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석기의 미술여행] 넵스끼 대로, '도스토예프스키가 하나님을 부르던 거리'

김석기 작가l승인2019.06.04l수정2019.06.04 14:44

크게

작게

메일

인쇄

신고

▲ 니꼴라이 1세의 동상과 사원

상트페테르부르크의 대동맥 역할을 하고 있는 넵스끼 대로는 폭 25m, 길이 4.5km의 직선 도로이다. 이 도로에는 도시를 흐르는 강과 운하들을 교차하면서 그 위에 만들어진 다리들이 아름답게 놓여있고, 요소요소에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역사와 문화를 대변하는 건축물들이 가득하다. 독특한 풍경을 보여주는 다리들은 도시가 형성되던 초기의 모습 그대로라고 하는데 아직도 그 아름다운 예술성은 변함이 없다.    

넵스끼대로 마이까 강변에 알렉산드르 푸슈킨 박물관이 있다. 푸슈킨이 네덜란드 공사의 양아들이었던 조르쥐 단테스와의 운명적 대결로 총상을 입고 죽음의 비극을 맞이했던 집이다. 시인의 죽음을 애도하며 몰려들었던 군중들의 모습은 역사 속으로 사라지고 지금은 사람들의 발길이 가끔씩 이어지고 있을 뿐이다.  

 

▲ 이싸아끼예브스끼 사원 내부

마이까강을 지나 한참을 내려가니 까잔스까야 광장을 둥글게 감싸고 있는 136개의 코린트식 기둥들이 시선을 잡는다. 나폴레옹이 이끄는 프랑스 군대에 대항하여 승리한 러시아 군대를 기념하기 위하여 만들었다는 까잔스끼 사원의 기둥들이다. '러시아 미술의 전당'이라고 부를 만큼 최고의 조각가와 화가들이 참여하여 만든, 사원의 정원에 세워진 '꾸두조부 원수'와 조국전쟁의 영웅이라는 '바르끌라이데똘리'의 동상이 거대한 모습을 자랑한다.   

까잔스끼 맞은편에 러시아의 또 하나의 걸작 '미하일롭스키 궁전'이 있다. 1895년 국유화되면서 이곳에 국민 예술을 선보이는 최초 국립미술관이 건립되어 1898년 개관되었다. 국립 미술관의 볼쉬오이 아카데미 홀 중앙에 있는 까제브률로브의 대작 '폼페이의 최후의 날'은 감동적인 대작이다. 대리석으로 만든 조각상들이 마치 흙으로 빚은 듯, 부드러운 아름다움이 극에 달하고, 샤갈의 산책, 쎼례브랴꼬바의 목욕탕, 깐딘스키의 어스름 등 화집에서나 보았던 작품들의 원작들이 감동과 충격을 준다.  

도스토예프스키가 하늘을 향해 기도를 하며 하염없이 걷던 넵스끼 거리에 아직도 그가 ‘죄와 벌’을 쓰던 하숙집이 있고, 탄생 15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만든 박물관도 있다. 박물관이 꾸며진 평범한 아파트는 그가 까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을 탈고하고 1881년 세상을 떠난 곳이기도 하다. 

 

▲ 이싸아끼예브스끼 사원_김석기 작가

표도르 미하일로비치 도스토예프스키는 1821년 모스코바에서 출생한 러시아 문학의 최고 거장으로, 20세기 소설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그의 소설은 인간 심리에 대한 놀라운 표현과 러시아의 정치, 사회 및 정신세계를 날카롭게 분석하여 표현하고 있다. 선천적으로 간질병을 가진 도스토예프스키는 어린 나이에 부모와 사별하고, 28세의 젊은 나이에 혁명을 주도했다는 이유로 사형 언도를 받았다. 농민들의 손에 맞아죽은 아버지의 원한을 마음속에 간직하고 살았던 그는 이 세상 모든 것이 분노의 대상이었다. 신도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했고, 모든 것을 부정적으로 보기만 했다. 황제의 사면으로 사형 집행을 모면한 그는 시베리아로 유형을 떠났고, 그곳에서 그는 난생처음으로 성경을 접하고 새로운 인생을 살아가게 된다. 그 당시 시베리아 유형 생활은 사형을 당하는 것보다 더 힘든 일이었으며, 유형 당한 사람들은 영양실조와 상상 못할 추위와 간수들의 폭력을 못 견디고 죽어가고 있었다. 그러나 예수님을 만난 도스토예프스키는 놀랍게도 선천적 간질병의 어려움 속에서 모든 분노를 사랑으로 용서할 수 있었고, 4년 동안의 유형생활을 견디어 낼 수가 있었다. 유형지에서 돌아온 그는 어려움 속에서 만난 예수님과 사람들의 삶, 당시 러시아의 생활상, 그리고 그 자신과 가정을 배경으로 한 소설을 쓰기 시작하였다.  

드디어 1866년 그의 장편소설. '죄와 벌'이 러시아 통보(通報)에 발표되었다. '죄와 벌'은 가난한 대학생 라스콜리니코프가 나폴레옹과 같은 강자가 되어보고 싶은 환상에서 출발한다. 그는 전당포 노파를 살해하고 궁핍에서 벗어나면서 강자임을 확인하려 하지만 양심의 가책을 느끼고 죄의식에 사로잡힌다. 고통과 자기희생으로 살아가는 창녀 소냐를 만나면서 그리스도적 사랑에 감동하고, 자신이 지녀왔던 서구적 합리주의의 허구성을 깨달아 자수하게 된 그는 시베리아로 유형을 떠나고, 소냐는 그 뒤를 따른다. 

 

▲ 이싸아끼예브스끼 사원_김석기 작가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에는 세속적인 욕정을 가지고 탐욕적인 삶을 살아가는 아버지와 방탕에 빠져있는 큰아들, 대학 출신의 수재로 오만한 무신론자인 둘째 아들, 기독교인으로 순수하고 성결한 박애주의자인 셋째 아들, 사생아로 태어나 편집광적인 간질병 환자 넷째 아들이 등장한다. 아버지를 죽이고 돈을 훔친 넷째 아들의 자살, 아버지를 살해했다는 누명을 쓰고 20년의 형기를 선고받은 큰아들, 자신의 이성과 능력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던 둘째 아들의 좌절, 자신을 멸시하고 모욕을 주는 사람마저 용서하고 온유와 겸손과 사랑으로 모든 악함을 감싸 안은 셋째 아들의 삶을 그려내고 있다. 

도스토예프스키가 말하고 싶었던 것은 결국 삶의 승리는 온유하고 사랑으로 모든 것을 용서하는 사람들의 몫이라는 것이다. 인간은 단지 고통과 그리스도를 통해서만 구원을 성취할 수 있으며, 삶은 지성이 아니라 단지 감정과 사랑만으로 살아갈 수 있다고 말한다.  

도스토예프스키는 사형선고와 시베리아 유형생활을 통한 괴로움을 그리스도의 사랑을 만남으로써 모든 것을 용서하는 삶을 살아갈 수 있었다. 그가 수없이 걸었던 넵스끼 대로를 따라 걸으면서 다시 한 번 도스토예프스키의 용서하는 마음과 사랑하는 마음으로 가득했던 그의 넓디넓은 상상의 세계를 넘겨다본다. 


雨松 김석기(W.S KIM) 
경희대학교 미술대학 및 대학원 졸업
경희대, 충남대, 한남대 강사 및 겸임교수 역임
프랑스 몽테송아트살롱전 초대작가
프랑스 몽테송아트살롱전 A.P.A.M 정회원 및 심사위원
개인전 42회 국제전 50회, 한국전 450회


김석기 작가  ksk0004@hanmail.net
<저작권자 © 피플투데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최근 인기기사

기사 댓글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0 / 최대 400byte

숫자를 입력해주세요

욕설등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합니다.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회사소개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PEOPLE TODAY의 모든 컨텐츠는 저작권법 보호를 받으며, 무단복제 및 복사 배포를 금합니다
상호명 : PEOPLE TODAY  |  사업자번호 : 201-16-66789  |  발행인 : 손경숙  |  청소년보호책임자 : 설은주
본사 : 서울 양천구 목동중앙북로 73 덕수빌딩 3층  |  Tel. 02-764-2100  |  Fax. 02-764-7100  |  E-mail peopletoday@daum.net
부산·영남 지사 : 부산 남구 문현동 815 한일빌딩 17층  |  Tel. 051-637-2114  |  Fax.051-637-2112
서울 지사 : 서울시 마포구 토정로 253 2층
경기 지사 : 경기도 고양시 일산동구 무궁화로 20-38 로데오탑빌딩 4층
Copyright © 2019 피플투데이. All rights reserved.