질녘까지 고된 노동을 수행하는 주민들에게서 연민을 느낀다. 일밖에 모르는 그들에게 위안과 휴식을 주고자 김 화백은 풍경을 소재로 한 사실주의 화풍으로 변화를 꾀었다.

"그림을 잘 모르는 이가 봐도 마음의 안식을 가질 수 있게끔 친숙한 자연을 소재 삼아 지역주민들에게 저의 작품을 공유하고 싶습니다." 

김동민 화백은 농림축산식품부와 농어촌희망재단이 후원하는 한센인을 위한 미술 교육아카데미 강사로도 참여했다. 소록도에서 수강생들을 가르치면서 그들이 힘든 몸을 이끌며 보여준 의지와 열정에 감명 받았다. 봉사활동으로 참가한 자신이 오히려 이들로부터 받은 것이 더 많았다며 지난날을 회상했다. 
한센인으로 그동안 겪었던 고통과 외로움을 미술이라는 창작활동을 통해 치유했다. 더 나아가 당당히 미술계의 일원으로 전시까지 할 수 있게끔 지원해 준 그는 이 일을 통해 보람과 동시에 삶의 감사함을 느꼈다고 한다. 수강생이 완성한 작품을 마치 자신의 그림인 마냥 좋아하며 그들에겐 힘든 내색 없이 물심양면으로 지난 3년간 묵묵히 이들을 지원했다. 
이뿐만 아니라 김 화백은 금호마을 벽화 그리기 사업에도 참여해 황량한 시멘트 벽 공간에 생기를 불어놓았다. 마을에서는 처음 벽화 그리기에 대해 거부감을 드러내는 주민도 있었다. 이내 그가 그린 그림을 보고나서는 다른 곳에도 그려달라며 마음의 문을 열었다. 일반적인 벽화 소재로 삼는 동화나 만화풍의 그림이 아니라 꽃과 나무 등 일상에서 볼 수 있는 자연을 벽화 속에 채웠다. 지금도 그의 그림들은 마을과 자연스레 어울려 있다.

 

보는 이에게 평온함과 함께 희망을 주고파 
유수의 미술제에 참가한 그로서는 자신의 작품활동을 매진하는 것뿐 아니라 다른 작가의 작품을 보는 것 역시 중요하게 생각한다. 작년 4월 김동민 화백은 사천(四川)미술대학 초청받아 국제교류전에 참가했다. 그는 중국 화가들의 작품을 관람할 뿐 아니라 화실을 직접 방문하면서 본인의 미술관을 넓히는 계기가 됐다고 한다. 

"본인 작품을 10번 그리는 것만큼 다른 작가의 전시회 1번을 관람하는 것이 작품활동에 큰 자양분이 됩니다."

하루 일과 중 아침에 마시는 커피 한 잔과 그림 그리는 순간이 가장 행복하다는 김동민 화백. 그는 자신과 같이 현실의 벽에 부딪혀 미술활동을 이어가기 쉽지 않은 이에게 자신을 통해 희망을 주고 싶다고 한다. 이는 적지 않은 나이임에도 작품활동을 이어나가는 이유이기도 하다.
붓을 잡을 때면 어린아이 같은 마음으로 그림을 그리는 그의 모습에서 미술에 대한 열정은 어느 누구 못지않음을 느낄 수 있다. 하늘이 내려준 자연을 통해 일상 속에 지친 이들에게 마음의 휴식처를 제공하는 그의 회화작품들은 우리 미술계에 의미 있는 자산으로 남을 것이다. 앞으로 김동민 화백이 꾸준한 작품활동을 통해 고흥을 대표하는 작가로 남기를 기대해본다.


Profile
(사)한국미술협회 자문위원
(사)한국신미술협회 감사
아세아국제미술협회 이사
아세아국제살롱전 초대작가
신미술대전 초대작가
대한민국신미술대전
서양화부문심사위원
한국미협고흥지부 부지부장


설지수 기자  jisooseol@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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