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한 질감으로 아름다운 풍경을 그려내다

이남찬 화백 이원호 기자l승인2020.10.14l수정2020.10.14 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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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모두 각자만의 소중한 추억의 조각들을 안고 살아간다. 따스한 봄날 햇살 아래 흐드러지게 핀 분홍빛 벚꽃을 봤을 때, 가족들과 놀러간 계곡에서 시원한 수박을 먹었을 때, 다섯 손가락 모양의 울긋불긋한 단풍잎으로 책갈피를 만들었을 때, 집 앞 골목에서 친구들과 손을 후후 불어가며 눈사람을 만들었을 때. 수많은 이야기들이 저마다의 색깔과 향기와 촉감으로 우리의 기억 한 편에 자리를 잡는다.

애틋하고 뜻깊은 순간일수록 뇌리에 강하게 남아 영원히 잊히지 않는다. 여기 한 남자가 있다. 어릴 적 그의 집 앞에는 자그마한 만화 가게가 있었다. 그곳의 주인아저씨는 그림을 참 잘 그리곤 했다. 그저 단순히 꽃 한 송이, 호랑이 한 마리를 그릴 때에도 실감이 나게 구현해냈다. 이전까지 본 적 없던 그 생경함에 매료돼, 친구들이 만화에 빠져 웃고 떠들 때에도 그는 시종일관 주인아저씨 그림 구경에만 몰두했다.

미술에 대한 남자의 열정은 그 기억에서부터 촉발됐다. 그저 그림 그리는 게 너무 재밌어서, 제대로 끼니를 때우기도 어렵던 시절에 돈이 생기기만 하면 꼬박꼬박 도화지와 물감을 샀다. 반세기가 넘는 시간 동안 좋아하는 일에 매진하며 인생을 살았다. 만화 가게 앞의 그 소년은 어느덧 백발의 노인이 되었다. 평생을 그림과 함께한 이남찬 화백의 이야기다.

 

▲ <추억의 베네치아> (290.9cm * 197cm, oil on canvas)

 

무엇이든 생생하게 표현하는 자연주의 화가
"어릴 적부터 그림이 마냥 좋았습니다. 본격적으로 미술에 빠지게 된 것은 중학교 2학년 때 손순영 선배를 알게 되면서부터였어요. 모란꽃이 흐드러지게 피어 있던 덕수궁에서 수채화를 그리다가 우연히 만났죠. 그렇게 맺어진 인연으로, 서로 집도 멀었는데도 줄곧 함께 이곳 저곳 그림을 그리러 다녔어요. 참 행복한 순간들이었습니다. 손 선배의 아버지께서는 유명한 1세대 미술가 손응성 선생이셨어요. 그 집안이 저를 화가의 길로 이끌어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지금 돌이켜 생각해보면 제가 어느 정도 재능도 있었던 것 같아요. 고등학교 때 국전에 입상하게 되면서 화단에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습니다. 잠시 왔다 가는 세상에서, 평생 좋아하는 일을 하며 살 수 있었다는 건 정말 감사한 일이지요."

구상화의 거장 이남찬 화백은 이국적인 풍경을 실감나게 그려내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의 작품을 보게 되면, 마치 현실에서 벗어나 그 풍경 속에 있는듯한 생생함을 느낄 수 있다. 이 화백은 세계 각지를 여행하며 마주친 사람들, 그리고 그곳의 문화와 풍속을 자신만의 독특한 색감과 화면 구성을 통해 오롯이 화폭에 담아낸다. 뛰어난 생동감과 역동성을 무기로 하는 그의 작품은 오랜 세월 동안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아왔다.

진정한 예술이란 작품을 매개로 하여 감상하는 사람에게 작가의 의도를 온전히 전달하는 행위가 아닐까. 그런 점에서 볼 때, 그림에서 느껴지는 정서는 화가의 마음가짐이 반영되어야 한다. 그동안 수많은 창작물을 남긴 이 화백에게, 평소 어떤 마음을 품고 예술에 임하는지, 본인의 작품세계를 관통하는 중심 철학은 무엇인지 물어보았다.

"자연은 인간이 아니라 신이 만든 것입니다. 저는 이것을 전적으로 존중하기 때문에, 풍경의 질감과 대상 간의 관계를 있는 그대로 화폭 안에 담아내고자 합니다. 이렇게 멋있게 만들어 놓은 걸 나만의 창조의식으로 변형하여 표현하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갖고 있는 능력을 이용해서 최대한 생동감 넘치고 실감나게 작품을 만들기 위해 늘 노력하고 있습니다."

 

 

힘든 시기일수록 예술인에 대한 지원 확대돼야
코로나19로 인해 거의 모든 산업 분야가 정체 혹은 후퇴를 겪고 있다. 예술계 역시 마찬가지다. 대부분의 예술인들은 사업체에 고용되기 보다는 프리랜서로 일하기 때문에 비교적 안정성이 낮다. 또, 사회적 거리두기의 일환으로 전시·공연·축제 등이 무더기로 취소되면서 매우 큰 타격을 입었다. 지난 7월 15일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이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코로나19 확산으로 공연예술, 시각예술 분야에서 도합 1489억원의 매출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요즘 우리 후배들을 보면 정말 가슴이 미어져요. 안 그래도 힘들 텐데 코로나까지 와버려서 더 고통스러워졌습니다. 이럴 때일수록 문화예술계 종사자들을 뒷받침하는 정책이 적극적으로 필요하다고 봐요. 국가에서는 경제적인 지원을, 여러 미술 단체에서는 예술인들이 활동할 수 있는 기회 자체를 마련해주어야 합니다."

 

▲ 이남찬 갤러리 내 여러 작품들

 

서울 오금동 성내천변에 개인 갤러리 열어
이남찬 화백의 그림은 모니터를 통해 볼 때와 실제 눈으로 감상할 때 느껴지는 감정이 상당히 다르다. 그의 걸작 <추억의 베네치아>의 경우 크기가 무려 가로 약3m, 세로 약2m에 이른다. 작품 앞에 섰을 때 그 규모에 압도되는 느낌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한편, 이남찬 화백은 최근 새롭게 단장한 개인 갤러리의 문을 열었다. 오금동 사거리 인근 성내천변에 위치한 그의 작업실에는 생생하게 표현된 다양한 작품들이 전시돼있다. 코로나19로 문화 활동을 즐기기 어려운 요즘, 수준 높은 구상화를 즐기기에 더없이 안성맞춤인 곳이었다.

구상화계의 원로 이남찬 화백. 인생의 황혼기를 맞이한 그의 계획은 무엇일까. 그는 지금까지 그래왔듯 그림과 함께 여생을 보내고 싶다고 말했다.

“젊었을 적에는 우리 미술계를 위해 한국미술협회나 신작전 등 여러 단체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문화센터 등지에서 그림도 많이 가르쳤었죠. 열심히 살아온 세월을 뒤돌아보니 어느덧 제 나이가 일흔이 넘었습니다. 앞으로 남은 인생은 주로 여행을 하며 보내고 싶어요. 여러 나라를 방문하며 그 곳만의 특색 있는 풍속과 특징을 그려내는 것이죠. 큰 욕심 부리지 않고, 지금까지 해왔던 것처럼 제가 사랑하는 그림과 함께 여생을 살아가려 합니다.”
 

Profile
전시회
개인전 및 개인 초대전 30회
국내외 그룹 및 초대전 500 여 회


신작전 자문위원
한국 예문회 회장
서울 아카데미회 자문위원
대한민국 회화제 자문위원
송파 미술협회 고문
신미술회 이사
한국기독미술협회 회원
광화문 국제 아트페스티벌 자문위원


한국미술협회 서양화 부이사장
한국미술협회 서양화 자문위원장
신작전 회장
대한민국 회화제 대표
서울 아카데미회 회장


이원호 기자  won3h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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